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다이푸르지역의 오늘날의 갈등 시나리오는 한편으로는 정부군과 그 비호를 받는 민병대에 의해 그리고 다른 편에는 20여개의 반란군 조직에 의해 표출되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내전과 고전적 국가간 전쟁의 차이점은 분쟁 당사자들이 전쟁을 끝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고, 정반대로 재정적, 정치권력적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을 장기화하려고 노력한다는데 그 본질이 있다. 대개 인종적인 것처럼 보이는 여러 갈등의 배후에는 비국가적인 공간들이 있고, 그 공간에서는 무기, 원자재, 인질, 국제적 구호품 등을 취급하는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 유엔 환경계획은 수단에서 일시 중단된 평화상태가 만약 환경변화 및 생존조건들의 현재상태 그대로 계속된다면, 결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조건들은 이미 대가뭄, 사막화, 강우량 부족, 숲의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후변화 때문에 한층 악화되고 있다. 생태적 문제에서 사회적 갈등에 이르는 경로가 일방통행로는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쟁 때문에 국토의 80%가 토양침식으로 손상받고 있고, 토양의 비옥도는 떨어지고, 지하수의 수위는 극단적으로 낮아지고 사막진행이 빨라지고 있다. 숲의 70%가 사라졌고, 농경지의 50%가 경작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극단적으로 척박한 생존조건들을 가진 농경중심 구조의 사회에서는 환경적 조건의 변화가 제약 조건이나 방해조건으로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그 가족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는 재난으로 작용한다. 그런 상황에서 폭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이라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이 한 사회에서 일상사가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굳이 심리학이니 사회학을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수단과 같은 나라들은 파괴적인 정치경제 구조 때문에 식량생산 감소나 경작지 상실과 같은 재앙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대처할 능력이 없다. 수단에서는 전쟁이 나라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그리고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의 역사에서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었다는 의미에서 전쟁이 곧 정상 상태이다. 중간에 약간의 휴전기가 있었지만 40년이상 시달린 나라가 있다면 어느 나라든지 수단과 같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20억명이나 불안정하고, 실패하고 있거나 이미 실패로 간주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이미 통치 불가능하게 되었다. 행정적, 경제적 완충지대도 없고 위기상황을 보호해 줄 초국제적 네트워크도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뭄이든, 홍수든, 폭풍이든, 지진이든, 모든 종류의 환경재난은 이들 나라에서 직접적으로 사회적 재난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회적 발전과정들이 어떤 경로들을 통해 이루어지는냐는 그 사회가 위험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고, 또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봉쇄되어 있느냐에 의존한다. '부서지기 쉬운 국가'란 일단 국가의 제도나 조직들이 부족한 정치적 의지, 취약한 국가적 체제 혹은 부족한 재정적 수단 때문에 충분하게 가능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부서지기 쉬운 사회들은 종종 매우 느슨한 국가적 통합이 그 특징이다. 그리고 수많은 인종적, 문화적, 종교적, 지역적 혹은 정치적 집단들로 구성되어 있어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고, 갈등으로 서로 분열되기도 하고 동맹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나이지리아 항구도시 라고스에는 1700만 시민중 약300만명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부서지기 쉬운 사회들은 여러측면에서 압력을 받는다. 사회적, 기후적 혹은 기타 자연적 변화들에 대응하여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극단적으로 높은 반면, 극복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만약 이런 상태에 이르면, 국가는 더 이상 행위자로서 동장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정치, 기업 그리고 군사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제시하는 하나의 임시방편 구조물에 불과할 것이다. 규제하는 제도들이 부족하다면 대체적으로 폭력적 갈등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 온다. 그런 상황에서 산다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회에 사는 많은 주민들은 생명을 보장하는데 자기 모든 것을 건다. 소말리아, 수단 같은 나라들은 항상 촉발되는 폭력, 특권적인 폭력이 특징이다. 여기서는 개별 사회적 집단들이 당하고, 위협을 느끼는 폭력의 수위가 서로 다르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전쟁과 폭력의 상황들이 사회적 정상상태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지속적으로 폭력이 노출되어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국가는 그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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