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이 좋다. 세상 어딜가도 이만한 자연이 없고, 이 만큼 친절한 관공서도 경찰도, 이만큼 정 많고 똑똑하고, 잘 생긴 국민도 없다. 물론 문제도 많다. 개인들이 무기력을 느낄만한 모순과 정의롭지 못한 점 투성이다. 급작스런 성장에 따른 그림자 역시 커졌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남과 비교하며 만들어 가는 병적 질투심이다. 기왕이면 앞서 가야 한다. 남보다 뒤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강박증처럼 사람들을 괴롭힌다. 사교육, 부동산, 조기유학, 명품병, 호화 결혼식 등의 뿌리에는 이런 과시의 마음이 숨어 있다. 서로에 대한 비난과 경쟁에 지친 한국은 모두 괴로운 지옥 같아 보일 때가 있다. 교육비 때문에, 취업 때문에, 결혼비용 때문에, 물가 때문에, 보장되지 않은 노후 때문에, 사람들은 죽겠다고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10대부터 노인까지 모두 내가 제일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콤플렉스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열등감과 다른 개념이다. 콤플렉스는 무엇이 모자라거나 넘치는 외적조건보다 더 깊숙하게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휘두른다. 모성 콤플렉스는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무덤까지 모두 관련되어 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면 지나치게 슬프고, 짠하고, 화나고, 행복하고, 머리가 아프고, 피곤해지면 모성애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것이다. 모성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은 위대한 의사도, 간호사도, 교육자도 될 수 있다. 사실 돈 콤플렉스가 없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고, 권력 콤플렉스가 없다면 높은 지위에 올라 갈 수 없다. 콤플렉스는 긍정적인 동력이 되기도 하고,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콤플렉스를 억압하고 부정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극복할 때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융 심리학에서 지향하는 목적은 내면의 참 자기를 찾는 개성화이다. 개성화란 주변 상황이나 집단적인 흐름 또는 대세에 동조하기보다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갖고 자기내부에 우러나오는 진정한 가치대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개성화 과정은 산에서 굴을 파고 벽을 보고 수련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먹고 출근하여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자기발전을 위해 공부하는 등 아주 평범한 일상 하나하나도 개성화의 일환일 수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든,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과연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행동하는지 궁금해지는게 당연하다. 사랑도 그런 궁금함에서 나와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열린 태도로 이해하지 않는 한 사랑은 시작되지도 지속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이해가 깊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기면 ,다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랑이 깊어진다.
힐링 열풍과 함께 '죽겠다, 아프다' 떠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주어진 운명을 묵묵히 견디며힘들어도 열심히 산다. 어느 나라 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총으로 쏴대지도 않고, 스스로 자살폭탄이 되는 일도 없다. 밤새 더러워진거리도 아침이면 깨끗하게 치워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 몇시간의 공부와 노동을 감내한다. 앞으로도 힘들어도 한국인은 주어진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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