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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마음이 나에게 말을 걸다.

우리의 마음은 연약한 듯 하면서 강하고, 불합리한 듯 하면서 합리적이고, 불가사의한 듯 하면서 이해되는 참으로 신비스러운 것이다. 흔히 마음가는 대로 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마음이란 것이 이성적이지도 않고, 통제할 수도 없는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의 움직임을 가만히 드려다 보면, 그 움직임에는 각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내가 쉽게 알수 있는 것도 있지만 쉽게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 마음은 깨지기 쉬운 것이라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마음 상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상한 마음은 못 본채 무시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한 마음은 달래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무의식 뒤편에서 나를 붙잡고 있을 수 없게 된다. 몸이 아픈 것이 쉬라는 신호이듯, 내 마음이 불편하고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그 고통이 나에게 자신을 알아달라고, 그리고 해결해 달라고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다. 내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바라봐 주자

 

인간은 고통속에서 고통을 경험할 때 성장한다. 아이들도 앓고 나면 큰다. 아픔만큼 성숙해 지는 것이다노이로제를 앓고 난 사람들은 전 보다 더 성숙하고, 심적 동요가 적어진다. 성장과정에서 아이들을 과잉 보호하면 아이가 병적으로 약해진다.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아파야 할 고통을 어머니가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다적당한 좌절은 인격의 바른 성장에 필수적이다고통은 약일 수도 선물일 수도 있으나 당하는 우리는, 말 그대로 너무 고통스럽다. 정신과 진료실에서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을 만났다. 그들을 보면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실감한다. 사는 것 자체가 두렵다는 사람들도 있다. 부도난 사업가, 동료에게 배신당한 사람, 남편의 외도, 입시에 실패한 학생, 며느리에게 폭 빠진 아들이 원망스러운 어머니, 배우자를 잃은 노인

 

심리적 고통은 가난이나 육체적 통증 같은 물리적 통증보다, 훨씬 견디기 힘들어 한다. 암환자의 육체적 통증은 지독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심리적 소외감과 절망감이다. 열등감, 죄책감, 상실감, 배신감, 억울함, 소외감, 고독감이 인간에게 심리적 고통을 주는 감정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감정이 열등감이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의 목적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생의 고통은 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과장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신경증 환자란 자기 고통을 증폭시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신분석의 목적은 증폭된 불행을 보통 불행으로, 즉 누구나 살면서 부딪히는 보통 불행으로 되돌려 주는 것입니다.

 

예컨대 실연은 고통스럽지만 절망할 일은 아니다. 실연을 절망으로 느끼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실연이 신경증적 불행으로 변한 것이다. 마음속의 아이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경증적 불행에서 거품을 빼고, 마음속의 아이의 영향을 없애면 보통 불행이 된다. 그렇다고 실연의 아픔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것은 유아기적 소망이다. 어차피 인생은 아프다. 누구나 아프다. 가난한 사람도 아프고 부자도 아프다. 어떤 은행가는 돈 많은 고객들은 돈의 무게만큼 내적 고통의 무게도 무거웠다. 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내면의 세계에서 은밀한 아픔을 참고 있을 수 있다.

 

톨스토이도 성공한 작가지만 여러 번 자살을 기도했다고 한다. 나의 아내는 성품이 좋은 미인이고 아이들은 착하고 재산도 충분하다. 내 자신은 뛰어난 재주와 강한 체력을 가졌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칭찬을 받고 있고, 유명하기까지 하다 그러나.그러나 그는 허무했고 자살 충동과 싸우며 살았다고 한다.

 

인생을 너무 쉽게 보지 말 일이다. 약 몇 봉지 먹고 될 우울이라면 사치스러운 감상이다인생의 현실은 고통스럽고, 힘들고, 외롭고, 춥다오죽하면 자살하겠는가? 자살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 건너 사건이 아니다.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인내의 한계에 달했을 때 인간은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을 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을 때, 죽음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다. 의지가 되고 이해해 줄만한 사람이, 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을 때 위기다. 인생의 현실은 지독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플 만큼 아프자는 것이다. 고통을 증폭시키는 심리적 원인들을 찾아 제거하고 현실적으로 살자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고, 인격이 성숙한 사람이고 철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