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한국과 일본 , 웃음

 

나라마다 편견에 가까운 이미지들이 있어서 폴란드의 멍청함, 이탈리아의 휘젓는 어머니, 그리스의 독재자 아버지, 아일랜드의 술버릇, 영국의 경직됨, 미국의 나르시즘, 중국의 장사 속, 일본의 위장된 친절은 종종 조롱기 많은 희극의 단골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 중 한국인들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 벌어 남한테 과시하고, 자식인생에 일일이 간섭하며, 문제가 생기면 소리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며 절대 양보하지 않는 이미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받아들이긴 싫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이미지는 합리적인 면보다 불합리하고 전근대적인 온정주의, 개인적 인연에 집착하는 부정적인 쪽에 더 가깝다. 전쟁과 군사독재, 무한경쟁 등으로 피폐해진 정서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데 대한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지성의 즐거움을 학벌이나 지위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집단은 동조성을 보이게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분노와 폭력은 매우 전염성이 강하다.  2007년을 고비로 사회적 갈등지수가 점점 악화되어 분열이 더 심해지고 있다. 억울하면 논리와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법으로 만들어 집행하는 강자와 그 대변자들이 힘 없고, 돈 없고, 아는 것 없는 약자 입장을 얼마나 배려하며 함께 가려는지 의심스럽다이상하게 만나면 화가 나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대가 있다. 비슷한 길을 가는 라이벌인 경우가 있고, 나와 완전히 정반대 성격에 전혀 다른 인생행로를 가는 대상일 수도 있다. 이런 감정의 뿌리를 무의식에 있는 그림자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무위식속에 숨어있는 자기의 또 다른 측면을 보이는 특정한 대상, 즉 자기의 그림자에 대한 감정이다. 욕하면서 닮는 이유는 이렇게 그림자와 내 무의식의 한 부분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집단 무의식과 의식상황 양쪽에서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아 콤플렉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일본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배울게 많은 일본의 문화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다.  일본인 역시 과거사를 정리하지 못하고,  극우적인 입장만 고집하면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부터 좋은 점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일본에 부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선망과 동경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도 많아졌다. 한국 젊은이들 역시 식민시대의 아픔에 발목 잡히기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일본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 들인다. 일본인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한다.  또한 받은 만큼 꼭 갚아야 한다고 믿는다. 한국인이 대체로 솔직하게 분노를 표현한다면, 일본인들은 대체로 꽁하게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 날리는 경향이 있다.

 

웃음은 인간의 감정표현과 행동중 가장 복잡한 메커니즘 중 하나이다.  호흡을 관장하는 뇌구조인 해마체, 시상하부, 편도체에서부터 감정중추인 변연피질과 지적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후두엽 등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 의식과 무의식, 이성과 감정, 신체와 정신이 함께 참여해야만 웃음이 가능하다뇌세포가 스펀지처럼 변하는 쿠루병은 웃음병이라고 하는데 바이러스 감염으로 단백질이 변형된 프리온이 뇌를 전체적으로 헝클어 버린 탓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환경에서 완고한 이성의 전두엽에만 의지해 살아 유머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인생도 참으로 지루하다. 운명의 힘앞에 무력하면 비극이 되지만, 운명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할 수 있으면 희극이 된다. 최근 돈 많은 사람들과 권력자들에 대한 조롱이 온라인, 매스컴을 가리지 않고 넘쳐난다.  강자가 약자를 우스갯 소리로 삼는 것은 역겹지만,  약자가 강자를 조롱하는 풍자앞에서는 대부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풍자의 대상이 되었다고 고소를 남발하는 사람들은 그리 가까이 하고 싶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탈 시대  (0) 2013.12.19
폭력사회  (0) 2013.12.18
이념, 기성세대  (0) 2013.12.16
불편한 진실  (0) 2013.12.13
권력  (0) 201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