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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성장 보고서(EBS 제작팀)

안정애착이 두뇌 발달을 부른다.

애착은 최소 생후 6개월이 지나야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두뇌 발달이 어느 정도 이뤄지지 않으면 아기는 그 누구와도 애착관계를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애착은 아기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물체가 보이지 않더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대상 영속성이 생겨야 가능한 일이다. 이 또한 일정기간 동안 사람이나 물체를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고도의 정신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구조중 하나가 전두엽이다. 대뇌피질은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 소뇌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 이 중 전두엽이 전체 대뇌피질의 40%를 차지한다.  전두엽은 사고, 기억, 학습, 추리, 의식, 감정인식능력, 언어능력 등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여러 기능을 관장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인식하고 진정한 애정과 관심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자신의 울음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안아주고 달래주며, 젖을 주기도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엄마의 각별한 사랑을 감지하는 것도 전두엽이 발달한 아기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전두엽은 최소 생후 6개월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다른 뇌의 부위보다 비교적 느리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기의 애착형성 시기도 생후 6개월 이후로 늦게 나타나는 것이다. 아기의 애착형성 시기는 대개 생후 6개월-1년 사이, 그리고 이것이 성숙되는 시기를 생후 1- 2년으로 보는데, 전두엽 역시 생후 6개월-2년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발달한다. 생후 10개월 정도면 전두엽의 발달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편도체는 강렬한 감정이 모여있는 곳이다.  변연계에는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 외에 기억저장기능을 담당하는 해마가 있다. 감정인식과 기억능력 모두를 필요로 하는 변연계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뇌발달이 애착형성의 전제 조건이듯, 돌보는 사람과의 애착관계는 정상적인 뇌발달에 필수적이다.  이는 반대로 불안정 애착은 정상적인 발달에 치명적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불안정애착을 보이는 아기들의 가정환경을 살펴보면, 가장의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부부간의 잦은 불화, 부부의 이혼 등 불우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이 바람직한 양육을 방해하는 동시에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뇌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애착경험이 결핍된 사람은 물론, 동물들도 정서를 관장하는 뇌부위에 변화가 생겨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안정한 애착이 어떻게 뇌의 발달을 방해하고, 뇌를 손상 시키는 것일까?  그 주범은 바로 코티졸cortisol 호르몬이다.  원래 코티졸 호르몬은 위협이나 두려움 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에 맞서 뇌를 비릇한 여러 장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그 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뇌의 백색질을 감소시켜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백색질은 대뇌피질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부위로 과거에는 특별한 기능이 없는 구조로 취급 받았으나,  최근들어 학습능력, 기억능력, 정신질환 등 뇌의 정보처리 기능에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코티졸 호르몬이 증가하면 애착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두엽, 해마, 편도체 등이 타격을 입는다.  코티졸 호르몬은 반복되는 스트레스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엄마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지 못한 아기는 늘 스트레스상태에 놓여있다고 봐야 한다코티졸 호르몬에 의해 뇌가 손상되면 아기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애착형성의 결정적인 시기를 놓쳐 불안정 애착이 형성되었다하더라도 노력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안정된 애착유형을 회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애초기에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기가 긍정적이고 바르게 자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이때 형성된 애착이 모든 아기들의 앞으로의 삶 전체를 결정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엄마는 지속적으로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아기는 불안정애착에서 안정애착아로 변할있다. 실제로 아기가 안정애착을 형성하려면 무엇보다 부모 자신이 어떤 애착경험을 가지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부모 자신의 애착경험이 자녀의 애착유형으로 대물림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빠를 혹은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기들중 40%의 아기들이 배우자를 폭행한다고 한다.

 

불안정 애착을 가진 부모는 아기를 안정애착아로 키울 수 없는 것일까?  불안정 애착을 가진 엄마라도 얼마든지 아기와 긍정적인 애착관계를 맺을수 있다. 과거에 대한 인식은 바꿀수 있다는 미네소타 대학교 매건 거너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과거는 바꿀수 없지만 과거에 대한 인식은 변화시킬 수 있다. 부모로부터 잘 교육을 받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이 없다면 자신이 어릴 때 겪은 대로 아기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불행이 또다시 일어나게 된다. 자기 어릴 적 부모와의 잘못된 애착관계가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엄마가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양육을 하느냐에 따라 아기는 얼마든지 안정애착아로 성장 할 수 있다. ” 

 

모든 심리학자들은 아기성장의 촉진제는 하나 같이 '부모노릇'이라고 말한다단순히 아기의 본능적 욕구를 채워주는 차원을 넘어서, 아기의 신호를 빠르고 적절하게 반응하여 아기에게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나는 소중한 존재이구나' 하는 느낌을 전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아기에게 안정감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제대로된 양육이자 부모 노릇이라는 것이다생애 초기에 형성된 애착은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사랑스런 아기에게 엄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