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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나홀로 고스톱

나와 별다를 바 없는 외모를 지닌 사람인데 주변사람으로부터 인기를 얻으면 질투가 생긴다. 하지만 후광이 비칠 정도로 몸매와 얼굴을 지닌 사람을 감히 질투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질투라는 감정이 생길 틈도 우리에게 주지 않는 완벽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우린 그 순간 질투심을 버리고, 그저 부러워한다. 개인이 어떤 집단의 일원이 되는가에 따라 운이 좋은 개인은 개인 능력이상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같은 강도로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한 개인이 소속된 집단이 별볼일 없다면,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그 사람 삶도 별 볼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사회학자가 아니어도 본능적으로 혹은 삶의 경험에 따라서 개인이 어느 집단에 속하는가에 따라 그 운명이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는다.  

 

사람은 무리를 짓는다. 무리를 지어야만 생존할 수 있어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사람이 속한 무리는 때로 개인보다 더 많은 것을 결정한다. 어떤 무리에 속하는가, 혹은 어떤 무리가 그 사람을 받아들여 주는가에 따라 개인이 생존하는 모습은 달라진다.무리가 제공하는 이득의 달콤함에 눈을 사람들이 집단이 이룰 때 패牌가 형성된다. 패거리는 이익을 기대하며 만들어진 무리이다. 패당을 물리치는 일은 패당과는 다른 인간의 무리를 만듦으로 가능하다. 이윤의 둘레에만 무리가 형성되는 사회에선 이웃은 무력하기만 하다.

 

관념으로서의 대학동문은 이웃이지만, 사실로서의 대학동문은 패거리에 가깝다. 대학이 졸업생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선물은 지식과 교양이 아니라, 동창회라는 패거리에 가입할 수 있는 멤버십이다. 같은 대학출신임이 확인되면 형동생이 되고, 같은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형제, 자매님이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리를 짓는 이유가 믿음도 학문도 열정이 아니라, 이익을 보장을 위한 멤버십 임을 숨기고 있다.  패거리 내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은 개성이 아니라 동질성이다.  고스톱의 진짜 매력은 게임 그 자체보다 같이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수다에 있다. 미국에서 이웃이 없는 사람들이 혼자 볼링을 치듯이, 한국에선 혼자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전 국민의 대다수가 부동산 유목민인 한국에서 정주할 수 있음은 특권이다. 부동산 가격을 감당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정주할 터를 결정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기 맘대로 결정할 수 없다. 그곳에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하는 주체는 부동산 가격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9%가 매년 이사를 다닌다.

 

부동산 가치의 동향이 집 있는 사람의 정주를 결정한다.  그 사람은 부동산 가치의 상승이 예상되는 기간 동안만 정주한다. 부동산 가치의 상승을 쫓아 유랑을 거듭하는 사람은 동네 사람에 대해 관심없다. 이웃한 사람의 가치는 내가 그리고 그 사람이 오랜기간동안 그곳에 머무를때만 의미를 지닌다평소 이웃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부동산 가격이라는 이익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생긴다. 모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제적 불안감이 휩싸여 있을 때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할 수 없고, 무관심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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