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뇌의 비밀

초기 호미니드들이 모방하기 시작한 순간은 진정한 전환점이었다. 모방의 탄생은 까마득히 오래된 과거의 일이라 우리가 그 정황을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모방의 선택적 이점은 자명하다.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독특한 큰 뇌의 유일한 원인으로서 지목했던 사회적 기술은 사실 모방의 전 단계였을 것이다. 우리는 언어가 있을 뿐아니라, 냉장고, 내연기관, 로켓을 발명했다. 우리는 체스와 테니스를 즐긴다.  우리는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이런 것들에 진화적 이득이 있었기 때문일까? 이런 것을 가능케 하는 뇌에 대한 선택적 이득은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부피가 약 1.350 세제곱미터이다. 덩치가 비슷한 다른 유인원과 비교하면 세배쯤 된다. 사람의 대뇌 비율지수는 다른 영장류의 세배다. 우리 뇌는 우리 몸에 비해 엄청나게 큰 것이다. 약 500만년전에 현생 인류로 이어지는 진화의 가지가 현생 아프리카 유인원으로 이어지는 가지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그 후에 등장한 초기 호미니드 선조로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속의 여러종이 있었고, 또다른 호모속의 종들이 있었다.

 

호모하빌루스, 호모에렉투스, 가장 최근의 호모사피엔스 순서였다. 유명한 루시의 골격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속한다. 루시는 300만년 전보다 약간 앞서 살았던 것 같고, 키가 90센티미터쯤 되고, 체격이 원숭이를 닮았으며 직립 보행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뇌의 용적은 400-500cc쯤이었다. 오늘날 침팬지 정도이다. 뇌의 확장은 250만년전쯤에 시작되었던 것 같다. 석기가 등장한 시기, 당시는 지구 냉각화가 진행되면서 아프리카의 숲들이 빽빽하던 것이 듬성듬성해지고, 사바나 초지로 바뀌던 시기다. 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적 변화들 때문에 호모속이 생겨난 듯하다. 호모속의 첫 종은 호모하빌리스였다. 손재주가 많다는 의미의 하빌리스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석기를 만들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빌리스의 뇌는 약 600-700cc 정도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상당히 크다.

 

약 180만년 전의 화석기록을 보면 케냐에서 호모에렉투스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호모에렉투스는 하빌루스보다 더 크고 뇌도 800-900cc로 더 컸다. 호미니드 가운데 아프리카 밖으로 여행한 것은 에렉투스가 처음이고, 불을 활용한 것도 에렉투스가 처음이었다. 그들은 최근 10만년 전까지 지구상에서 존재했다. 이른바 고대 호모사피엔스라 불리는 종의 뇌 크기는 1100cc쯤이고 넓은 지역에 분포했다. 두 종으로 분류되는데 현생 호모사피엔스로 이어진듯한 종은 약 12만년전에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또 다른 종은 3만 5천년전쯤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바로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불리는 호모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이다. 뇌는 우리보다 컸던 것 같고, 불을사용했고, 문화를 형성했으며 언어까지 가졌을지 모른다. DNA 서열분석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우리 선조는 아닌 듯하다. 지난 500만년 동안 대부분의 기간에, 항상 여러종의 호미니드들이 공존했다. 그러나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사소한 차이점만 드러내는 한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한다.

 

엄청난 뇌의 확장은 에너지면에서 값비싼 댓가를 치렀을 것이다. 첫째로 뇌를 가동하는 데에는 비용이 든다. 뇌가 몸무게의 2%를 차지할 뿐이지만, 에너지는 20% 이상을 소비한다. 뇌는 주로 뉴런으로 구성된다. 뉴런은 축삭돌기를 통해 자극을 전도시키는 신경세포이다.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대부분 이 막 안팎의 화학적 전위차를 유지하는 데에 쓰인다. 호모에렉투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기 시작한 것도 갈수록 탐욕스러워지는 뇌의 에너지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이유가 더 컸을 것이다. 인간의 아기가 다른 종들에 비해 극히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도 적응의 한 사례다.  사람 아기는 무기력 하고 스스로 몸도 가누지 못한다. 뇌의 크기는 출생시에 385cc쯤인데 몇년사이에 그 세배가 된다. 아기의 두개골이 너무 커서 출산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많은 아기와 산모가 죽는다.

