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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휴식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자.

돈, 학벌, 외모 같은 조건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38평 짜리 아파트에 입주한 열등감 많은 부인은 입주하자마자  60평에 사는 동창생에게 열등감을 느낄 것이다. 또 학벌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 어렵게 국내 박사학위를 받으면 외국 박사 앞에 열등감을 느낄 것이다. 

 

세상이 이쁜 여자에게 인기를 몰아주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우등상을 주고 돈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어느새 우리가 여기에 길들여져서 자신의 가치를 그런 조건에 팔아버리고 있다. 그래서 억울하게도 우리는 곧 잘 생기고,,예쁜 여자들 앞에서 주눅들고, 돈 많은 자에게 아부하고, 힘있는 자 앞에 비굴해지는 열등감의 노예가 되고 만다한 인간으로서의 독특한 자기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은 잘 생긴 박사 친구가 60평짜리 아파트에 예쁜 부인과 일류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사는 것을 보고 박수를 보낼 수 있다. 친구는 친구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는 내 인생을 산다는 확고한 자기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나는 비록 키가 작고, 아파트는 25평이고, 아내 눈은 와아셔츠 단추구멍만 하고, 얘들은 공부를 못해도, 이것이 나만의 귀한 인생이고, 나는 나에게 주어진 독특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건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개별성 때문에 인생은 값나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자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내가 나 스스로를 돈과 학벌, 외모로 평가해 못난 놈이라 생각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살 확률이 높다. 성공은 내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로 결정 되어진다.는 말이 있다. 당신의 자식들이 스스로를 못났다고 여기며 살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부족해도 여전히 내 자식은 소중한 존재이듯 나 자신도 그런 것이다.

 

늘 마음이 조급하고 할 일은 파도처럼 밀려 오고 또 밀려온다. 말하는 속도도 총알이다. 자기만 말을 빨리 하는게 아니라, 상대방도 빨리 결론을 말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상대가 더듬거리면 자신이 대신 말해 버린다. 그러니까 이러하다는 말씀이지요? 자신의 속도와 맞지 않으면 조급증이 일어나 숨이 막히려 한다. 운전 할 때도 여지없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끼어들기 과속은 다반사다. 고속도로에서는 자기 앞으로 차가 끼어드는 것을 참지 못하고 추월하고 만다. 1분이라도 빨리 갈 수 있다면 모든 위험을 무릅쓴다. 그러다가 싸우기도 한다.

 

집에서는 아이들과 차분히 놀아줄 시간이 없다. 얘들에게 무조건 지시하고 확인하는 식이다. 얘들이 자기 말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화가 치민다. 배우자에게도 자기 할 말만 한다. 가족들은 이런 그가 몹시 피곤하다. 아이들은 그가 직장에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함께 있으면 잔소리가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그는 속사포처럼 자기 말만 한다. 남의 말을 가로채기 일쑤고, 굳이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될 일을 빨리 처리해야 직성이 풀린다늘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한다. 먹으면서 일하고 전화를 걸면서 보고서를 쓴다. 관계부서 사람들은 그에게 불만이 많다. 자기 일을 빨리 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재촉하는 그 사람 때문에 피곤하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일을 처리해서 상사에게 칭찬을 받아야 기분이 좋다. 빨리 일을 처리하다 보니 맡는 일도 많다느긋하게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 자기는 열심히 일하는데 남들은 놀면서 월급만 축내는 것 같다. 그는 기다리는 것을 못 견딘다.  

 

주변을 돌아보자. 세상에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인생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 받을 수 있다. 조급한 사람은 자신도 누구도 사랑하기 힘들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또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다. 때로는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고, 잘못을 딛고 일어나 전진하며 사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는게 바로 내면의 조급한 아이에게서 벗어나는 길이다.

 

나를 세상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부족한 인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모든 것이 내 생각처럼 완벽하지 못해도 행복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완벽하기 위해 그리 종종 걸음 치지 말자일은 해치워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과정에서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고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도 가지는 그런 것이다. 일은 결과도 중요한 것이지만 과정도 중요하다사람은 한번에 한가지씩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존재다. 이제 눈 높이를 조금만 낮추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