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정과 이성( 리처드 래저러스, 버니

사랑

많은 소년들이 거부를 경험하지만, 여자에게 거절당한다고 해서 모두가 강박적으로 집착하거나 폭력적이 되지는 않는다.  남자든 여자든 사회는 사회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비극을 막는데 비교적 무력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나쁜 것은 사회가 그런 비극을 막는 일에 또는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처리하는 일에 충분한 돈과 자원을 투자하려 하지 않으면서 그런 비극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그런 비극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많은 것이 결핍된 사람들이 사랑의 욕망에 어떻게 더 잘 대처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의 게임을 잘하려면, 자신의 위치를 유리하게 보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함부로 덤벼들지 말아야 하며, 성급하게 진전을 이루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사랑을 하게 되면 당연히 다른 누구가를 소유하거나, 다른 누군가의 관심을 지배하고자 하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다고 가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젊은 사람에게 거부 경험은 일반적이다. 보통 경우에는 거부 경험이 패배한 사람의 실망이나 일시적으로 상처받은 에고 이상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사랑은 두 사람에게 반드시 똑같은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개인적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한 파트너는 사랑을 독립과 자율성의 희생으로서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반면,  다른 파트너는 상대에게 홀딱 반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섹스와 관련짓는 반면, 어떤 짝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한 파트너는 관계에 헌신하는 반면, 다른 파트너는 그런 헌신이 약할 수 있다. 사랑의 관계들은 끝도 없이 다양한 패턴과 감정들을 보여준다. 어떤 관계는 행복의 원천일 수 있고, 어떤 관계들은 고민의 원천일 수 있다.  사랑은 또한 문화적인 가치들과 뒤얽혀 있다. 따라서 사랑에 대한 관점은 문화마다 다르다. 서구 역사에서 결혼은 사회적이고 사업적인 관계였다.  그 주요한 사회적 과제는 자식을 기르는 것이었다.  결혼은 젊은 사람보다는 부모의 협상 결과였으며 사랑은 그 협상에서 안건으로 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서로 돌보는 관계를 규정한다.  사랑이 복잡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로맨틱한 사랑은 성적이지 않은 우애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  로맨틱한 사랑에 내재된 많은 태도들이 성적인 관련이나 정열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에서 사랑을 다루는 것을 보면, 이 경험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한지에 대해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사랑은 때로는 황홀한 마음 상태로서 모든 것을 사르는 보람 있는 정열로서 이상화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갈등, 고통, 비참함, 불행의 원천으로 비난 한다.  서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합리적인 강박관념으로 찬미된다. 사랑에 대한 접근 방식이 굴레의 방식이라고 보는 것은 자신에 대한 낮은 평가와 여자에게 사랑받고 높은 평가를 받고자 하는 필사적인 욕구가 겹쳐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격렬한 감정으로서의 사랑과 감정적 태도로서의 사랑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사랑을 묘사할 때 사랑은 감정적 태도를 말한다.  사랑이라는 격렬한 감정은 사랑하는 관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그것은 특별한 대화, 좋은 기회, 로맨틱한 분위기, 상대를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성호르몬이 솟구치는 것 같은 매우 신체적인 것에 의해 자극받는다. 가장 로맨틱한 연애에서도 각자 일을 하러 가거나헤어져 있을 때 사랑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 다른 일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로맨틱한 사랑이라면 보통 성적인 친밀감을 포함하여 연인들의 것으로 한정된다. 연인들이 서로 긍정적으로 존중해주고, 서로를 동등하게 여기고 어느 정도 성적인 정열을 느끼는 것이다. 로맨틱한 사랑의 극적인 플롯은 우리 대부분에게 분명하다.  애정과 신체적 친밀감을 바라거나, 거기에 참여하는 것인 데 꼭 그렇지는 않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보답 받는다.  우리는 사랑에서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바라게 된다. 상대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염려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구애는 복잡한 문제다. 우선 직면해야 할 어려운 문제는 거부 가능성이다. 대체로 상대의 긍정적인 반응에 대한 현실적인 증거가 있을 때에만 관계가 점진적으로 발전해간다. 긍정적인 반응이 없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괴롭고 기가 죽는 일이다. 구애의 문제들은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격하게 나타난다.  또 억제되어 있거나,  상대의 거부에 취약해서 모욕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첨예하게 나타난다. 사랑의 상실에 대한 응답은 위험한 수준의 분노이거나, 심지어 우울과 애도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사랑을 구하고 유지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더 복잡하고 민감하며, 또 감정적인 위험을 가진 일은 없을 것이다.

