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케임브리지 대학 법학과 입시 인터뷰 'Where does honesty fit into law?"라는
질문에 영국 작가 존 판던이 쓴 답변이다.
..변호사는 법률의 허점만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이렇게 보면 정직함은 법률의 어느 부분에도
맞지 않다. 변호사는 사적으로 고용되어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의뢰인이
원하는 것이 진실의 추구나 사회정의가 아니라 자신이 도망칠 구멍이라면, 어쩔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인의 눈에 비친 그들은 단지 나쁜 일을 돕는 공범일
뿐이다. 냉소적 관점에서 보자면, 변호사란 그저 법적 제약의 덤불을 통과시키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법률은 사회가 원활하게 잘 돌아가도록 돕는 일종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법률을 보는
관점중 하나이다. 법률은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 처럼, 자신의 기능을 맹목적으로 수행할 뿐이다.
법률가란 단순히 이 법률이라는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기술자에 불과하다.
현실에서 진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한다. 법정에서 증인석에 들어서는 증인에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오로지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라는 선서이다. 진실에 대한
추구가 바로 법률의 핵심인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이따금 정직하지 못할 때도 있다.
법률 제도는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대부분의 경우에 정직하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이 항상 정직하기만 하다면, 법률이라는 테두리는 불필요하지 않을까? 그때
필요한 것은 강제성을 지닌 법이 아니라, 서로 간에 의견을 잘 조정할 수 있는 일종의 지침서일
것이다.
법률의 힘은 사람들이 부정직한 경우에 필요하다. 이론적으로 법률은 대다수의 정직한
사람들을 부정직한 소수로부터 보호하는 장치이다. 법의 강제성은 물론 개인의 자유를
제약한다. 자유의 일부를 포기한 대신에 타인의 부정직함 때문에 생길 수도 있는 위험으로
부터 법률의 보호를 받는데 동의한 것이다. 이것이 로크가 주장하는 '사회계약'이다.
우리는 법정에서 증인이 반드시 진실만을 말할 거라고 꼭 믿지는 않는다. 우리는 법관의
정직함에 의존한다. 법관들이 대부분의 경우에 진실을 말할 것임을, 또 부당한 영향과
뇌물에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만일 그들이 그러지 못한다면, 국가는 더 이상
법률의 지배를 받지 않고, 힘을 가진 자들에게 휘둘리게 된다.
법제도 임무는 누군가가 부정직하거나, 나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다. 만약에
법관들이 국민들 모두가 부정직하다고 마음 속으로 부터 깊이 믿고 있다면, 그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겠는가?
생존과 성공을 원한다면 부정직해질 수 밖에 없다는, 이러한 생각은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드러났다.
많은 사회이론가들은 현실의 사람들이 정직함을 진실로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의 이익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본다. 그래서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정직하지 않다는 전제하에
법률도 만들고, 사회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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