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저러한 약을 복용해도 전혀 차도가 없다고 하소연하자,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노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의사 역시도 노인이 되어보지 않은 이상 내 불편함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나를 위로하는 것이 있다면,주변에 나와 같은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늙으면 손발만 저린 것이 아니다. 온몸 구석구석이 온통 병투성다. 물론 의사들의 눈에는 병원 매출을 올려주는 환자로 보이겠지만. 실제로 늙으면 수없이 많은 육체적 고통이 찾아온다. 그렇다고해서 일일히 자식들에게 말하지도 못한다. 통증을 호소한다해도, 자식들에게 그저 늙은이의 엄살이나 넋두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들이 "요즘 어떠세요"라는 문안 전화를 걸어오더라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라고 대답한다. 늙는다는 것은 노인 자신도 처음으로 겪는 경험이다.
노인이 되면 병 아닌 병도 많아진다. 우선 잠이 많아진다. 노인이 되면 잠이 적어진다고 알고 있지만,그것은 젊었을 때와 달리 저녁잠이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것도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깊은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잠이 적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비몽사몽이라는 말은 어쩌면 노인의 하루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곁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노인들이 팔자좋게 종일토록 꾸벅거리는 것 같지만 결코 자고 싶어서 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밤에 깊이 자지 못하기 때문에 낮에 졸음이 밀려와서, 앉아만 있어도 스르르 눈이 감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