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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폭력사회

보통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살인범도 겉으로는 성실하고 평범해 보일 때가 많다. 대개는 열등감과 가슴에 한이 원인이 되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평소 성격은 오히려 약하고 순환 이들도 많다. 이것은 사람들이 전율을 느끼는 이유중 하나다. 물론 인간 내면에는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지만, 건강한 자아는 파괴적 충동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 조정해 남에게 해로운 일을 삼간다. 심리학자들은 연쇄살인범을 산업화나 자본주의가 가져온 인간 소외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연쇄 살인범들은 대개 스스로의 힘과 지배력, 또는 우월감에 집착한다. 동반자살을 하는 환자들은 자식이나 배우자를 자기 몸의 일부분으로 오인한다. 가족 구성원들이심리적 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우리 영역으로 뭉쳐있는 한국인의 정서의 한 단면도 관찰된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사고와 생활에 갇혀 있다. 뭐든 같이하고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또래 압력은 청소년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입시나 불평등 기회, 물질적 성공 제일주의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이고, 파괴적인 집단 동조성이 자살이라는 심리적 현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늑대’를 읽어보면, 인간과 짐승의 공격성 차이를 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물리적으로만 공격하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공격한다. 배신, 거짓말, 왕따 등이 그것이다특히 자존심에 상처를 받거나, 이런저런 셈에서 손해를 볼 때, 내 불행이 불공평한 사회시스템 때문이라고 믿을 때 등  자신의 분노가 외부의 어떤 요소와 만났을 때, 외부로 향한 분노는 더 강해진다선입관이나 통념에 사로잡혀 피상적인 사고만 하고, 후회와 반성을 할줄 모르는 사람들의 분노 역시 통제 불가능하다. 내 욕망과 바깥이 부닥칠 때 원인을 분석하고, 타협하기보다 주먹을 앞세워 단번에 바꾸려 한다. 빈부차이,  폭력적 영상, 경쟁과 소외가 주 원인이지만 가정폭력과 아동방치, 학교 폭력의 피해도 가해자를 만든다. 의학적으로는 감정과 동기를 관장하는 안와내측전전두피질이 분노조절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 발달이 부진한 것은 심각한 유전적 질환이 없는 한 후천적 결과이다.

 

무감동, 회피, 패배주의, 냉소, 모략, 험담 등의 행동 역시 소극적 분노의 표현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일거리를 맡을때 소극적이고 부드러운 사람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더러워서 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노를 표출하는 당사자들은 힘세고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말이 잘 먹히는 줄 착각한다. 화를 내면 교감신경물질과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증가해 과대망상적 상태에 빠지거나, 상대방을 이겼다는 느낌을 받는다. 분노를 내면화해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지는 사람들에 비해, 남이야 성처를 받든 말든 무조건 성질부터 부리는 사람은 오히려 건강하게 살 수도 있다. 장수 노인이 꼭 성정이 유하지만은 않다. 반대로 화풀이 할 때도 없는 고독한 사람들은 애먼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건강하고 편안하면 다른 사람을 잘 포용해 주지만, 병들고 살기 팍팍해지면 집단을 지속하기 위해 분노를 대신 받고, 괴로워하는 속죄양을 필요로 한다. 약자를 괴롭히는 가해자들의 특징은 주도적이고 계획적으로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지적인 지능은 높지만, 감성이나 사회적 지능은 낮아 아스퍼그 증후군이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가 많다. 이들은 능력은 있지만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에 우쭐하기만 할뿐, 당하는 이의 아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또 누군가를 충동적으로 괴롭히는 경우이다. 충동조절장애, 과잉행동증후군,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신장애 때문이다.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예측할 수 없는 과격한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해자에 은근히 동조하거나 눈을 감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약자편에 서면 손해볼 것 같아 두려운 회피형이다.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공감능력과 죄의식이 부족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중독자들을 검사해 보면, 소통과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리고 따돌림으로 고통받아 과거의 상처를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풀면서 보상 받으려 한다. 자신의 분노와 좌절감에 사로 잡혀 아이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부모, 나와 우리가족은 아무 문제없다고 부정하면서 모든 잘못을 학교, 친구, 조직 등 외부에 투사하는 부모도 가해 학생을 만든다. 닭장안에서 강한 닭이 먼저 좋은 먹이를 차지하고, 가장 약한 놈은 따돌림 당하는 위계질서가 있다.  반대로 철새나 코끼리 등 자연에서는 군락 동물끼리 최선을 다해 서로를 보호한다. 폐쇄적인 공간은 상대에 대한 배려같은 본성을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가족은 격식이나 포장없이 민얼굴을 서로 대하는 사이인지라 자칫 절제와 인내를 잃기 쉬우며,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과 배신감을 조절하기 힘들 수도 있다. 자신을 가장 아프게 하는 대상이 가족이라는 사실이 힘들게 한다. 본능을 조절하고 사랑하는 방식은 양육자에게서 배운다. 폭력은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수직 전달된다는 점을 부모가 알면, 자신이 때린 그 자녀에게 노후에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조심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성적과 경쟁 위주, 물질만능의 사고가 팽배해 아이들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들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치원 다니는 대여섯살 때부터 자기 부모가 잘산다는 이유로 어른들을 하인 부리듯 하고, 못사는 집 아이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방치되고 학대받는 아이들은 폭력적으로 변해 아무 끼림낌 없이 괴롭히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는데다 현실과 이상, 어른과 아이, 몸과 마음 등 여러 종류의 간극과 부러짐을 경험하게 되어 쉽게 화를 내고 분노한다. 성숙한 어른들처럼 본능을 상징적으로, 우회적으로 또는 승화해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이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청소년기의 특징에 더해 빈부격차,  기회 불균등 같은 사회적 불평등과 경쟁만 강조하는 비인간적인 교육환경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고소득층에서는 도를 넘는 사교육을 받느라 무기력, 의욕상실, 집중력 장애,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부모와 사회로부터 방치되어 지능저하,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폭력, 도둑질과 성폭력 등의 비행이 늘어나는 정신질환의 양극화 현상도 관찰된다. 최근 더욱 악랄해지는 청소년 폭력 뒤에는 어차피 노력해봤자 인생역전은 없다는 자포자기, 하기 싫은 공부를 노예 부리듯 억지로 시키는 부모나 교사에 대한 분노, 돌봐주고 이끌어주는 믿을 만한 어른이 없는 세상에 대한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게까지된 근본원인은 무엇보다 가정교육 부재가 아닐까 싶다. 한 자녀, 두 자녀만 두고 핵가족으로 살면서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남들을 배려하는 소중한 경험을 박탈 당한다. 철저하게 손해보는 것을 싫어하고,  남들 때문에 불편한 것을 못 참는 핵가족의 젊은 부모 밑에서 자아 중심적인 교육만 받은 아이들에게 남을 위한 배려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부갈등, 일터에서의 좌절감, 공허감 등 자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모밑에서 자라 감성적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

 

사회에서 성취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과잉보상을 바라면서 아이들이 감당못하는 이른바 조기교육만 열심히 시키면 정상적인 성격형성에 필요한 인성교육 기회를 놓치게 된다. 한국 부모들은 열정적이고 근면하지만 죄의식 없이 체벌을 가하고, 오로지 자기아이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한다.  문제는 교육문제가 아니라, 한국 학부모들의 심성이다.  특히 사회 참여가 좌절된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모두 쏟아부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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