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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유전자를 압박하는 밈

진화심리학자 핀커와 폴 블룸은 언어 덕분에 우리 선조가 정보의 습득과 전달을 생물학적 진화보다 훨씬 빠른속도로 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다른 종들과의 경쟁에서 결정적인 이득을 누렸다고 말한다. 초기 인간은 식량의 위치, 영양가치, 안전에 대해 소통했다고 한다. 어째서 오직 인간만이 사냥이나 채집의 문제를 풀기위해 복잡하고, 신경적으로 값비싼 해법을 발전시켰는가? 어쩌면 그것은 인간의 사회생활이 복잡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국 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언어의 기능이 '수다떨기'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의 대화는 잡담이다. 그리고 수다는 털고르기를 대체한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고, 누가, 누구와 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말하고, 찬성하거나 반대하고, 편을 들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전반에 대해 조절된다. 털고르기와 잡담의 진정한 기능은 사회집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인데, 집단이 커지면 이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게 던바의 지적이다.

 

영장류중에서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종은 많은 시간을 집단유지 활동에 투자한다. 그들은 누가 누구와 동맹을 맺는가가 중요하다. 적은 쫓아버려야 하고, 친구 몸단장도 도와주어야 한다. 동맹과 식량을 나누고, 내가 곤란에 처했을 때 도와줄 것을 기대한다. 친구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돕는다. 이런 식의 상호작용은 기억할 것이 아주 많기 때문에 큰 뇌가 필요하다.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떤 일을 했는지, 현 시점에서 각 동맹이 얼마나 강고하고 위태로운지 기억해야한다. 개코원숭이나 침팬지는 50마리 정도씩 집단을 이루며, 하루 시간의 최대 5분의1을 털고르기에 쓴다. 사람은 그보다 더 큰 집단으로 살아간다. 사람은 최대 2000명까지도 안면을 인식할 수 있지만 던바에 따르면, 사회생활에서든, 군대에서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집단의 규모는 대략 150명 정도다. 침팬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만한 규모의 털고르기를 하기 위해서는 40%의 시간을 써야 한다. 던바는 우리 조상이 아프리카의 숲을 떠나 초원으로 나움으로써 더 큰 위험에 직면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바람직한 생존전략은 수를 늘려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었을텐데, 그렇게 큰 집단을 털고르기로 유지하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사람의 언어능력은 유전자가 아니라 주로 밈에게 선택적 이득을 부여했다. 그러자 밈이 유전자의 선택환경을 바꿔놓았고, 유전자를 강요하여 밈확산의 도구를 만들어내게 했다. 도킨스는 성공적인 복제자의 기준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충실도, 다산성, 긴 수명이다. 생물학자들은 다산성 기준의 양극단을 구분하여 각각 r선택, k선택이라고 부른다. k선택은 예측이 어려운 불안정한 환경에 적용되는데, 이때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빠르게 번식하는 게 유리하다.  높은 생산력, 작은 크기, 장거리 확산이 선호된다. 개구리, 파리, 토끼 등이 그 예다.  k선택은 예측 가능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작동한다.  이때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심각한 경쟁이 벌어지므로 큰 크기, 긴 수명, 소수의 자손을 낳아 제대로 보살피는 전략이 선호된다. k선택을 따르는 종은 코끼리나 사람 등이 있다.

 

제2복제자는 뇌라는 복사기를 이용하여 무수한 복사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행동을 복사하고, 태도를 복사하고, 몸짓과 표정을 복사하고, 소리를 복사했다. 특정 소리가 왜 복사 되는지는 문제가 안된다. 그것은 기억하기 쉬워서든, 따라하기 쉬워서든, 기분좋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든, 유용한 정보를 주기 때문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저 많은 소리가 복사경쟁을 벌일 때는 높은 충실도, 높은 다산성, 긴 수명을 가진 소리가 성공하기 마련이라는 일반적인 원칙이 있으면 된다. 단세포 생물이 흔한 환경에서야 비로소 다세포 생물이 생겨났고, 산소를 생산하는 식물이 선행한 뒤에야 비로소 동물이 나타났고, 작은 사냥감이 풍족하게 존재한 뒤에야 비로소 동물이 나타났다. 전 세계 주요 언어들은 산업과 금융, 운송, 정보, 기술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역사적 요소 때문에 남들보다 처지가 나은 언어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언어들로 전달되는 밈의 충실도, 다산성, 수명이라는 세기준을 염두에 두고, 언어들의 진화와 경쟁과 멸종을 살펴보면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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