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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성장 보고서(EBS 제작팀)

기질

다른 환경과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물론,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  심지어 이란성 쌍둥이 조차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생후 3년도 되지않은 아이들이 독특한 개성과 행동방식을 나타내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기질의 차이’ 때문이다.  기질은 성격의 기초가 되는 심리적인 특성이자, 사람의 감정이나 사회적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이다. 기질은 자라면서 환경 등 외적요인에 따라 어느정도 변하기도 하지만 본질 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기질은 아이의 성격을 지배하는 열쇠인 셈이다. 1977년 정신과 의사인 스텔라 체스와 알렉산더 토마스 부부가 발표한 연구보고는  기질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심리학 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질의 특징을 활동성, 규칙성, 접근성, 적응성, 민감성, 반응 강도, 기분의 질, 산만성, 지속성 등 9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아기들의 기질은 순한 기질, 까다로운 기질, 더딘 기질로 분류하였다. 

 

순한기질 아이는 새로운 경험을 잘 받아들이고, 환경이 바뀌어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적응한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들은 활동적이기는 하나 고집 세고, 산만하고, 변덕스러워 부모의 입장에서 양육하기 힘든 아이이다. 더딘 기질의 아이들은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처럼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상황에 쉽게 위축 되지만, 활동적이지 않고 자극에 대한 반응도 약해서 우울해하거나 짜증을 낸다. 생활리듬이 규칙적인 편이며, 새로운 자극에 무관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적응해 나간다. 아이의 평생 성격을 결정하는 주요인인 기질, 이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것일까? 대다수 과학자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것을 증명할 보다 확실한 증거로 성격유전자를 들 수 있다. 1990년대 과학자들이 발견한 성격유전자는 흥분 조절과 신체자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수용체중 제4형 유전자 D4DR을 말하는데, 사람 성격중 만족, 공격성, 성적취향, 신경증, 모험심 같은 성격을 결정한다.

 

하버드 대학교 발달심리학과 교수 제롬 케이건은 유전자와 기질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두뇌 속 뉴런에는 각분자에 대한 수용체가 있다. 사람마다 기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수용체 위치가 다르거나, 그런 분자가 얼마나 농축되어 있느냐, 즉 분자 수용체의 밀도 차이 때문이다. 서로 다른 위치에 존재하는 수용체가 아이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는 기질이 유전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신호이다.  왜냐하면 뉴런의 분자수용체를 통제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기질은 성격유전자가 겉으로 표출된 모습이고, 이는 곧 기질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생물학적, 화학적 특성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인체에는 약 10만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그중에서 약 5만-7만개의 유전자가 뇌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제롬 케이건 교수는 공포자극을 주었을때 수줍음이 많은 아이의 교감신경계가 수줍음이 없는 아이의 교감신경계보다 훨씬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 교감신경계는 편도체가 두려움을 육체적 반응으로 바꿀 때 자극하는 부위로 교감신경계가 흥분하지 않으면,  공포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교감신경계가 활동적이라는 것은 공포자극에 민감하다는 뜻이고, 교감신경계가 비활동적이라는 것은 공포자극에 둔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포를 비롯한 인간의 감정은 뇌의 여러부위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만들어진다. 특히 변연계와 함께인간의 감정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가 바로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우리 몸의 모든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여러 자극을 전달받아 분석하고, 행동지령을 내리는 기관이다.  전두엽이 손상되면 외부의 자극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해 지적능력이 떨어지고, 감정도 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