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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일(로먼 크르즈니릭

직업의 의미

아시아 출신 부모들은 자식에게 바라는 직업도 분명하다. 24%는 의사, 19%는 법조인, 14% 회계사를 선호했다. 전문직이다. 전문직을 가진 사람은 직업을 바꾸고자할 경우 가장 큰 고민은 전문직이 되기 위해 공부한 기나긴 세월이었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매몰비용의 함정과 비슷하다. 매몰비용이란 투자나 지출을 했을 회수할 없는 비용을 발하는데, 비싸게 산 신발이 엄청 불편한데도 들인 돈이 아까워 내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애써 일궈놓은 업적이 시간낭비가 된다는 생각은 우리가 직업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심리적 장벽이다. 두가지 후회 가능성은 수년동안 시간과 에너지, 감정을 쏟아부은 직업을 왜 버렸을까 하는 후회이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돌이켜볼 때 전혀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던 직업을 왜 버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다.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와 저지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어느 쪽이 그나마 덜 아플까? 하지 않은 선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에서 커져가고, 점점 커진 후회는 인생에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해본 후회는 일의 결과를 경험했으니 빨리 잊고 쉽게 단념할 수 있지만 만약 그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이제 와서 어쩌지도 못하고 평생 마음속에 담아 둘 수 밖에 없다.

 

철학자 A.C. 그레일링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 마땅히 두려워해야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인간은 도전으로 기득한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인생의 우선순위와 관점도 바뀐다. 직업상담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그중에서 신중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성격검사를 토대로 하는 것이다. 성격검사는 표준화된 질문에 답하므로써 자신의 성격유형에 가장 적합한 직업을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가 과학적이라고 믿고 있는 조언이 우리 기대애 부응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검사가 성취감을 주는 직업을 찾는데 정말 도움이 될까? 유명한 심리측정 검사인 MBTI도 마찬가지다. 검사를 받고 5주후 한번 더 검사를 받으면 지난번과 다를 확률이 약 50%나 된다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떤 성격유형이든 양 극단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가령 MBTI로 신장을 측정한다면 당신은 키가 크거나 작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한다. MBTI결과에서는 '내향성이다 외향성이다' 라고 분류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가지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검사는 단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탐색해 보는 정도로만 생각해야 한다.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당신뿐만이 아니다. 역사적인 변화 덕분에 우리는 자신의 심리적 대응을 넘어서는 과분한 선택권을 유산으로 받았다. 또한 우리는 어린시절의 미숙한 판단과 가족압박으로 내린 결정이 불러온 엄청난 결과와 싸우고 있다. 성격으로 직업을 정해주는 과학적인 조언은 딜레마에서 벗어날 방법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 당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혼란을 주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직업을 바꾸는데 가장 커다란 두려움은 무엇인가? 돈과 사회적 지위라는 화려한 유혹을 쫓고 싶은가?아니면 자신의 가치관과 재능, 열정을 따르는 의미있는 길로 가고 싶은가?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하는가? 도스토옙스키는 '모든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벌은 평생동안 아무 쓸모도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의미는 정말 중요하다. 의미는 몰입, 자유와 함께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의 세가지 핵심요소이다. 직업에서 의미를 만들어 주는 다섯 가지 측면은 다음과 같다.

 

* 돈을 버는 것

*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

* 열정을 따르는 것

*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일에서 추구할 수 있는 의미인 동시에, 당신을 특정 직업으로 이끄는 동기부여의 원천이다. '어떤 일을 왜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그 힘은 우리 마음을 움직인다. 직업을 정할 때 이 다섯가지 중에 어떤 동기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아야 할까? (지식이 있어야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열정이 생기며 기여하게 되어, 돈과 지위는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우선순위다. 자신의 우선 순위를 알면, 이떤 직업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알수 있으므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는가? 왜 그 일을 하게 되었는가? 높은 소득 수준에 어느 정도 도달하면, 인생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는 것은,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의 말대로 우리가 쾌락의 쳇바퀴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지고 소유물이 많이질수록 기대치도 높아지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수준의 행복감을 충족시키려면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하고, 더 많이 벌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다시 기대치가 올라가 버린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타는 바닷물처럼 돈과 행복 사이에도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갈증이 반복된다. 심리치료사 수거하트는 저서 ‘이기적 사회’에서  재화와 용역을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은 중독성이 있다아무리 넘치도록 가져도 그것을 제어할 경고시스템이나, 내재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끝없는 욕망이다. 정서적인 안전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물질에서 안전을 찾으려 한다.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성취감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존재가 아닌 소유에서 공감할 수도 있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서가 아니라 소유를 늘리는데서 말이다. 이제 돈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해서 의미 있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직장내에서 인간관계의 수준, 즉 존중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직장에서 우리를 만족하게 해주는 요소로 가장 중요하게 꼽는다. 그 외도 일과 생활의 균형, 직업의 안전성, 자율성 등을 꼽았다.  진정으로 잘살고 싶다면, 돈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돈 이외 직업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은 사회적 지위다. 사회적 지위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공직자, 의사, 교수, 작가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지위와 타인과 비교했을 때 위치가 높은가 낮은가 문제이다. 우리는 직업계층안에서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에 몹시 신경을 쓴다. 입사동기들이 모두 승진하는데 혼자 맨아래 남아 있다면, 그것은 비참하고 괴로운 일이다. 지위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을 기꺼이 희생하곤 한다.

