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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거대한 대륙(1)

아라비아반도를 둘러보면서 나는 20세기초 지질학자들의 혜안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아프리카, 아리비아, 남아메리카의 여러 곳에 빙하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열대의 태양 아래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일들이 벌어졌음을 확신하려면, 상상력의 도약이 필요했을 것이 분명하다. 당시에는 세계가 가변적이라는 것, 즉 대륙의 모양과 기후 분포가 계속 변할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였다대륙들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고 여겨졌다. 먼 과거의 기후가 그렇게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고 추론했다는 것은, 그 추론과정에서 대단한 도약이 이루어졌음을 뜻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아라비아반도 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합쳐져서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차원이 전혀 다른 대담함이 필요했다. 그 대륙들은 엉성한 모자이크처럼 서로 끼워 맞출수 있다.

 

대륙들을 끼워맞추자 갑자기 앞서 말한 빙퇴석들이 하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속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들은 그 뒤로 나누어져서 서로 다른 위도와 중심지에서 자랐을 것이다.  학자들은 각 얼음 덩어리의 끝자락에 있었던 화석들을 이용하여 빙퇴석들의 연대를 파악했다. 그 결과 고대대륙이 만약 있었다면, 석탄기말에 존재했고, 그 뒤의 지질시대인 페름기까지 존속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과거의 대륙이 정말 존재했다면 그것은 나중에 쪼개졌고, 조각들이 1억6천만년 쯤 계속 돌아다니다가 현재의 위치에 있는 대륙들이 되었다는 의미였다. 대륙이동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 개념을 제시한 사람은 독일 기상학자 알프레트 베게너였다. 베게너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같은 시대의 암석들에서 발견되는, 작고 특이한 해양 파충류인 메조사우루스를 사례로 들었다. 지질학자와 고생물학자들은 메커니즘보다는 자신들이 불변의 사실이라고 간주하는 것을 기록하는 일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인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융합체는 곤드와니랜드라고 불렀다.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를 포함한 융합체도 있으며, 그것은 다시 곤드와니랜드와 융합되어 페름기말에는 세계의 모든 대륙들 이 하나가 되었다. 베게너는 그 점을 고려하여 이름을 붙였다. 그 대륙의 이름인 판게아는 지구 전체라는 뜻이다. 판게아는 진짜 존재했던 사라진 땅이다. 그 말은 인류사회에 오랫동안 전설로 전해져 내려온 사라진 대륙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페름기말에 모든 주요 땅덩어리들이 결합되어 있었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깊은 의미를 함축한다. 우리는 현재의 분산되고, 흩어진 대륙들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격리를 당연하게 여긴다. 현재 모든 대륙들이 하나로 합쳐졌다고 가정해보자. 동식물들은 사방으로 자유롭게 퍼질 것이다. 모든 생물이 서로 다 경쟁한다면, 이긴 자들보다 진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한 서식지에서 하나의 생태지위가 부양할 수 있는 종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반적으로 다양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합쳐진 하나의 세계는 줄어든 세계일 것이다. 물론 모든 지역의 기후가 다 같지는 않을 것이므로, 기후에 따라 정해지는 생태지대들이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대륙이 하나가 되면 기후에도 예기치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 전체적인 통합은 짧은 기간에만 지속 되었을 뿐이다. 합쳐질 때의 열기가 가시자 마자, 그 거대한 대륙은 다시 쪼개지기 시작했다.

 

빙하작용은 석탄기말에 시작되어 페름기까지 이어졌다. 오르도비스기를 종식시킨 대량 멸종 이후에 처음으로 대륙빙하가 전세계에 시련을 안겨준 시기였다. 세세한 증거들은 빙원들이 커졌다 줄었다 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드넓은 지역이 추운 기후대에 들어간 것이 체온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대사작용, 중앙난방식 몸의 출현을 촉진시킨 것이 아닐까?  석탄기에 파충류같은 냉혈동물인 양서류와 공존할 수 있을 단계까지 신체조직을 발달시켰다면, 페름기가 끝나기전에는 추위에 견딜수 있는 털이 난 작은 동물들이 따뜻한 피를 지니고, 새끼를 낳는 동물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포유동물로 여겨지는 화석은 빙하가 물러난 오랜 세월이 지난 트라이아스기가 되어서야 발견된다. 가장 추운 극지방을 벗어난 변두리에서는 글로솝테리스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나무들은 남반구의 곤드와나 랜드 전역에서 끝없이 펼쳐진 숲을 형성했다. 북반구에서는 지금의 시베리아와 몽골지역에 앙가라 식물상이 구성종들은 달랐지만, 비슷한 서식지를 형성했다. 거대한 대륙 판게아를 둘러싸고 있는 얕은 바다에는 석탄기 조상들로부터 진화한 수많은 해양동물들이 살았다. 곤드와나 북부와 아시아와 유럽을 합친 대륙인 로라시아 사이에 있던 열대바다는 테티 해라고 불렀다.

 

테티스해는 형태가 계속 바뀌면서 수백만년동안 존속했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오케아노스신은 모든 생명의 기원이며, 테티스는 만물의 어머니로서 둘은 다른 신들을 낳았다. 신화에 걸맞게 테티스 해의 바닥을 이루었던 암석들에는 과거 생물들이 흔적들이 무수히 발견되곤 한다. 뜨거운 바다였지만 수 많은 종류의 산호동물, 태형동물, 완적동물, 그리고 고등류와 암모나이트류가 우글거렸다.현재의 유럽 북부에는 러시아에서 유럽 대부분의 지역을 거쳐 영국 더럼과 요크셔에 이르는 바다가 놓여 있다. 제크스테인해다. 이곳에는 테티스해와는 다른 종들이 살고 있었다. 제크스테인해는 페름기의 전형적인 특징이었던 가뭄에 말라갔다. 바닷물은 염분이 많으며, 염분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이다. 하지만 바닷물에는 다른 화학물질도 녹아 있으며, 그것들도 적절한 조건에서 물이 충분히 증발하면 결정으로 변한다. 이렇게 물이 증발되고 남은 것들은 증발암이 된다. 바닷물에서 맨처음 침전되는 광물은 수화황산나트륨, 즉 석고이다.

 

그 바닷물을 원래 부피의 10분의 1이하로 더 농축시키면, 암염, 즉 염화나트륨이 침전되기 시작한다. 이 참전 과정은 일단 시작되면 아주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량의 침전물이 생긴다. 상업적으로 중요한 광물인 무수황산칼슘인 경석고도 이 단계에서 결정되어 나온다. 이어서 거의 바닷물이 마를 때까지 농축시키면, 소량이기는 하지만 칼륨과 마그네슘의 염들이 침전된다. 그 뒤로 점토나 이회토로 뒤덮혀 밀봉되면, 증발암은 기후가 변해서 다시 땅이 젖어도 녹지 않고 보존되며,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깊이 묻힌다. 이 침전된 광물들은 모두 중요한 산업원료들이다. 황산칼슘으로 소석고를 만들며, 석고와 경석고는 플라스터보드를 비롯한 다양한 공업제품을 만드는데 쓰인다. 19세기외 20세기 초에 유럽전역에서 융성했던 화학산업은 이런 증발암이 기반이 되었다. 증발암분지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건조한 환경을 견딜수 있는 파충류종들이 살았다. 가죽같은 피부와 차가운 피는 열기를 견뎌냈다. 사실 그들은 지금도 그렇게 살아간다. 반사막에는 지금도 낮에 파충류가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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