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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대니얼 길버트)

우리만의 천국

"내 삶은 신체적, 재정적 그리고 정신적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며 살지 못했다." 이런 넘치는 만족감을 고백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사용했다는 기적과도 같은 비법은 무엇일까?  이런 고백을 하는 사람들은 사고로 전신 마비가 되었거나 무고하게 혐의를 뒤집어 씌고 복역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 이야기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강간, 신체적 폭력, 자연재해 등과 같은 외상을 경험하지만 그 가운데 외상후 병리를 보이거나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주요 외상 사건들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이후로도 매우 잘 지내며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이 강화되었다고 진술했다. 물론 이런 주장이 무슨 노래 가사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처럼 미심쩍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불행한 일을 경험 후에도 사람들은 괘 잘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전신마비에 걸린 사람들이 다른 사람 못지않게 행복하다고 말할 때 그것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엄청난 사건들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하는 이런 말들은 그런 일을 그저 상상만 해본 사람들에게는 터무니 없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부정적인 사건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은 아니다. 실직이나 이별을 겪게 되면 어떨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중요한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자신이 응원하는 운동팀이 중요한 게임에서 패했을 때 또는 면접, 시험, 콘테스트에서 떨어졌을 때, 어떻게 느낄지 사람들에게 예측해 보라고 하면 그들은 자신이 좋지 않은 기분을 얼마나 강렬하게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느낄지 과대평가한다.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그 장애를 없애기 위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비용보다 장애 없는 사람들이 그런 장애를 피하기 위해 지불하겠다는 비용이 훨씬 큰 법이다. 그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행복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극은 모호하기 때문에 한 자극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그 모호함을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떤 도구를 동원해 특정 상황에서 특정 의미만 보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맥락, 빈도, 최신성이 이런 도구들이 특히 중요하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모호함을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이 단어나 문장 혹은 도형의 모양을 해석하는데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삶의 경험들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더 자주 나타난다.

 

아이스크림은 살찌는 음식이지만 동시에 맛있는 음식이기도 하며, 케일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지만 동시에 맛은 씁쓸하다.

음식을 단순히 머릿 속으로만 상상하는 경우 우리 뇌는 맛과 건강의 두 가지 해석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러나 음식을 실제로 먹으려고 하면 뇌는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즉 맛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건강에 좋은 케일로 해석하거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경험의 수보다는 같은 경험이라도 그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의 수가 더 많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많은 해석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과 이상 사이의 타협이다. 즉 우리는 명백한 현실과 낙관적인 환상의 적절한 조합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와 착각 가운데 어느 하나를 완전히 버릴 수 없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는 장미빛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고 있다. 그 색안경은 불투명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우리는 세상 속에 직접 뛰어들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색안경이 완전히 불투명이어서는 안된다. 생존에 필요한 일을 위해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세상을 너무 선명하게 볼 수도 없다. 우리는 현실 없이도 살 수 없고 착각 없이도 살수 없다.

 

신체 면역체계가 질병에 대항해 몸을 지키는 것과 같이 심리면역체계도 불행에 대비해 우리 마음을 보호한다. 신체면억체계의 활동이 떨어지면 몸 속에 들어오는 미세한 천적들에 대항해 몸을 보호할 수 없고 결국 질병에 감염되고 만다. 반면에 신체 면억체계가 과잉 활동하면 몸 속의 세포를 침입자로 착각하고 공격하게 된다. 따라서 건강한 신체면역체계는 이처럼 상충되는 필요들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우리를 잘 보호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거절, 실패,  상실, 불운 등에 직면했을 때 우리 심리면역체계는 우리를 방어하되 지나치게 방어해서는 안된다. 건강한 심리면역체계는 우리가 당면한 상황에 대처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좋은 기분을 유지해 주는 동시에 그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 할 수 있도록 때로는 불편감도 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