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은 외톨이가 된다는 것이다. 가족도 하나 둘씩 어디론가 사라지고 친구도 하나 둘씩 죽어간다. 배달되는 우편물도 점점 줄어든다. 걸려오는 전화도 뜸해진다. 무엇보다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잦아진다. 소싯적에 화려한 생활을 한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면 더욱 외로움을 크게 느낀다. 이제는 자신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는 무력감이 깊어지면, 버림 받았다는 야속함이 겹쳐서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우울증은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감에 눌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했을 때 곧잘 생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외로움에 갇혀 있을 때 잘 생긴다.
어차피 인간은 외톨이로 태어나 외톨이로 죽는다. 죽을 때에 동반자가 있을 수 없다. 고독이라는 것은 돌려 생각하면 죽음을 위한 준비 훈련일 수도 있다. 고독을 두려워하면 두려워 할수록, 고독을 싫어하면 할수록, 더욱더 고독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고독을 이기는 방법은 오직 고독과 친해지는 것 밖에 없다.
고독은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을 때 그러니까 혼자 있을 때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복잡한 거리를 걷고 있어도, 만원 지하철 속에서도 고독은 여전히 존제한다. 헨리 소로는 숲속의 못가에 작은 오두막집을 짓고 홀로 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시내는 것이 건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같이 있으면 금세 따분해지고 마음이 초조해진다. 나는 밖에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오히려 외톨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을 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으나 고독한 것이다."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있을 때도, 불현듯 자신이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때 인간은 외로움을 느낀다. 고독은 익숙해 지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아무리 친해지려해도, 익숙해지려해도 늘 낯설고 힘들다. 늙은이가 느끼는 것은 외로움이다. 그런 점에서 마데테레사의 이 한마디가 내게 더욱 더 크게 다가온다.
"고독감과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느낌은 가장 비참한 빈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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