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실컷 즐기다가 겨울에는 호된 시련을 당하는 베짱이의 우화는 정서적으로 아주 여린 어린 아이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우화를 듣는 순간부터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현재의 즐거움에 빠져있는 인생은 어리석고 미련하다고 머리에 박힌다. 그리고 성장한 후에 내일을 위해 오늘을 꼬박꼬박 바치며 살아간다. 놀고 싶지만 일해야 하고 쓰고 싶지만 아끼고, 먹고 싶지만 참는다. 어떤 사람은 미래를 위해 현재 삶의 전체를 희생한다. 미래를 생각하는 인간의 이러한 비범한 능력은 행복이라는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우리는 미래의 행복과 불행을 상상하면서 그것을 토대로 오늘의 시간과 노력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행복은 인간의 이러한 치밀한 계획에 의해 얻어지는 것보다 우연히 오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범하는 결정적인 실수중의 하나는 머릿속에서 그리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 미래에 실제 이루어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착각이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집에서 사는 꿈을 꾸다가 마침내, 그것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생각만큼 기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매우 비상하기 때문에우리는 스스로에게 속는 것이다.
혹시 우리가 미래를 위해 지나치게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살도록 마음으로부터 훈련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을 위해, 대학은 직장을 얻기 위해, 중년은 노년과 자식의 미래를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걱정이 지나치면 늘 미래에 구속되어 끌려가는 삶을 살게 된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많은 사람이 행복을 미래에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에 그것이 지금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어쩌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무엇이, 유전자가 진화하고 살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를 통제하도록 우리는 프로그램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당신이 10분 뒤에 죽게 된다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겠는가? 그 마지막 10분 동안 당신이 무엇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해 당신이 선택하게 될 일은, 당신이 오늘 행했던 일상적인 일들과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이 갑자기 끝나버린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 행동은 삶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을 때 행동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많은 행동은 바로 미래의 우리를 위해서이다.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하듯 현재의 우리는 미래의 우리 행복을 위해 현재의 수 많은 시간을 희생하며 준비한다. 현재의 우리는 퇴직 후의 건강한 여가는 물론 가족과의 단란한 행복을 위해 순간적인 충동을 외면하고 참으며, 모든 어려움을 감수한다. 미래의 그것만 이루어지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말라. 우리의 자식들 처럼 우리가 낳은 시간의 후손(우리 미래)들도 우리의 수고를 마냥 고마워 하지 않는다. 많은 희생을 한 결과들이 그렇게 고마워 하지 않는다, 자식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우리가 미래 그들이 꼭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땀 흘려 마련해 주어도 그들은 우리를 다시 원망할 것이며, 또 다른 요구를 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현재의 우리는 적어도 잠시 후의 우리의 기호나 취향 그리고 욕구를 알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우리는 미래의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할 직업이나 연인을 선택하고 원하는 것들을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미래의 우리는 어째서 현재의 우리가 장만해준 긴요한 것들에 불만이고 처박아 버리고 마는가? 왜 현재 우리가 선택한 연인에 대해 흠을 잡고 미래를 위해 해온 행동들에 대해 불만스러운가?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며 범하는 오류 또한 일정한 법칙을 따르며 주기적이고 체계적이다. 착시현상이 우리의 시각체계의 신비와 한계를 보여주듯 미래를 예측할 때 우리가 범하는 실수는 예측의 능력과 한계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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