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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정신 (필립파 페리 지음,

관계맺기(1)

신경세포 처럼 뇌도 그 자체로는 별로 쓸모가 없다. 신경세포도 여럿이 결합해야 제 역할을 할 있듯이, 우리의 뇌에게는 다른 뇌가 필요하다. 흔한 말로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온전한 정신을 지키는 데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최고의 자원이라는 것, 서로에게 개방적이고, 강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는 신경 가소과정을 재개시키고, 삶의 어떠한 단계에 있든 뇌의 구조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신경가소성은 환경의 영향으로 뇌와 신경계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능력이다. 이 신경가소성은 새로운 신경경로가 형성됨으로써 일어난다. )

 

심리치료사들은 환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통찰이나 깨달음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손을 잡아 주거나 하는, 소소한 감정이 오고간 이런 순간이 그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가장 강력한 촉매가 된다. 자신들의 관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점까지도 수용해, 양쪽 모두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면 당연히 시야가 넓어진다. 자기만의 방식을 지나치게 고수한다거나, 거기에 단단히 묶여 있으면 다른 사람과 감응을 주고받을 수 없고, 감동을 받거나 교화되는 능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사람은 감탄하기 위해 산다고 하지 않는가? 감동 받지않는 사람은 삶의 활력이 없다. 관계맺기는 말을 통한 대화든 묵시적인 대화든 대화의 각 주체가 타인을 정말로 있는 그대로를 특별할 존재로 존중하며, 서로 생동적인 상호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여 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스스로 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 감정에 성처를 입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론 솔직해진다고 해서, 혹은 상처받을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한다고 해서 반드시 타인과 관계맺기가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감정에 상처를 입을까 봐 겁나서 관게맺기를 피한다면 진정한 대화를 경험할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는 셈이다.

 

'정신화'란 정신분석학자 피터 포나기 박사가 만들어낸 신조어로 자신의 내적 경험을 이해하여, 이를 바탕으로 타인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는 능력이 형성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정신화 과정은 건강한 대인관계를 만들고 지킬 수 있는 요소다. 누구나 유아기에 정신화 과정을 익히게 된다. 양육자들로 부터 자연스럽게 혹은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남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이 자신과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정적인 차원에서 이해할 뿐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는 암묵적이고 무의식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서,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속에서 익히는 것 이외에는 관계맺기에 대해 배울 방법이 없다누군가와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얼마든지 배우고 익힐 수 있다. 상대방에게 깊이 이해받을 때 어떤 기분인지 깨우치게 되면, 남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날씨가 어떠하든, 직업이나 취미가 무엇이든, 그런 것은 별로 상관없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고 이런 저런 일들을 완수하면서 그 모든 것을 꽤 뿌듯해하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존재는 주위 사람들, 즉 부모님, 자식, 연인, 동료, 이웃, 친구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을 찾아주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며,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보살펴 주는 타인들이 필요하다. 요령이나 방법론을 가지고 관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면, 관계 자체를 하나의 물건 처럼 취급할 수 있다. 대인관계의 지침이란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이해심을 가지고 감정이입을 하라' 같은 원칙이 말처럼 그리 간단한가? 예의를 지키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욕구가 강한 나라가 있고, 또 어떤 나라는 포용, 개방을 중시하는 나라가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해야 살기가 편하다. 당신이 대인관계에서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든 원칙에는 그에 상반되는 원칙도 있게 마련이다. 매너를 잘지키는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매너를 철저하게 지키면 무척 끌리는 사람도 될 수 있지만, 가식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기준이랄까, 가이드라인을 세우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문화마다, 가정마다, 사람마다, 또 순간순간의 상황에 따라 사람의 감정은 천차만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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