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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성장 보고서(EBS 제작팀)

아기는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대화한다.

한두 단어를 단순하게 나열하며 더듬거리는 게 전부였던 아기가 말문이 터져 하루 아침에 문장을 줄줄 쏟아내는 모습에 놀랐던 부모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학자들은 아기가 때가 되면,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선천적으로 강렬한 표현욕구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활화산처럼 강력한 아기의 표현욕구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울음이다. 아기에게 울음은 자신의 욕구를 엄마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효과적인 신호수단인 셈이다. 아기 울음소리는 생후 2개월이 되면, 더욱 다양하게 분화된다. 아기들은 옹알이를 할 때 주로 입의 오른쪽 부위를 이용한다. 뇌의 특성상 오른쪽 신체부위를 관장하는 것은 좌뇌이고, 우뇌는 왼쪽 신체부위를 관장한다. 따라서 아기가 옹알이를 할 때 오른쪽 부위를 주로 이용하는 것은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의 통제를 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옹알이는 아기의 의사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아기들에게는 일종의 언어인 셈이다.

 

신생아기가 지난 아기들은 월령이 높아질수록 울음이나 옹알이, 표정 등을 통한 의사표현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특히 생후 9개월에서 13개월 사이의 아기들은 울음과 옹알이 외에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표현수단이 필요해진다. 이때 아기가 몸짓으로 표현하는 언어, 즉 독특한 행동패턴이 바로 베이비사인이다. 베이비사인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심리학과교수 린다 에이커돌로 박사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심리학과와 아동개발학과 수 수전 굿윈박사가 10여년 동안 연구한 아기들의 특별한 몸짓 언어를 말한다. 린다 에이커돌로는 베이비 사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생후 14-15개월 이전의 아기들은 단어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베이비 사인은 아기가 아직 말을 못함으로 인해 느끼는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이면서 나아가 아기가 말을 하기 전에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강화해 주는 방법이다. 따라서 아기가 베이비 사인을 하도록 도와주면, 아기는 자신의 생각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러나 아기가 말을 배우기전까지 중요한 의사전달 수단이 되었던 베이비 사인은 아기가 자라 말을 시작하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므로 저절로 사라진다.

 

대부분 아기들은 태어난지 겨우 3년여만에 봇물 터지듯 쉽게 말을 할 수 있다. 강한 의사표현 욕구만으로 아기들이 그토록 빨리 말을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가 말문을 트이게 하는 데는 뭔가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아기는 언어학습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상태에서 태어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아기는 처음에는 모음을 말하고 그 다음에는 자음을 말한다. 그러다가 음절을 발음하고, 음절에 이어서 단어를 말하고, 나아가 단어의 뜻을 이해하게 되면 단어를 계속 늘어놓다가 짤막한 문구를 말하고 마침내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게 된다. 비록 모국어는 달라도 언어발달 과정은 동일하게 진행된다. 노엄 촘스키가 제시한 보편문법은 쉽게 말해 모든 언어는 문장으로 구성되고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등 동일한 구성성분을 사용하며, 단어의 순서와 일치는 일정한 법칙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이다. 기존의 학자들은 아기가 어떤 언어를 얼마나 배울수 있는가는 아기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여겼다.  아기들은 부모가 가끔 쓰는 단어보다 자주 쓰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부모가 사투리를 쓰면 사투리를 사용한다. 노엄 촘스키 주장대로 언어습득은 인간의 고유한 본능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앤터니 모나코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 7번 염색체에 언어장애를 일으키는 변이유전자‘FOXP-2'가 존재한다는 것과 이 유전자에 조금만 결함이 생겨도 언어장애가 발생한다 "는 사실을 밝혀냈다. 윌리엄스 증후군도 좋은 증거다. 윌리엄스증후군은 7번 염색체 이상으로 나타나는 희귀한 유전질환으로,  이 병에 걸린 아기들은 공통적으로 천사처럼 예쁜 얼굴을 하고 있고, 심장이 약하며,  IQ가 50을 밑돌 정도로 지능이 낮지만 놀라운 언어능력을 갖고 있다. 또래 아이들이 감히 떠올리지 못하는 어려운 단어, 예를 들면 코알라 처럼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의 이름을 척척 말한다. 로체스터 대학교 인지학 교수 엘리사 뉴포트는 뉴스위크를 통해 아기의 언어습득 능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아기들은 언어습득을 하는데 좋은 선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아기들은 자신이 찾을 수 있는 모든 규칙을 알아내 그것을 연마하고 확대한다.’ 그렇다고 언어습득에 자양분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설령 아기가 선천적으로 언어습득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더라도 언어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오랫동안 방치되면, 말을 배우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게 된다.

 

정상적인 언어발달을 위해 아기의 언어적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언어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후 초기의 다양한 경험은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아기의 전반적인 발달에 지대하고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말을 배운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모든 분야의 지적발달에 있어 월등하게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어는 사고의 독특한 기능 단위인 동시에 지적 발달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