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

파우스트적 협상1

케인즈는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앞으로 100년 넘게 우리 자신과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것이 반칙이고, 반칙이 공정한 것인양 살아야 한다.  반칙이 쓸모있고, 공정한 것이 쓸모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식과 쾌락과 권력을 얻는 대신 악마에게 영혼을 판 유명한 박사의 이름을 따서 '파우스트적'이라 불린다. 우리가 어떻게 하여 '목적없는 성장'이라는 꿈에, '끝없는 부'라는 꿈에 낚여버렸는지...  순진한 유토피아는 게으름과 안락함을 갈망하는 인간들이 영원한 바람의 표현이다. 철학자들의 유토피아, 거기에서 욕구는 단순히 즐겁게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관리의 대상이 된다. 토마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유토피아'에서는 모든 계급이 재산을 공유하고, 짧은 근로시간은 기술적 진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욕구의 엄격한 할당에 의해 가능해진다. 여가시간은 소비가 아니라 즐겁게 배우는 데서, 토론하는 데서, 독서하는 데서, 낭송하고 글을 쓰는 데서, 걷는 데서, 심신을 단련하는 데서, 또 연주나 연기를 하는데 사용된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 이름이 암시하듯 '오우토피아ou-topia', 즉 '없는 장소'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용맹은 고요함을 낳으며, 고요함은 편안함을, 편안함은 무질서를, 무질서는 파괴를 낳는다.  또 방향을 반대로 하여 파괴로부터 질서가 나오며, 질서에서 용맹이 나오고, 거기서 영광과 행운이 솟아난다” 라고 했다.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하늘과 지옥의 결혼’에서 “ 인력과 척력, 이성과 에너지, 사랑과 증오는 인간존재에 필요하다. 이러한 대립물로부터 종교인들이 선과 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생겨났다. 선은 이성에 복종하는 수동적인 것이다. 악은 에너지에서 솟아오르는 능동적인 것들이다. ”라고 썼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간의 욕구를 사악한 것이라고 배제하지 않고, 그것을 이용하여 사회를 다스린다는 이념을 발명했거나, 재발견했던 시대이다. 정치학에서 무엇이 덕인지 판정하는 기준은 선함이 아니라 성공여부에 있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의 경제관념애서 돈에 대한 애착은 도덕적으로 상스럽고, 역사적으로 파괴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졌다.

 

시림들은 지나친 부는 퇴폐를 낳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근대 초기 유럽국가들이 군인이란 하나의 전문직업이었으므로, 그러한 생각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군주들이 부의 창출 능력을 권장할 이유가 얼마든지 있었다.  부는 용병을 고용하거나 상비군을 유지할 수입원 이었기 때문이다영국계 네덜랜드인 버나드 맨더빌은 경제학의 마키아벨리같은 존재이다. 그는 인간본성을 도덕가들이 말하는대로 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애쓰는 인물이었다. 그는 탐욕과 고리대금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것을 반대하는 설교를 하는자들의 위선을 공격했다. 도덕은 간단하다. 부유하면서 악하거나, 가난하면서 덕성스러울 수는 있지만, 부유하면서 덕성스러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탐욕이라는 낡은 단어는 밀려나고, 점차 이기심이라는 무색무취한 단어가 들어섰다. 이제 탐욕은 사재기나 협잡 같은 병적이거나, 범죄적인 획득 형태에만 적용되었다. 일단 윤리적 불명예를 떨쳐버리고 나자, 돈벌이는 공개적으로 인과관계에 입각하여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인간을 자기발전이라는 자연적인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로 제시 했다.  그 욕망은 자유경쟁상황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린 것처럼, 그들을 인도하여 공적인 복지를 증진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아이작 뉴턴의 자연과학이 경제관계에까지 확장되며, 이기심이 중력의 역할을 맡는다. 이것은 혁명적인 발명이었다.  전통적 도덕은 사회를 공동선에 헌신하는 복합체로 보았다. 반대로 스미스에게 사회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순수하게 인과적인 결합체이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의 용도1  (0) 2014.01.16
파우스트적 협상2  (0) 2014.01.15
케인즈의 오류3  (0) 2014.01.09
케인즈의 오류2  (0) 2014.01.09
케인즈의 오류1  (0) 201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