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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가치관

전문적인 쪽으로만 훈련을 받다보니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이 멈춰 중도에 주저앉아 버리는 영재도 적지 않다. 훌륭한 영재가 되도록 아이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의 잠재력을 알아주는 훌륭한 스승,  감춰진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하게 해주는 부모, 독특한 생각을 포용해 주는 열린 사회 등의 외부조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약자와 소수에 따뜻한 배려. 정의롭지 못한 일을 거부하는 양심, 사회에 소속감을 키워주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사, 철학, 노동윤리, 운동을 통한 팀워크, 동아리 활동을 통한 리더쉽보다 영어, 수학만 강조하다보면, 오히려 진짜 인재는 사장되어 버린다. 머리만 좋은 영재보다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가슴 따뜻한 일꾼이 필요하다. 

 

연예인들의 얼굴을 TV나 신문을 통해 때로는 그들이 가족보다 더 가깝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얼굴 붉히고 다툴 일이 없는 공통의 무언가에 대해, 판단도 내리고 비난도 하면서 권태로운 일상에 활기를 찾는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공허한 자신의 삶은 보지 못하고, 남의 일에 열심히 나서는 부인들의 이미지가 그렇. 그런 여성은 아니더라도 적극적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기회도 별로 없고 비젼도 없는 보통 사람들은 가십거리를 만나 부정적인 소문을 확대 재생산 하면서, 상대적인 무력감과 박탈감을 일시적으로 해소하기도 한다정치인에게는 오만방자함, 재벌 등 기업가에게는 탐욕, 연예인에게는 사치와 방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 진다. 소문의 당사자로서는 물론 성가시고 화나는 일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경멸의 대상이라고 하소연 한다.  경제인은 열심히 일하는데 오해만 받고, 연예인들은 자기들 힘든 것을 몰라준다고 서운해 한다. 모습이 화려하니 일반인이 그 속사정을 어찌 알겠는가?

 

성장할수록 주변에서 쓴소리 해주는 사람들은 점점 사라진다. 자연히 성공한 사람은 자아가 고양 되어 죄의식이나 남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자리가 높고 돈이 많아질수록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여유가 없다. 스케줄이 바빠지고 책임져야 할 일도 많다. 그러면 겉은 부산하고 속은 공허해진다. 성공한 사람에게 보내는 환호에는 한계치가 있다. 갈채는 언제든 야유가 되고, 관심은 망각으로 변한다. 사람들은 유명세와 명성이 주는 화려함만 주목하고, 그 뒷면과 그 이후의 어둠은 주목하지 않는다. 가짜 자기에 사로잡혀 세상 무서운 줄 모를 때는 진짜 자기와 만나지 못한다. 남이 부추기는 화려한 가면이 아니라, 진짜 자기를 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추락과 고독은 큰 축복이다. 

 

대입 공부를 독려하며 '그렇게 공부 안하면 나중에 힘든 일만 하게 된다' 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교사, 학부모가 적지 않다. 부모뿐 아니라 교사나 교과서에서 조차 전문직과 관리직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가 육체적 노동을 폄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늙은 부모가 청소나 식당일 같은 고딘 일을 하는 데도 자격증이다, 해외연수다. 고시공부다 하면서 실상은, 게임이나 채팅만 하는 고학력 백수도 많다. 한창 일할 나이인데도 내 학력, 체면 하면서 자녀등골을 빼먹는 백수 부모도 만만치 않다. 부실한 사회보장제도와 높은 실업율속에서 지금까지는 가족들이 고학력 백수들을 먹여 살렸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사회적 격변속에 무임승차한 벼락부자들이 늘어나면서 놀고먹는 기생계층의 삶이 어느덧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출산율 저하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미 태어난 사람들을 제대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

 

원래 '멘토'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나갈 때 남겨진 아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한 친구의 이름이다.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뜻이니, 존경할만한 어른이 드문 현재 한국에 꼭 필요한 존재일 수도 있겠다. 멘토는 리더와는 다르다.  그들은 팀원을 냉소적으로 보거나, 무조건 나를 따르는 바보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훈련시키는 대상에게 진실이 담긴 애정과 존경을 보낸다. 개인이나 집단 모두, 선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똑똑하면서 동시에 멍청할 수 있다.  모이면 뭔가 창의적인 것이 많이 나온다며 막연히 집단지성을 추앙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만 낭비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정보가 공유될 때, 그 집단의 기술이 전반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다. 말, 그리고 인터넷은 인간의 지능을 획기적으로 진화 시켰다. 그러나 정보공유가 반드시 그 집단의 지혜를 보장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현명한 시민이 모이면,  절대 선을 구현하는 국가가 탄생할 수 있다'는 헤겔,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평등한 사회를 구현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마르크스, '다수결의 결정이 항상 최선'이라는 민주주의 신봉자들도 여전히 있다. 엘리트들에 의해 귀족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플라톤 이나, 엄청난 지혜를 가진 슈퍼맨을 기다린 니체 처럼,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 어리석은 민중을 계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진짜 멘토는 자기 일에 충실하고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소박하고 건실한 일꾼일 가능성이 많다멘토라는 미명아래 대중을 미혹하는 사람들을 우리 생활 속의 진짜 스승과 구별해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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