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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언어의 기원

조용히 일하는 직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가게, 사무실에서 버스, 기차에서 공장과 식당에서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나누지 않을 때는 라디오를 틀어서 목소리를 듣거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을 때가 많다. 언어를 사용하는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도 있다. 편지, 잡지, 아침마다 현관에 배달되는 신문, 전화벨 소리, 종이를 뱉어내기 시작하는 팩스, 홍수처럼 밀려드는 이메일, 여기에 소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경이적이다. 이게 다 무엇을 위한 일일까? 우리가 왜 말을 하는가, 어떻게 언어를 갖게 되었는가. 왜 언어를 그렇게 많이 쓰게 되었는가. 줄기차게 이야기 하려면 에너지가 든다. 그것도 아주 많이 든다. 생각에도 에너지가 들지만, 말에는 그보다 더 많이 든다. 말하는 중이거나 말을 듣고, 이해하는 중에는 반드시 여러 뇌 영역들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도 기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살아있는 생물은 자신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힘들게 일해야 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은 생존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그런데 왜 진화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입을 놀리는 생물로 만들었을까? 말이 사회적 결속을 다지거나 유용한 정보를 교환하는 기능 같은 역할을 할까?  말은 밈을 퍼뜨린다. 아마 밈을 퍼뜨리기 위해서일까?  

 

화단은 우리가 좋아하는 식물을 위해 준비된 텅빈 공간이지만, 그 상태로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조용한 사람은 무언가에게 이용 되기만을 바라는 한가한 복제기계와 같다. 우리 뇌에는 발상, 기억, 남과 공유할 생각, 수행해야 할 행동이 가득하고, 사회에는 새롭게 탄생하여 널리 퍼지는 밈들, 우리 뇌를 차지하고, 그로부터 또 전달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밈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모두를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 목소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극심하다. 정원에서 자라기 위한 식물들의 경쟁이 극심하듯이 말이다. 나를 퍼뜨려 효과를 획득한다어쩌면 성, 사회적 결속, 흥분, 위험회피에 대한 우리의 욕구와 관련있는 밈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은 사회에 순응하기 위해,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 남을 놀라게 하기 위해 그런 밈을 전달할지도 모른다. 1997년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소식은 공식발표 후 몇분만에 빛의 속도로 세계에 퍼졌다. 나 역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떠들었다. 평소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무시하던 그런 종류의 일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다는게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침묵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침묵은 아주 드물고, 특별한 규칙을 부과해서 쉴새없이 말하려는 우리의 타고난 경향을 억제해야만 가능할 때가 많다. 종교 수행단체에 처음 입문한 사람은 단 며칠이라도 침묵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침묵 밈을 따르는 것은 인간의 성미에 어긋난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히는 것처럼 보인다.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풍요롭고, 복잡한 문법적 언어를 구축할 줄 안다.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교육수준이나 일반적인 지능과 무관하게 남들과 비슷한 정도로 문법에 맞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인간사회에 언어가 존재했고, 그 언어들에는 모두 복잡한 문법이 있다.  전세계의 모든 아이들은 서너 살이면 자기나라 말을 문법에 맞게 말할 줄 안다. 현대 다윈주의 시각에서 보면 모든 것은 그것을 만드는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하기 때문에 서서히 진화해 왔다. 만약에 사람의 언어재능도 척추동물의 눈이나, 박쥐의 음파탐지기처럼 생물학적 체계라면, 우리는 그것의 기능이 무엇인지 알수 있어야 한다. 왜 언어능력을 가진 개체가 가지지 못한 개체보다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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