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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디지탈시대(톰 체트필드

오락

'페르미 패러독스'란 1950년대 말 이탈리아계 미국인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처음으로 제기했던 다음과 같은 의문이다. “우주의 방대한 크기와 나이를 감안할 때, 또 우주안에 쾌적한 환경을 가졌을 가능성을 지닌 행성의 수를 감안할 때, 지능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법도 한데 어째서 그런 외계 생명체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것일까?”  현실은 물질적으로 이렇게 풍요로운데 우리 삶은 힘들까? 우리가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기보다 언젠가는 오히려 현실로부터 멀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노력, 관심, 관계, 정체성이 대거 이주하면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우리 미음을 사로잡으려 특별히 설계된 인위적 환경으로 말이다.

 

미국 경제학자 에드워드 카스트로노바와 독일경제학 교수 게르트 G. 바그너와 공동으로 가상생활의 만족도 조사에서 직업을 잃은 일 등 삶의 사건들에 따른 삶의 만족도 변화와 가상세계 참여에 따른 삶의 만족도 변화를 2000년도와 2009년을 비교하였다. 눈을 끄는 것은 세컨드라이프 사이트 이용으로 삶의 만족도가 향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얻은 삶의 만족도 수준은 일자리를 구해 실업에서 벗어남으로써 얻는 삶의 만족도와 엇비슷하다. (세컨드라이프는 제2의 삶이라는 의미를 지닌 온라인게임, 가상세계 안에서 현실 세계에서 그렇듯이 직업도 갖고 사업도 하고, 부동산 사고 파는 등의 삶을 꾸릴 수 있다. 게임 이용자들 중에 현실의 삶을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가상의 삶에서 위안을 구하려는 동기가 강할 수도 있다.

 

오락이라는 개념은 디지털로 매개되는 삶의 상당부분을 아우르는 상징이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대다수 온라인서비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게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개념은 플레이버이다. 이 단어는 오락과 노동을 결합시킨 말이다. 현대의 현실세계속 근로생활은 대부분 정서적인 만족면에서 그다지 실질적이지 못하다. 반면에 비록 가상세계라 할지라도 유용하기도 하고, 마음먹은 대로 결과를 바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게임은 현실속 목가적인 삶에서의 수고로움은 나무 사발을 만들거나, 빵을 굽는 것 못지않게 그 나름대로 만족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내가 입을 브랜드 청바지에 50파운드를 쓰는 것이나, 돈으로 게임속 아바타에 가상의 옷을 사주는 것 사이에서 한쪽은 실체적인 물건이고, 한쪽은 디지털버전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둘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상버전이 더 유용하고, 더 오래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똑같은 경제논리에 따라 지배를 받는다. 둘다 상품 고유의 가치가 아닌 희소성, 인식 등의 요소에 바탕을 두고 있다실제로 데이터, 디지털 그림의 소유와 거래가 석유무역처럼 정말 중대한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가상세계에서) 거래를 규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디지탈상품이 만들어지고, 소유되고, 돈벌이가 되는 별난 방식이 문제라면 문제다. 집단적 믿음이 왕처럼 군림하는 곳에서는 이용자들의 신뢰를 끌어내는 경제적 구조만이 살아남을 것이다게임은 현실의 무한복잡성 해결의 불확실성 대신에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요소들이 들이있다.

게임이 제시하는 방식대로 올바로 수행하기만 하면, 반드시 해결될 수 있는 일련의 문제나 현실은 명확한 해법이 없는 다루기 힘든, 저마다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독특한 문제들과 얽혀 있다. 우리는 삶을 연습하기 위해 오락을 한다. 삶 자체는 절대 연습이 아니므로 현실 세계에서는 순간기회가 단 한번 밖에 오지 않는다. 이에 반해 예측 가능성과 반복 가능성은 디지털 영역에서 누리게 되는 최고의 기쁨중 하나이다.

 

가상세계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주인공이 될수 있고, 성공을 체험할수 있다. 지루함이나 소외감에 빠진 사람들은 현실 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쉽게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고, 참을 수 없는 상황으로부터 도망갈 수도 있다. 게임을 하는 동안 기분이 좋아서 현실의 힘든 일이나 두려움도 잊을수 있다.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불안감이 들어설 공간도 없다게임과 기술이 지닌 행동 관련 테이터 등의 자연을 활용하여 현실 세상의 보상, 참여, 교육, 팀워크 등의 과정을 개선시켜 보려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런 시도를 '게임화'라 부르기도 한다.전자계량기를 실시간으로 전력소비량을 보여주는 계량기로 바꾸면, 사람들이 가정의 여러가전에서 사용

되는 에너지에 대해 더 신경를 쓰게 된다. 게임 설계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이런 노하우를 이용해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면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시간에 따라 단계적으로 다양한 과제와 목표를 할당해 주면, 장기적인 동기부여와 참여촉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웃과 함께 데이터와 피드백을 공유하면서 좋은 전략을 선택하도록 격려해주는 효과도 이끌어낼 수 있다. 여러가지 노력과 성취에 포상점수를 주고, 그 포상점수를 다른 곳에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교육및 관련제도를 연계시킨다면 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그 일에 숙달되는 것을 특별한 성취로 여길줄만 안다면 말이다. 그리고 교육문제, 환경문제, 정치 참여 다양한 쟁점에 대한 참여, 생산적 소통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흥미를 돋우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한 특별한 목적으로 세워진 공간이자 자연의 복잡성과 좌절로부터 자유로운 그런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완벽한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최첨단기술을 통해, 그리고 인간의 행동과 경험을 통해 여러기지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사는 우리는 무엇보다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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