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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인생이라는 이야기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젊은 귀족과 미모의 창녀 비올레타의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다. 비올레타의 연인이 늦게 도착했더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시간 경과가 아니라 주요 사건기억할 수 있는 순간을 다룬다. 이것이 기억 자아가 활동하는 방식이다. 기억자아는 이야기를 구성하고, 미래에 참고하기 위해서 보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은자기 삶의 이야기에 매우 관심이 많고, 멋진 영웅이 출현하는 좋은 이야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사실이다. 인생은 시간 조각들의 순서가 아니라, 시간의 젼형적 조각으로 대표되었다. 결과적으로 전체 행복은 사는 동안 느꼈던 행복의 총계가 아니라 인생에서 전형적인 기간에 느낀 행복이다. 아주 행복한 삶에 약간만 행복한 5년을 덧붙였더니, 인생의 전체 행복 평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결혼 사진이나 여행 사진을 들춰보는 일은 드물고 심지어 전혀 안볼 때도 종종 있지만,  사진은 기억 자아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우리는 저장될거라 기대하는 이야기와 가억모음으로 여행과 휴가를 자주 평가한다. '잊지못할' 이라는 단어는 멋진 휴가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못할거라는 선언은 그 순간의 성격을 바꿔놓는다. 자의적으로 기억할만한 경험은 다른 경우에는 얻을 수 없었던 무게와 중요성을 제공한다. 나는 나의 기억 자아이며, 내가 생활하게 해주는 경험 자아는 내게 낯선 사람과도 같다.

 

나는 인생의 만족도가 행복의 유용한 측정 수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계속하고 싶은 수많은 다양한 경험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는 계속 있고 싶어하는 상태의 여러 사례중 하나는 어떤 일에 완전히 몰입된 상태이다.  예술가들이 창조적 순간에 느끼는 경험,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책에 집중할 때, 단어 맞추기 퍼즐을하면서 흥분할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것이다. 사랑, 쾌락, 관심, 희망, 기쁨 등 많은 종류의 긍정적 감정들이 있다. 부정적 감정 역시 분노, 치욕, 우울, 고독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긍정적 및 부정적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인생 대부분의 순간들은 궁극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라고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개인이 불쾌한 상태로 보내는 시간 비율을 'U지수'라고 부른다.  깨어있는 16시간 중 4시간을 불쾌한 상태로 보낸 사람의 U지수는25%이다. U지수의 매력은 그것이 평가척도가 아니라, 시간의 객관적 측정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만일 어떤 인구의 U지수가 20%에서 18%로 떨어진다면, 그들이 감정적 불만이나 고통에서 보낸 전체 시간이 10분의 1로 줄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출퇴근,  직장업무,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부정적 감정으로 보내는 시간비율을 측정할 수 있다. 미국 도시여성 1000명의 U지수는 오전 출근시간에는 29%, 근무시간에는 27%, 보육활동 때는 24%, 가사 시간에는 18%,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12%, 섹스 할 때 5%였다.

 

직장에서 느끼는 기분은 대개 지위와 복지혜택들을 포함한 일반적인 일자리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료와의 관계, 회의시 오가는 고성, 시간에 대한 압박, 상사의 등장 같은 상황적 요인이다. 감정상태는 주로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 따라 결정되며,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현재 상태와 당면한 환경에 집중한다. 미국에서는 더 많이 교육 받은 사람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와 달리 나쁜 건강은 인생 평가보다 행복 경험에 더 강력한 역효과를 미친다. 자녀와 함께 보내는 생활도 일상 기분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게 사실이다. 가난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며 부유함은 인생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지만,  행복 경험을 개선해주지는 못한다. 너무 가난하면 살면서 맞닥뜨리는 이런 저런 고통이 더 힘겨워진다.  특히 질병은 여유 있는 사람보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훨씬 큰 치명타를 안긴다. 극빈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심각한 차이는 결혼과 고독이 주는 효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말이 행복 경험에 주는 혜택 효과 역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극빈자에게 매우 적다.

 

소득이 높을수록 흥미로운 장소로 떠나는 휴가와 오페라 입장권, 생활환경개선 등을 포함해 많은 즐거움들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결과다.  이처럼 추가된 쾌락이 왜 행복 경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걸까?  소득이 늘수록 인생의 자잘한 즐거움을 누릴수 있는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행복감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당신이 시간 사용을 통제하는 것이다.  당신은 즐기는 일을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가?  소득의 만족 수준을 넘어서면 돈을 주고 더 즐거운 경험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덜 비싼 경험들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일부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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