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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정신 (필립파 페리 지음,

자기관찰

자기관찰이란 무엇일까?  자기관찰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내면을 잘 이해하고, 주위 사람들의 감정세계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감정의 변화나 신체적인 감각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귀기울이는 능력이야말로 미치지 않고, 온전한 정신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능력이다.  감정을 행복하게 사는 데 이용해야지 감정에 이용당해서는 안된다.  감정의 관찰자가 아닌 감정 자체가 된다면,스스로 혼돈상태로 몰고가게 될 것이다. 반면 감정을 지나치게 꽁꽁 억누른다면 반대 방향인 경직상태로 들어서고 만다. 하루에 수천 수만가지 생각들이 우리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자신의 다양한 생각을 관찰한다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생각 자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떨어져서 생각을 살필수있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아기를 유심히 관찰한다. 아기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배가 고픈지, 짜증이 났는지, 즐거운지, 심심한지 등을 궁금해 하며 꼼꼼히 살핀다. 이렇게 아기의 표정이나 감정의 상태를 관찰하다 보면, 순간순간 아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의 관찰과  이해를 통해 아기의 필요가 채워지는 과정은 아기의 성격형성에 지극히 중요하다.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이다. 옳고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서도 안된다.

 

자기관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자. 지금 내 기분은 어떻지?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지금 이 순간 내가 뭘하고 있지? 내가 어떤 식으로 숨쉬고 있지? 지금 내가 나 자신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이 습관화되면 자기관찰이 시작된다.  외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더 많이 신경쓴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보일까?'  따위에 집착하는 것이다. 반면 내적인 것을 중시하는 사람은 '이것 저것중에 무엇을 해야 기분이 좋아질까?' 하는 식으로 생각한다. 전자는  남들에 맞추고, 후자는 자신에 맞춘다. 외적기준에 너무 치우치면 자아감을 상실해 균형을 잃게 된다. 반대로 내적기준으로 지나 치게 쏠려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위해서는 타인의  반응에도 신경을 좀 쓰고, 사회관습에도 맞추어 가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경심리학자 로저 스페리는 실험을 통해 우리 인간이 이성과 지성을 따르는 합리적 존재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졌다. 좌뇌의 발달 덕분에 우리는 언어능력과 논리력, 추론과 계산 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뇌의 지배를 받는다. 실제로 감정이 없으면 인간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뇌수술을 받은 사람이 감정을 못느끼게 되었다. 감정을 못느낄 뿐이지 논리력이 손상된 것이 아니므로, 생활하는데 큰 불편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어디에서 점심을 먹을지'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따위의 결정을 전혀 내리지 못했다.  감정과 관계없는 일인데  그는 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까?  다마지오 박사는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감정이 없으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이나 합리적인 선택 역시 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지고 만다. 인간은 감정에 의존해 인생을 조종해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정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동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자기 합리화를 위한 답이 아닌) 답을 구하는 방법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감정을 주의깊게 살피는 것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감정을 헤아리지는 못한다는 것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단시간에 도출된 결론에 성급하게 집착해선 안된다. 이런 결론들 가운데는 우뇌가 이미 결정한 것에 대한 자기 위로나 정당화 메카니즘에 불과한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길러서 끊임없는 배움의 기회로 삼는 편이 낫다. 가끔 자신의 신념과 견해를 재검토해 보는 것이 좋다. 정신분석학자 피터 로마스의  말처럼 신념은 너무 꽉 붙잡지 말아야 한다. 확신이 반드시 온전한 정신의 단짝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이디어, 감정, 행동은 대부분 우뇌에서 나오며, 좌뇌는 그런 아이디어, 감정, 행동에 대해 회고적으로 즉 거슬러 올라가면 서 근거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무슨 일로 누군가와 대판 싸울 때, 그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싸움의 근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그 근거가 뒷받침 하려고 했던 감정 때문이다. 그런 근거들은 더러 그릇된 근거일수도 있지만, 감정은 어떤 경우든 그릇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 감정은 있는 그대로일 뿐이다.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다. 감정을 행동으로 옮길 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즉 행동의 문제다.

 

자기관찰은 감정이든, 행동이든,  스스로 유발한 것들에 대해 책임지는 것, 즉 자기책임을 가능하게 해준다.  좌뇌 능력인 '사후 합리화를 잘한다'는 것은 우리가 자기반성을 하지 않으려고, 거짓된 근거를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좌뇌를 내세워 그 감정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잠시 그 감정을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당신이 지금 왜 이러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말이다. 심리치료사들은 자기정당화와 고착된 행동패턴의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를 추적하여 환자가 그것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기를 꾸준히 쓰는 것도 자기관찰에 도움이 된다. 글쓰기는 그 자체가 일종의 감정처리 활동이어서 위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거나, 통제력을 잃은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 일기는 누군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글이다. 자기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분명 노력해 볼만한 일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떠오르는 것을 자유롭게 쓰면 된다. 글을 쓰면 자존감과 자의식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써놓은 일기를 다시 읽다보면,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그 속에서 습관적인 성향도 파악할수 있다.  꾸준히 일기를 쓰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쌓아두지 않고, 그 때그때 처리하며, 스스로를 더 잘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주의력을 모으는 훈련 또한 자기관찰 능력을 키우는데 핵심적인 도구다. 주의력을 집중하면 지금 순간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 훈련은 집중력이 올라가고 스트레스, 블안, 우울, 중독적인 행동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뿐아니라 고혈압, 심장병, 만성통증같은 신체적문제를 치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주의력을 집중하면 새로운 신경경로와 신경연결이  증식되며, 타인의 감정상태를 추적하는 부분인 섬엽이 발달한다.  또 자기인식 능력이 높아져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능력도 향상 되며, 공감능력도 향상된다. 자기관찰 능력을 키우다 보면 이전에 몰랐던 것을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머릿속은 수다로 가득하다. 이런 머릿속 수다는 자신이나 남들에 대해 증오, 쓸데없는 자책, 무의미한 비관론 따위가 그런 경우다. 이런 생각은 공연한 수선만 피워 머릿속을 번잡스럽게 만들뿐 아무런 이득도 없고, 도리어 우울증만 유발하기 십상이다.  

 

누구나 한 때는 사랑으로 돌봐주어야 할 아이였다. 비록 몸은 컸지만, 지금도 마음이 연약할 수도 있다. 자상한 부모가 자식에게 그러하듯, 자기관찰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세심한 보살핌과 관심으로 돌보아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그런 관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진정시키고, 통제하는 법을 익힌다. 우리는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고, 이해받고 싶어한다. 이것은 평생에 걸쳐 우리를 따라다니는 바람과 욕구이다. 관계속에서 충족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여의치 못하다면 명상도 좋은 방법이다걷기, 산행, 달리기를 하는 동안 명상 같은 주의력 모으기 기술을  활용하다 보면 집중력, 자신감, 자기인식능력이 향상된다.  감정은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자신에 대해 더 세심해지고 자신의 감정에 더 해박해지면, 남들의 감정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수있고, 더 잘 공감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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