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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것, 죽는 다는 것. 홍사중 지음

노인의 얼굴

남자는 40이 지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은 30대까지는 본래 생긴대로 살게된다. 그러나 40세가 되면 그 동안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얼굴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40이 되고나면 얼굴은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관상술에서도 ' 像은 운명을 만들어 내고, 운명은 像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다.어떤 像을 가지고 태어났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상이란 인생의 출발점과도 같기 때문이다.

 

"두 여인이 거닐고 있다. 젊은 여인이 아름답다. 늙은 여인은 더욱 아름답다".   휘트만.

 젊은 여인의 아름다움은 육체적인 것이다. 반면에 나이든 여인의 아름다움은 품격에서 비릇된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나이와 무관하다. 잔주름이 있고 백발이 성성해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좋은 향기처럼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위에 노인들을 보면 똑같이 얼굴은 주름투성이에 허리는 굽어 있어도 마치 아름다운 노송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여기저기 움직이는 곳마다 추한 냄새를 풍기고 다니는 듯한 사람이 있다. 이 처럼 늙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어떻게 늙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변화를 두려워하고, 타성에 젖어서 유연한 사고력을 잃게 된다. 주변에 보면 지긋한 노인들끼리 별일도 아닌 일로 열을 올리면서 언성을 높이는 광경을 심심찮게 보게된다. 곁에서 가만히 들어보면, 누가 들어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서로가 옳다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인 것은 노인들은 싸워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가 지치기 때문이다.  아니면 중간에 노망끼 그만 부리라고 하여 분위기를 바꾸어 싱겁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 친구사이 일때는 이럴 수 있지만, 서로 알지 못하는 경우는 완고하게 자기 주장만 부리다가 관계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서로가 상대방이 고집불통이라 흉을 본다. 

 

환경에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완고한 성향을 보이는 것 뿐이다. 따라서 젊었을 때는 완고하지 않았던 사람이 늙었다고 완고해지는 것은 아니다. 얼핏 보기에 늙은 사람은 대부분이 고집스러워 보이고, 젊어서 고집이 세던 사람이 더욱 고집이 세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젊었을 때는 애써 숨기거나 자제하며 살아야 했지만, 늙은 다음에는 굳이 자기 주장을 굽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늙은이를 어쩔수 없는 늙은이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기억력이 감퇴되기 때문이다. 이승을 잊게 하기 위해  버리는 것인가?

 

우리 아버지는 종종 나에게 밥상에서 일어나려는 나에게 '애야, 좀 앉거라' 하고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는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나보다 생각하고 긴장하여 자리에 앉았는데, 어쩐 일인지 아버지는 시간이 지나도 아무말도 하지않는 것이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 했습니까'하고 물으면, 아버지는 '애기 좀 하려 했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는구나 '하며 멋쩍은 표정을 짓곤 하셨다. 노인들이 기억력을 상실하기 시작할 때 제일 먼저 잊는 것이 고유명사이다. '까라마조프의 형제' 작가 도스또예프스키도 죽을 무렵에 아내 이름조차 잊을 정도로 기억력이 감퇴 되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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