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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전쟁 (하랄트 벨처 , 윤종석 옮

미래 일어날 살인- 국경선의 이동

유럽연합은 지난 몇년 동안 폭주한 입국자들에 대한 유럽 공동의 국경경비대책을 세움으로써 대응하고 있다. 그것을 수행하는 관청이 프론트엑스라는 기관이다. 미국은 국토안보부를 설치하여 국경경비 책임을 지고, 해안경비업무와 새로 만들어진 세관업무 및 국경경비를 관장하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그 산하에 설치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국가안보 활동에 드는 비용과 국가안보는 영리기업에 이양하는 것이다. 국경선을 자국영토 바깥으로 옮긴다는 것은 원치않는 이민자들의 신체를 억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가장 은밀한 방법으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유럽 안보기관들이 행위자로 등장하지 않고, 또 유럽 당국이 행정적 처리나 난민 본국 송환과 같은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난민문제는 단지 시칠리아 섬이나 카나리아제도 해변에 시체들이 떠내려올 경우에만 드물게 유럽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새로운 유형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행위에 의해 대리로 수행되는 폭력이 그 특징이다. 대리로 수행됨으로써 이 폭력에서는 기술적 무죄 가능성이 야기된다.  이것은 재정적, 정치적, 기술적으로 우월한 나라들이 누리는 조직화의 장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조직화의 장점 때문에 폭력 사용이 정작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며, 누가 폭력을 사용했는지도 식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행위자들은 난민들, 밀수꾼, 인신매매범, 아프리카 당국들 그리고 아마도 난민들에게 밀항 자금을 대주는 가족들이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경비 당국에 대한 이미지는 일차적으로 난민들이 바다에서 처할 곤경에 빠지는 것을 온 힘을 다해 막으려고 하는 그런 휴머니즘적 행위자로 비춰진다. 대개 급속한 변혁과정들은 일단 그 과정들이 폭력적 형태로 진행하거나, 집단적 폭력과정들로 접어들 경우에야 비로소 분명하게 눈에 띤다. 기후변화는 여러면에서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인간에 의해 야기된 최초의 전지구적 사건이다. 그것은 누가, 언제, 어디서, 배출가스를 통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쳤느냐에 상관없다.  또 영향을 미친 결과가 세계의 전혀 다른 지역에서, 그리고 전혀 다른 세대들에게 닥칠 수도 있고, 바로 그들이 감당해야 한다. 기후는 그 변화가 완만한 아주 관성적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 변화가 당장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즉 만약 어떤 조치가 취해진다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결코 눈에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재난들과 달리 기후변화는 결코 어떤 특정 시점을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사고는 예기치 못했던 일이 일어난 것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고, 방사능 누출 같은 환경을 제공한 사고 유발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사고는 우크라이나 에서 발생했지만,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같은 지역도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기술적으로 문명화된 주민들의 안전의식과 통제의식을 가장 무력화시킨 것은 사고처리반이 구사한 해결책의 초라함과 원시성이다.  만약 홍수나 폭풍 같은 재난, 굶주림 혹은 대도시들의 사막화가 일어난다면,  야기되는 근본적인 무력감이 강화될 것이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문제,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이나 행동지침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는 그런 문제와 상대해야 한다. 사람들은 통제불가능한 위협에 대한 의식으로부터 커져가는 그런 부조화를 축소시키려고 하는데, 그 방식은 위협을 무시하거나, 그 본래의 상태보다 축소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아직도 모든 그런 문제에 그런 식으로 대처해 온 것 같다.  결코 제어할 수 없는 사건들은,  그 사건들로 인해 가장 크게 고통받아야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불만으로 이어진다. 국가가 그들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흔들리고 이러한 동요가 저항에서 그리고 드물지 않게 폭력으로 분명히 드러난다.

 

기술적 자연적 사회적 재난들 즉 핵물질 혹은 화학물질과 관련된 사고들, 지진 혹은 쓰나미, 혁명과 민족살해 등은 불안정이 규칙이고, 안정이 예외 상태인 그런 상태를 극히 짧은 시간에 보여줄 수 있다현대화의 행렬에서 미래를 기약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많은 수단들이 개인의 직접적인 책임으로부터 제도들로 이동해 오고 있다.  건강 관리와 노년준비는 나 개인과 가족의 의무가 아니라, 사회적 구호체계들의 과제이고 갈등의 조절은 친척이나 가족의 일이 아니라, 국가와 그 기관들의 과제이다. 개인에게 닥칠 위험들에 대한 통제도 오늘날 보험이 대신하고 있다. 이와같은 제도들이 책임을 대행하는 것은, 모든 것이 예측대로 진행하는 정상적인 경우에는 연속성,  안정성 그리고 계획성을 보증한다공급망, 교통망, 통신망, 기타 인프라 네트워크들은 이상적으로 별 마찰 없이 기능체계들을 바탕으로 작동된다. 그러나 위기사태가 발생하면 안정된 기반들이 괴물처럼 본색을 드러낸다. 위기사태는 정상적인 경우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작동하던 사회의 모든 기능들이 갑자기 드러나게 한다.

 

지금까지 두 세대이상이나 평화와 번영을 지속적으로 누린 나머지 서구인들은 아마도 안정된 세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불안정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쟁이라고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고, 지진으로 인프라가 한번도 파괴된 적이 없으며, 굶주림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세상에만 살았다면, 대규모 폭력사태, 그리고 빈곤은 다른 세상사람들에게나 일어날 문제라고 여길 것이다. 독일에 살던 많은 유태인들도 자신이 강제수용소에 끌려가기 직전까지 설마 무슨일이야 일어나겠느냐는 으로 안이하게 생각했다. 어떤 위협상황에서 빠져나올수 없으면 없을수록 부조화의 정도는 더 커지고, 그 부조화를 무감각, 배제 혹은 방어 등을 통해 축소해야 할 필연성은 더 커진다.  사람들은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위협들을 그렇게 처리할 수 밖에 없다.  변화된 환경조건들에 대한 인간의 뛰어난 적응능력은 문화적 전통들을 후대에 전승시키는 능력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는 그 이전 세대들이 발전시켜온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하며, 자신의 문제해결 전략들을 그 이전세대가 만들어 놓았던 수준에 맞춘다.

 

자원의 착취에 의존하면서 성장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생존의 안전성과 생활수준의 향상과 같은 선진국에서의 단기적인 성공은 중장기적으로 파국에 이를수 있다. 착취와 성장을 통한 복지증대의 원칙은 급속도로 그 자연적 한계에 이를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 해결을 위해 취할 조치가 별로 없는 그런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와 대결해야 한다면, 두가지 심리적 관점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나는 감정들의 시대착오적 타성이라는 것인데,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런 것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이라는 삶에서 우러나온 경험이고, 다른 하나는 부조화를 사라지게 하려는 욕구이다.  문명사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에 의하면  타성이란 현실의 지속적인 발전에 뒤쳐져서 습관이 낙오하는 것이며, 따라서 사회적 변혁에 맞추어 지각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귄터 안더스에 의하면 우리는 과거 우리 자신에 대해 믿고 있었던 것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태도가 변화된 위협 상황들과 시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한다변화 과정들에 대한 이러한 타성과 무능력의 핵심에는 바탕교체 현상이 있다.  '바탕교체'란  지각들과 그 해석들이 부지불식 간에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현실에 맞춰 그 추이를 바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