 

루소가 경고한 것처럼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것, 즉 명성에 대한 보편적인 욕망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인 C.S. 루이스는 “대부분의 인간은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중요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내부 패거리에 속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그 내부 안에는 언제나 또다른 내부가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우리가 원하는 내부에는 영원히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인 이상 누구나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꼭 지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인정 받을수 있을까?  가치 있는 직업은 그 일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에 쏟아 붓는 노력을 사람들이 감사하게 여기고, 그 가치를 인정해 준다는 뜻이다. 일반 직장인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거나, 일을 체계적으로 잘 마쳤을 때 동료들이 칭찬해 주거나, 인정을 통해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에 따르면 '우리는 존중받음으로써 완전하고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라고 했다. 직업을 찾을 때 사회적 지위만 보지 말고, 존중의 요소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조직에서는 개인의 노고를 인정받기 어렵고, 관료주의적 전통도 강하다. 존중받는 직업은 남들이 말하는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비록 무일푼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고, 신뢰하지 않는 명분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극심한 생존경쟁이 주는 그 어떤 지위나 금전적 보상보다 훨씬 값진 보상이다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은 다음 두가지 어려움에 봉착한다. 첫 번째는 행동의 영향력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데서 좌절감이 온다. 두 번째 어려움은 이런 일을 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감이다. 때로는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려면 경제적인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아니타 로딕은 더바디샵을 로션을 만드는 기업이 아닌 노숙자들이 파는 잡지를 만들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그녀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나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려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반대한다. 수익에 가치체계을 더함으로써, 일을 재창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기업의 핵심철학이다.' 어쩌면 돈과 가치가 조화롭게 합쳐지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가치와 재능을 합치는 편이 훨씬 쉬울지도 모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다’라고 했다.

세상을 내 손으로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내려놓아라. 그 대신 당신이 좋아하고 정말 잘하는 일을 찾아라일과 놀이를 일치시키는 것은 위험하기는 해도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고 그 일에 열정도 있다면, 전문화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 전문가라는 자부심도 덤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싫증이다. 전문직의 특성은 반복 될 밖에 없는 일이 많다. 전문화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가치관에도 취약점이 있음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직업의 정체성은 수많은 가능성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여러 개의 자아로 이루어진 존재다.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도전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르네상스 제너럴리스트인데, 이는 자신이 가진 재능과 성격적 특성을 개발해야만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르네상스시대의 이상을 모델로 한다. 그 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리고 연속 스페설리스트가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자신의 다양한 재능과 열정에 흠뻑 취할 수 있다. 한꺼번에 여러 직업에 도전하는 대신 여러가지 직업을 차례로 섭렵하는 것이다. 의미있는 직업이란 내재적 보상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세상을 바꾸거나,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거나, 열정을 쫓거나, 또는 그 세가지를 모두 추구하는 사람들 말이다.

 

자아를 반영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기 위해 다음 세가지 과제를 수행해 보라. 첫 번째 선택지도이다. 어느 길로 가기 전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왜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동기도 표현해 보라. 당신이 그린 선택지도에서 볼 때, 당신은 지금까지 워킹라이프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가? 앞으로 직업 선택에 가장 우선 고려하고 싶은 두가지 요소는 무엇인가? 두 번째 여러 직업을 상상해서 나열해 보라. 어떤 직업을 하고 싶은지 나열해 보라. 그리고 나만의 구직광고를 만들어 보라. 스스로를 홉보하는 구직광고를 만들어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생의 가치관 즉 어떤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써보라. 당신의 재능이나 열정, 당신이 믿는 핵심가치, 성격적인 특징이나 장단점도 적어보라.  당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만든 구직광고를 보내고 피드백을 받아보라. 미래의 직업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뿐 아니라, 당신의 여러 자아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이 과제의 주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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