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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자기계발서, 현실

돈으로 할수 있는 일이 갈수록 늘어나고, 금력앞에서 권력도 맥을 못추는 자본주의의 법칙이 확장되는 사회에서, 사회적 성공은 인생의 옵션이 아니라 정언명령 (도덕법칙과 같은)과도 같다. 위인전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돈의 힘을,  그리고 그 힘이 제공하는 돈맛을 알게 되면 위인전을 덮는다. 대신에 찾게되는 책이 '자기계발서'이다. 자기계발서 내용들은 아주 익숙하기만 하다. 1859년 새뮤얼 스마일즈가 쓴 ‘자조론’은 자기게발서의 원조다. 자기계발서가 표현하는 메시지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시련이 성공의 문, 늘 자신을 준비시켜라. 잡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 굴하지 않는 의지력으로 꿈을 이루어라 등등 이다. 이 세상 사람은 오직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한편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다른 한편에는 실패한 사람이 있다. 스마일즈가 찾아낸 성공의 비밀은 대단하지 않다. 성공한 사람은 성실하다.  그 사람은 인내심이 많고 끈기가 있으며,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다. 성공요인은 오로지 성공한 사람의 자질이지 그 사람이 처한 유리한 사회적 환경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에게 근면, 몰입, 인내 등의 단어가 할당된다면 게으름, 산만함 등의 단어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지 않는다'는 자기계발 장르의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스티브잡스는 사회환경의 차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출현할 수 있다.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다. 현실은 냉혹하다.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면, 그것은 더 이상 성공이 아니다. 자기계발서는 성공을 보장하는 책이 아니라, 심리적 위안을 선물하는 책이다성공에는 현실의 원리들이 적용된다. 재벌2세는 아무리 낭비벽이 있어도 가난뱅이가 될 수 없다. 가난뱅이는 아무리 근검 절약해도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성공하도록 예정된 사람과 실패하도록 예정된 사람으로 나누어진 세계가 오히려 사실에 가깝다. 자기 계발의 관념 속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지만,  현실에서 하늘은 돕도록 예장되어 있는 계급에 속한 자만을 돕는다.

 

개인적 성공은 소유한 승용차의 크기와 은행 잔고로 측정될 수 있겠지만, 사회의 성공여부는 공감이 제도화된 복지의 크기와 넓이로 가늠할 수 있다. 하늘이 혹은 계급이 선택한 소수의 사람만 성공하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동정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특권을 독점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회가 홀로 성공하는게 더 좋다. 복지국가는 성공한 소수의 개인보다는 성공한 사회가 공공선에 가깝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건희의 성공은 자기게발서 덕택인지 아니면 이병철이었기 때문인가? 양자택일형 난제를 풀기 위해서 지혜가 필요하지만, 때론 현실이 선택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노예에게 노동은 옵션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시간은 노예주제에 언감생심이다. 노예는 선택권이 없다. 놀이는 노동과는 목적이 다른 행위다. 놀이의 최종목적은 단순한 쾌락이 아니다. 놀이는 현실도피를 꾀하지도 않는다.  먹고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말 그대로 언전히 자유로운사람의 자발적 행동인 놀이는 '자기만족 지향적'이다.

 

자본주의라는 급류에 돈의 힘에서 벗어닌 가치인 명예 조차 떠내려갔다. 호모에코노미쿠스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돈이 명예고, 명예는 또한 돈으로 환산된다. ‘아너스 클럽'은 명예를 얻은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고, 명예의 전당은 상금을 많이 딴 선수들의 전당에 다름 아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사회에서 명예는 승자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되고, 승리하지 못한 자에겐 명예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조건도 제공되지 않는다. 먹고살기 위해서 취직합격 통보를 받는 순간 명예 따위는 집에 간, 쓸개와 함께 두고 출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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