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여기저기 구멍 뚫린 벽이라면 미래는 큰 구멍 그 자체이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채워 넣기 속임수를 쓰지만 미래에 대한 상상은 그 자체가 채워 넣은 속임수다. 현재가 우리 기억 속에서 과거가 일부분의 색을 바꾸는 것이라면 미래에 대한 상상은 현재에 의한 완전히 창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오늘과 전혀 다른 내일을 상상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현재의 생각, 소망, 감정과 전혀 다른 생각, 소망, 감정을 미래에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다.
나는 늘 숨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먹어왔던 것 같다. 폐가 운동할 공간이 없어서 호흡이 곤란해지고, 더 이상 빵 한 조각도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그만 먹게 된다. 그리고 소화가 될 때까지 씩씩거리며 누워서, “다시는 내가 뭘 먹나봐” 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그 이후 다시 먹었고 또 다시 후회한다. 추리소설을 읽다가 드디어 마지막 쪽에 왔는데 범인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내용이 사라졌다면 어떨까? 호기심은 아주 강렬한 요구다. 하지만 당신이 무언가를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기 전까지는 그 호기심이 얼마나 당신을 좌우할지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미래의 사건을 상상할 때마다 종이에 그 사건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기록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그 사건을 상상 속에서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상상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반응에 기초하여 미래를 예측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상상은 사물을 미리 보게 해 주며 또한 사건을 미리 느껴보게 해준다. 우리의 감정을 예측할 때는 논리적인 분석보다 앞에서 소개한 미리 느껴보기가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다.
한 연구에서 전국 각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삶의 만족도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그날 날씨가 좋았던 지역의 사람들은 자신이 비교적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그날 날씨가 궂었던 지역의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가 자기 삶을 상상하면서 그 상상을 통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에 기초를 두고 만족도를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놔는 현실 우선 원리에 따라 상상 속의 삶보다는 현재의 날씨에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울증 징후 가운데 하나는 미래를 예측할 때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어두컴컴한 곳에서 가만히 앉아 있기만하려 하는 친구에게 익숙한 말로 위로한다. “이런 기분 금방 지나갈거야, 모든 사람에게 다 때가 있다고 하잖아”등의 진부한 말로 위로 할 것이다. 하지만 우울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현재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상상하면서 행복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감정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지배해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감정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지배해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현재의 일로 기분 나쁠 때 미래를 긍정적으로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래를 상상하며 그것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야 마땅함에도 우리 뇌는 현재 상황에 먼저 반응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내일 역시 오늘과 동일한 느낌일 거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상상은 현재의 경계를 넘지 못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동시에 지각을 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경험하는 정서적 상태가, 미래가 닥쳤을 때 실제 경험하는 우리의 정서와 같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면서 경험하는 정서는 사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경험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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