 

사람은 극도로 시각에 의존하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시각피질은 상대적으로 작은데 비해 맨 앞에 있는 전두엽피질은 굉장히 확장되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의 눈이 유인원들중에서 평균적인 수준이고, 복잡한 시각처리에 필요한 피질의 양은 어느 유인원이든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전두엽피질은 감각정보를 직접 수집하지 않는다. 뇌의 다른 영역에서 뉴런들이 보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을 한다. 전두엽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 외에도, 사람의 뇌는 여러방식으로 재조정되었다. 예를 들어 피질에는 언어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두영역이 존재한다. 발성을 담당하는 브로카영역과 언어이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영역이다. 흥미롭게도 두 영역은 각기 운동피질과 청각피질에서 진화된 듯하다. 다른 동물들이 내는 소리는 새소리든, 경고의 소리든, 감정반응이나 일반적 각성반응을 통제하는 중간뇌와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에서 대부분 만들어진다.

 

세상에 이론들은 많다. 초기 이론들은 대부분은 도구 제작과 기술발전의 필요 때문에 더 큰 뇌를 향한 추진이 생겼다고 추정한다. 초기 호미니드들은 식량을 대부분 채집에서 얻었다. 그렇다면 귀한 식량을 잘따기 위해서는 혹은 지역편차가 크고, 변덕스러운 환경에서 식량을 잘 발견하는 공간 지각능력을 위해서 큰 뇌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뇌가 몹시 작은동물들도 다양한 장소들을 누비면서 식량을 찾고 저장할줄 안다. 이런 이론들은 사회적 환경을 강조한다. 캠브리지대학교 심리학자 니콜라스 험프리는 초기 호미니드들이 남의 행동을 예측하는 방편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선조와 달라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사회성 이론들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형태는 이른바 마키아벨리적 지능가설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관계가 복잡한데다가 쉼없이 변하므로, 신속한 병렬처리가요구된다.

 

사회생활이란 남을 능가하고, 계획과 음모를 짜고, 동맹을 맺고, 그것을 깨뜨리는 일이라고 했던 주장때문에 마키아벨리적 지능이라고 한다. 이런 일을 하려면 방대한 사고능력이 필요하다. 누가 누군인지, 누가 누구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해야 할뿐 아니라, 점점 더 기발한 책략을 생각해야 하고, 경쟁자를 뛰어넘는 기발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군비경쟁이다. 군비경쟁은 식물계에서도흔하다. 포식자가 자기보다 빠른 먹잇감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갈수록 빨라지는 것, 기생생물이 숙주의 면역계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진화하는 것이 그 예이다. 우리 선조는 500만년전에 운동 통제력과 손 조절력이 뛰어나고, 행동을 분류하거나 모방대상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지능이 뛰어나다. 고차원적인 사회적 기술과 모방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기만, 가식, 사회적 조작을 맘껏 휘두르며 스스로를 남의 처지에 놓아볼줄 알아야 한다. 남의 관점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남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내가 어떻게 하면 목적을 달성할지 알아낸다. 우리 선조는 상호 이타성을 활용했다. 사회적 이타성이란 기대해도 좋을 만한 상대를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방을 해야만 한다. 아무에게도 옷이 없는 상황에서는 옷이 경쟁의 이점으로 작용할 수는 없지만, 이제 옷이 발명되었으니 옷 가진 사람은 옷 없는 사람에 비해 추위로 부터 보호받을수 있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바구니가 발명되었으니, 없는 사람은 과일을 더 적게 가질 것이다. 따라서 최고의 모방자를 모방하는 유전자들이 유전자풀에서 늘어날 것이다. 호모에렉투스 남성은 더 인상적인 옷을 걸침으로서, 더 크고 멋지게 불을 지펴 고기를 익힘으로서, 불로 다른 동물을 겁줌으로써, 힘과 영향력을 얻을 수 있었고 남에게 모방될 수 있다. 이런 밈이 퍼지는 상황에서는 현재 가장 중요한 밈을 습득한 사람이 가장 성공한다. 따라서 최고 밈을 모방하는 유전자, 최고의 밈을 지닌 사람을 따라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들보다 성공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 최고일까? 적어도 맨처음에는 유전자에게 유리한 것이 최고였을 것이다. 생존에 기여하는 밈을 습득한 사람들은 생존과 무관한 밈을 습득한 사람들보다 더 잘 살아났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그런밈인가 하는 문제가 항상 명확한 것만 은 아니다. 밈은 유전자보다 빨리 변하므로, 유전자가 밈을 효과적으로 따라 잡을수 없었을 것이다.

 

'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전자를 압박하는 밈  (0) 2013.07.03
언어의 기원  (0) 2013.07.01
밈과 유전자  (0) 2013.06.27
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0) 2013.06.25
문화의 진화  (0) 201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