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방법(곤도

편안한 죽음

 

임종에 가까울 때 환자가 의식이 또렷하면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힘들어 하게된다. 이런 경우는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모르핀으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임종이 가까워진 환자들은 자신들의 죽음 자체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체력이 점점 떨어져 촛불이 꺼져가듯 조용히 세상을 떠나야 한다. 암의 생존율은 어떤 경우든 확실한 보장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말기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평온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쪽을 선택할지,  표준치료를 받아들여 고통스럽더라도 좀 더 살수 있을지 모를 방법을 선택할지 미리 생각해보고, 가족과 함께 이야기 해두는 것이 좋다. 임종이 다가오면 환자의 반응이 둔해져 이름을 불러도 좀처럼 응답하지 않는다. 이 상태를 '의식수준 저하'라고 한다. 이때 환자가 크게 숨을 쉰다음 10초 정도 숨을 멈추고 다시 숨을 쉬는 경우도 있다. 고통스럽게 보일 때도 있지만, 환자에게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이후 점점 아래 턱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호흡으로 바뀐다. 이 상태를 하악호흡이라고 한다. 최후의 호흡인 셈이다.

 

나는 병원에서 쓸쓸하게 죽어가기는 싫다. 가능하면 내 집 내 침대에서 조용히 죽고 싶다. 그때 나를 돌봐줄 사람이 있을까? 나이를 먹고 쇠약해진 몸으로 혼자 죽어가는 것은 매우 쓸쓸한 일일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집에서 사망하는 사람은 12.4% 정도이다. “쓰러져도 그냥 놔 둘것” 내가 작성해둔 사전 의료의향서의 요지이다. 밖에서 쓰러지면, 보통 곧바로 응급실로 실려간다. 뇌출혈이라면 의사는 머리를 열고 혈관을 클립으로 묶어 지혈한 다음 혈전을 제거한다. 심근경색이라면 심장혈관에 가는 관을 삽입하고 막혀 있는 혈전을 약으로 녹인다. 자력으로 호흡할 수 없는 경우는 기관에 관을 넣어 인공호흡기에 연결한다. 요즘 세상은 고도의 치료술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단숨에 죽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치료를 받으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반신불수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떠안게 된다.

 

재활치료는 너무나 힘들고, 튜브나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채로 죽는 것이 나는 정말 싫다.  나는 수명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죽고싶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이처럼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바람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전 의료의향서는 아직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이것을 써두면 의식을 잃은 뒤에도 가족이나 의사에게 연명치료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모두들 편안한 죽음 맞이하길 바라면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