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대니얼 길버트)

미래로 가는 여행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하는 동물이다사실 인간의 뇌가 이루어 낸 가장 놀랄만한 업적은 오직 하나뿐 이므로 이것은 아무리 정교한 기계라도 흉내낼 수 조차 없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의식 경험이다. 인간의 뇌가 이루어낸 최대 업적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사물과 사상들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 능력이 우리로 하여금 미래를 생각 할 수 있게 한다. 한 철학자가 지적했듯이 인간의 뇌는 일종의 예견하는 기계로 이 기계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미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예측은 의식적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뇌가 과거를 현재에 덧붙여 미래를 만들어내는 데는 그 어떤 복잡한 생각이 필요 없다. 즉각적이며 단순한 예측에 대해서는 뇌가 예측하고 있다기보다 그냥 다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끊임없이 다음을 생각하고 있는 당신의 뇌가 놀라운 속도로 문장의 다음 내용들을 예측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무언가에 놀라는 것은, 그 순간 우리가 경험한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예측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자신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음에도 말이다뇌가 이미 알고 있던 것과 지금 보고 있는 것을 합해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는 점이다우리의 뇌는 다음 일을 생각하도록 만들어졌고 그것이 바로 뇌가 하는 일이다. 우리가 해변을 거닐 때 뇌는 발에 닿는 모래가 얼마나 단단하지 예측하고 그 정보에 근거하여 다리에 주는 힘을 조절한다.

 

인간의 뇌가 급격하게 커진 것은 이런 급격한 불균형적 성장은 전두엽이라는 뇌의 한 영역에 집중되어 나타났다. 전두엽의 일부를 파괴하는 기법은 다른 치료로는 효과를 얻을 수 없었던 불안과 우울증에 대해 일반적인 치료법이 되었다. 사람들은 전두엽의 일부가 손상 되면 침착해지는 반면, 계획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것은 한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불안과 계획을 연결시키는 개념적인 고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둘 다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불안을 느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계획을 한다. 계획하는 것은 미래를 내다 보는 일을 동반하며  이럴 때 나타날 수 있는 반응 중에 하나가 불안이다다른 어떤 동물도 우리의 전두엽 같은 기관을 갖지 못했고  따라서 오직 우리만이 우리의 방식으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두엽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내일을 상상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만왜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행복, 충만감 그리고 깨달음에 이르는 열쇠는 바로 미래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멈추는데 있다고 한다. 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인도까지 가서 시간, , 그리고 뇌세포를 소비했을까한번이라도 명상을 배워 보려 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일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미래를 생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두엽에게 일을 하지 말라고 설득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굳이 애쓰지 않는다미래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와 정신적인 삶 구석구석까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것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지를 조사하면 미래를 가장 많이 생각한다고 한다우리는 자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내일의 불쾌한 일들을 상상해 봄으로써 스스로 준비시킨다. 예측하는 것, 공포를 내다 보는 일이 될 수는 있지만 이때의 목적은 미래 예측보다 특정 모습의 미래를 예방 하는데 있다미래를 전망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고통을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뇌는 고집스럽게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내려 애쓴다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미리 앎으로써 지금 그 일에 관해 무엇인가 할 수 있기를 원한다만일 다음달 이자가 천정부지로 솟는다면, 우리는 채권을 사고자 할 것이다.  만일 비가 올 것이라면, 우산을 챙길 것이다. 이런 경우 지식은 큰 힘이 된다. 우리가 현재만의 순간을 즐기고 싶어하더라도, 우리 뇌는 고집 스럽게 미래를 상상하는 큰 이유는 뇌는 우리가 경험할 것들을 통제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왜 우리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전두엽이 있어 미래를 내다볼 수 있고 덕분에 예측할 수 있으며,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통제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미래가 있는 그대로 펼쳐지도록 내버려두지 못할까? 지금은 그냥 여기 있다가 미래가 되었을 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통제력을 행사하므로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뭔가 통제한다는 사실이 그 자체가 만족감을 주는 것이다인간은 통제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이 세상에 왔고 그 모습 그대로 이 세상을 떠난다살아가는 동 그 어느 한시점이라도 통제력을 상실하면 인간은 불행하고 무력하며 희망도 없고 우울해진다고 한다우리는 '왜 미래를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의 정답은 ' 통제를 통해 우리가 즐거움을 경험하기' 때문이다뭔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다른 동물들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쾌락과 고통을 배울 수 있지만, 우리는 겪어 보지 않은 일도 상상을 통해 예견함으로써 몸소 체험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배를 스스로 조종하겠다고 고집한다. 그러나 우리 조종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배가 말을 안듣거나 우리가 목적지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전망의 안경을 통해 보는 미래와 우리의 실제 미래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우리가 현재 존재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도 착시를 경험하고 과거에 대해서도 착각을 하듯,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면서 착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