 

정열이 좀처럼 또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면,  또는 사랑이 없는 상태에서 관계를 지탱하는 것이 너무 힘겹다면 헌신의 약속은 해체될 수도 있다. 사회는 파트너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상호간 의무를 유지시키며,  파트너들이 사회적 직업적으로 자리를 잡아 예측가능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며,  자식 양육의 편의를 제공하며, 사회가 중시하는 가치들을 지탱해 나간다. 많은 부부들의 실망이 사랑을 지속적인 마음상태로 여기는 로맨틱하고,  비현실적인 관념들에서 비릇된다. 그들은 두 파트너의 서로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나의 감정으로서 사랑에서 문제되는 것은 정열은 차오르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며, 오랜 기간, 매순간 쉼없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애적인 사랑 역시 친밀함과 사랑의 느낌에 중심을 둔다.  그리고 서로의 행복에 대한 긍정적인 존중과 관심이 상호작용할 때 기쁨이 생긴다.  그 극적인 플롯은 애정을 바라거나 거기에 참여하는 것인 데, 꼭 그렇지는 않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보답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로맨틱한 사랑과 매우 흡사하다.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를 사랑한다.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헌신은 보통 매우 강하다. 또 대체로 로맨틱한 사랑의 경우보다 훨씬 더 일방적이다.

 

부모도 애정을 요구한다. 그것이 없으면 실망, 분노, 죄책감, 수치심이 생긴다. 부모들이 자식을 낳고 돌보는 것은 하나의 의무, 일종의 도덕적 명령이다. 거기에는 사실 사랑의 감정은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은 책임 문제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이를 갖는 것이, 그들의 생활을 풍부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심지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노년에 자식들이 동무해 주고, 돌보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아기를 돌보고 싶어하는 경향에는 뭔가 생물적인 것이 있다. 어쩌면 사랑을 찾는 것은 우리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를 돌보아줄 사람들, 개인으로서의 중요성과 긍정적인 특질을 인정해줄 사람들, 세상에 대항하여 우리와 힘을 합해 삶의 요구와 기회를 처리해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느낌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이 생물적 조건에서 영향을 받고, 또 얼마나 많은 부분이 사회적 경험에서 영향을 받는가?  로맨틱한 사랑이 하나의 감정인가?  아니면 순수하게 생물적 기능과 호르몬 작용인가? 우애적인 사랑에는 빠져있고, 로맨틱한 사랑에서는 중심 무대를 차지하는 것이 에로틱한 정열이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관계에서 사랑의 힘과 강렬함을 유년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는 이야기를 해두고 싶다.  어른이 되어서 사랑을 하게 되면 유년 초기의 관계 특히, 자식과 부모의 공생적 관계를 재발견한다고 한다. 어른의 사랑에는 두 독립된 개인의 융합이 있는 것이다. 어떤 어른들은 관계에서 영원히 아이로 남는다. 그들은 사랑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반응 없는 사랑에게 강박적으로 몰두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늘 사랑에 굶주려 평생 만족하지 못하기도 하다.

 

 

'감정과 이성( 리처드 래저러스, 버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학적 경험  (0) 2014.06.09
감사, 동정심  (0) 2014.06.05
긍지  (0) 2014.05.30
행복감  (0) 2014.05.29
슬픔/우울  (0) 201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