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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

행복이라는 신기루2

 

1974년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경제 성장이 인간의 운명을 개선시키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부유층에 매우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고, 빈곤층에 전혀 행복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행복이 절대적인 부가 아니라, 상대적인 부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부자들의 행복은 서열 맨 꼭대기에 있다는 만족감의 표현이며, 빈민 들의 불행은 맨 아래 있다는 좌절감의 표현이다. 사회 전체의 소득이 얼마나 되든지 간에 부자들은 맨 꼭대기에, 빈민들은 맨 밑바닥에 있기 때문에, 평균 행복수준은 변하지 않는다. 삶에서 최고의 것들-아름다운 주택, 최고 학부, 좋은 차 등- 은 대개 본질적으로 공급이 제한되어 있으며, 그래서 최고부자들만이 그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물질 소득이 생기더라도, 우리 기분은 잠시 좋아질 뿐이다. 그 뒤 그러한 소득 수준이 곧 습관이 되어버린다.

 

영국의 평균 소득은 지난 30년 동안 2배가 되었지만 중간 소득, 즉 분포도의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 증가율은 그에 훨씬 못미친다. 소득 증가가 주로 최상층에만 쏠렸기 때문이다. 어떤 문턱을 넘기기 전까지는 행복해지기 위해 절대 소득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충분한 영양공급의 결핍과 위생, 교육, 주거에서의 문제는 당연히 우울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소비재에서 얻는 장기적 행복을 과대평가 하고, 여가와 교육과 우정 및 다른 무형적인 것들에서 얻는 만족감은 과소평가한다. 누구나 서열의 꼭대기를 올라가고 싶어해도 지위경쟁이라는 논리에서 보면, 모든 사람의 소원을 이룰 수는 없으므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갑의 승리는 을의 패배라는 비용을 치러야 얻을 수 있으므로, 전체 행복의 총량은 일정할 수 밖에 없다. 지위경쟁 자체가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파티에서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도 소리를 크게 질러야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을 수 있다.

 

도덕가들은 행복이 부가 아니라, 사랑과 덕성에 달려있다고 말해왔다. 행복에 대한 표현이 관습에 크게 의지하며, 나라마다 표현방식이 아주 다양하다. 각자가 행복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행복은 쾌락이 고통보다 많은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행복은 객관적으로 바람직한 존재 여건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즐거운 심리상태라는 것이다. 또 행복은 집계가 가능하다고 한다. 인생이 행복은 그 개별 순간들에 대한 행복의 총합이라는 것이다. 초년 고생을 이기고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사람의 생애와 초년은 황금기였으나 ,나중에 가서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생애를 비교해보라. 우리는 당연히 전자가 행복하고, 후자는 불행한 삶이라고 말할 것이다.그러나 두 생애에 들어 있는 행복한 순간들의 합은 같을 수 있다. 그렇다면 행불행은 왜 구분하는 것일까?

 

죽을 때가 되어야 인생의 전모나 의미가 눈에 보이게 된다. 어떤 삶이 끝나기도 전에 그것을 행복하다거나 불행하다고 부르는 것은, 연극 한편이 끝나기 전에 그것을 비극이라거나 희극이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쾌락은 삶에 간간이 끼어드는 것으로 전체로서의 삶의 성격을 규정해주지 못한다. 행복은 단지 내적인 감정이 아니라 어떤 태도이자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행복은 자식이 대학을 들어갔다거나 등의 사실을 반갑게 받아들이는 판단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행복한 판단이 들 때가 있다. 재미는 기쁨과 동등한 것은 아니다. 행복은 쾌락과 기쁨과 다르다. 우리는 행복에는 대상이 있고, 그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행복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에 따라 고유한 특색을 갖는다고 덧붙일 수 있다. 행복은 두근거리는 가슴이나 전율 같은 것을 특징으로 하지 않는다. 깊은 행복은 인간의 좋은 것들 가운데 중심이 되는 것들과의 관계에 따라 규정된다. 사랑, 자녀출산, 중요한 업무완수 같은 것들 말이다.

 

만약 행복을 단지 심리 상태가 아니라면, 어떻게 하여 그것이 동시에 우리의 모든 노력의 궁극적 대상인 최고선 일 수 있는가? 어떤 기분도 그 자체로 나쁘지 않다. 그것이 나쁜 것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결과 때문이다. 건강, 존중, 우정, 여가 등 삶의 좋은 것들을 갖는 것은 행복할 이유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없는데 행복하다는 것은 망상이다. 낙원과 술은 불행한 사람들을 각자의 운명과 화해시키는 전통적인 도구였다. 행복이 잘 사는 것과 내적인 연관이 전혀 없는 그저 사적인 기분에 불과하다면, 과학의 힘을 빌어 두뇌를 수술하여 기분 좋게 만드는 두뇌 자극술이 가장 값싸고, 효과적으로 행복을 달성해 줄 수단임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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