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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대니얼 길버트)

시간을 상상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추상적인 시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것은 공간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시간을 공간인 것으로 상상한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과거는 우리 뒤에 있다. 미래가 우리 앞에 있다. 노년으로 향해 간다. 유아시절을 뒤돌아 본다. 하루하루가 우리 옆을 지나간다.” 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는 마치 저쪽에 위치한 어제로부터 떠나와 180도 반대방향에 있는 내일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진실중의 하나는 정말로 멋진 일도 처음 일어났을 때는 매우 감격스럽지만, 그것이 반복될수록 그 놀라움이 시들해진다는 점이다.  소나타를 듣거나 특별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거나 창가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경험을 할 때도 그 일이 반복되면 우리는 재빠르게 그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즐거움의 강도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한계효용체감이다.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가지 장치를 고안해 냈는데. 그것은 바로 다양성과 시간이다. 다시 말해 습관화를 이기는 한 방법은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습관화를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반복되는 경험 사이사이 시간을 늘이는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다양성과 시간중 하나만 있으면 다른 것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즉 같은 사건이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되면  다양성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어떤 일에 대한 미래의 우리 감정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는 그 일이 현재 일어난다면 어떻게 느낄 것인지 상상한다. 그 후 현재와 미래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 우리의 느낌을 조정한다. 가능한 대안들을 생각해 내는 일보다, 과거를 기억하는 편이 훨씬 더 쉽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하루 전까지 300달러에  세일해서 팔리던  휴양지 패키지 티켓이 4백 달러로 오르면 주저하지만, 똑 같은 패키지가 600달러에 팔리다가 500달러로 인하되면 선뜻 하려고 한다. 휴양지 티켓의 현재 가격을 이전 가격과 비교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과거에 아주 좋았던 옵션이 이제 조금밖에 좋아지지 않았다고해서 과거에 아주 형편 없었던 옵션이 조금 덜 형편없게 된 경우를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의 주관적 가치는 비교를 통해 결정된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할 수 있는 비교가 한가지 종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종류를 비교하느냐에 따라, 어떤 것의 가치가 크게 느껴질,수도 있고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어떤 일에 대한 미래의 우리 감정을 예측하고자 할 때 우리가 미래의 그 시점에서 그 일과 비교하게 될 대상이 무엇인지를 고려해야지 현재의 대안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람들은 현재 우리가 하는 비교와 미래에 우리가 하게 될 비교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크기가 작고 우아해 보이는 스피커와 커다랗고 네모난 모양의 커다란 스피커를 비교하고는 큰 소리의 스피커에 압도 되어 덩치큰 스피커를 구입한다. 그러나 일단 그 스피커를 집에 가져오면 더 이상 그 상점에 있던 다른 스피커들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예전에 집에 있던 우아하고 낡은 스피커가 비교 대상이 된다. 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1달러를 얻는 것보다, 1달러를 잃는 것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자산을 두 배로 늘려 줄 수 있는 85퍼센트의 가능성과, 그것을 잃어버릴 15퍼센트의 가능성이 있는 내기를 거부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큰 이득을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해도, 같은 크기의 손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차 가격에 동의하지 못하고 서로의 정직성과 어릴 적 가정교육까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다른 비교를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매자가 물건을 구입해 소유자가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소유자의 관점을 지니게 되고, 판매자가 물건을 팔고 나면 다시 구매자의 심리를 지니게 된다는 점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하는 비교들은 우리의 감정에 중대한 영양을 끼친다. 더불어 우리는 오늘 하는 비교가 내일 하게 될 비교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의 우리 감정이 현재의 감성과 다를 것이라는 점을 과소평가한다.

 

우리는 나름대로 모두 미래학자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문제는 미래를 예측할 때 더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현재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예측은 현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느끼는 감정 ,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생각은 미래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예측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시간은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현재와 비슷한 모습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경험하는 현실이 매우 강력하고 생생하기 때문에 그에 기초한 미래는 현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주의는 우리가 미래시점에 세상을 보는 방식과 현재시점에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