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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셸리 키건, 박

영원한 삶에 관하여

삶의 모든 축복을 앗아가기 때문에 죽음이 나쁜 것이라고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영생이 아닐까? 삶에서 모든 축복이 사라져버렸다면, 죽음은 여러분에게서 좋은 것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 펼쳐질 삶이 전체적으로 좋은 것일 때만 죽음은 나쁜 것이라 할 수 있다. 삶이 앞으로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죽음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삶이 어떤 것을 주고 있는지 먼저 알아뵈야 한다. 이전까지 삶은 분명히 좋은 것이었는데, 50, 80,100살로 넘어가면서 어떤 시점에서 나쁜 것으로 변할 수 있다. 영원히 노화가 계속되고, 육체가 죽지 않고, 정신의 희미하고, 몸은 허약하고  병들어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영생이 이런 것이라면 죽음은 오히려 축복이다.  몽테뉴 역시 노년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고통과 괴로움과 비참함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죽음을 축복이라 말했다. 우리가 바라는 영생은 언제나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삶이다. 정말로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영생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야 할까?  영국의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 역시'모든 삶은 결국 지루하고, 고통스럽고, 그래서 결국 나쁜 것으로 변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 언젠가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영생이 나쁜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죽음 결코 나쁜 것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자동차 사고를 당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좋은소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내일 내가 죽을 것이라는 것도 분명 나쁜 소식이다. 영생이 나쁜 것이라고 해서 죽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십자말 풀이를 하면서 노는 것은 좋은 것이다. 영원히 십자말 풀이만 한다면 신물이 날 것이다. 지적인 차원의 가치있는일을 한다면 달라지겠지만... 심오한 수학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로 보인다. 그러나 수학을영원히 한다면, 매력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영원히 할 만큼 가치 있고, 재미있는 활동을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다. 50, 80,100 년을 한가지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공부하고, 여러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살아간다. 아무리 다양한 조합으로 산다고 해도 영원 앞에서는 지겹고, 고통스런 일일 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을 다 한다고해도 영원한 삶 속에서는순간일 뿐이다. 쾌락도 얼마간은 즐길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어떤 경험을 생각하고, 한발 물러서서 그 경험을 평가하는 능력이 있다여기 앉아 밖의 새소리를 듣고, 글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제대로 여러분에게 메시지를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강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있다.  즉 인간은 어떤 경험을 하면서도 동시에 그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반추한다. 영생문제는 결국 지루함의 문제이다. 100년넘게 살게되면, 삶에 흥미있는 것이 있을까? 그 무엇도 여러분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특수한 형태의 기억상실,  즉 계속해서 기억을 없애버리는 방법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억과  마찬가지로 관심, 욕망, 취향 역시 그렇다. 기억이 사라지는 것처럼 욕망도 변한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머나먼 미래의 나에 대해 누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살아있지만 그는 당신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취향도, 가치관도, 당신이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달라졌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사람은 나와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해간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삶이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오래 사는 삶'이다. 삶이 선사하는 모든 축복을 충분히 누릴때까지 사는게 가장 좋은 인생이라는 것이다. 죽음 나쁜게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죽음은 분명히 우리에게 나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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