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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조용한 숲 시끄러운 바다

3억천만년전 석탄기 숲은 나무들과 숨은 생물들로 가득하다. 데본기에 지구가 녹화된 이래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숲이 까마득히 솟은 줄기들과 습한 공기, 분해와 재생이 아주 긴밀하게 뒤엉킨 현재의 열대우림과 닮았다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심지어 거대한 나무의 줄기를 칭칭 감으면서 올라가는 리아나 같은 덩굴도 있다. 그 고요한 숲속을 걷노라면 왕성한 생명력과 마주했을 때의 일종의 관조적인 평온함이 느껴진다. 식물들이 아직 화려한 꽃을 발달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색깔도 거의 없다. 곤충이 우는 소리도 없다. 석송류과 나무 고사리류가 지닌 짙은 녹색과 갈색뿐이다. 군데군데 옅은 녹색의 새싹이나 원색의 곰팡이 자실체가 보인다. 곤충은 어디에나 있다. 바퀴벌레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것도 있다. 웅덩이에 있던 양서류가 곤충을 덥석 물더니 삼킨다. 키 작은 풀에서 어떻게 나무가 금방 발달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위로 올라가려는 동기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빛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 강인하고, 더 키가 큰 풀이 생겨난 이유였을 것이다.

 

나무는 자라면서 자기 생명의 원천인 나무잎을 지탱해야 한다. 커다란 나뭇잎은 무겁다. 무게를 줄이는 한가지 방법은 잎을 잔잎으로 쪼개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잎을 더 작게 만드는 것이다. 두 방법은 무수히 반복되어 채택되었다. 더 성공한 나무일수록 더 많은 잎을 피우겠지만, 구조 전체가 무너진다면 헛일이 될 것이다. 줄기는 바로 이런 상당한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광합성 기구를 통째로 높이 들어올리려면 뿌리와 나뭇잎 사이에 줄기라는 수직 기둥을 놓아야 한다. 물과 영양염류를 흡수하는 진짜 일을 하는 부위와 빛을 유기물로 전환하는 부위 사이에 말이다. 그러면 즉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까지 필요한 물과 영양염류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줄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단지 죽은 공간, 즉 도관이다. 줄기의 세포들은 늘어서서 물이 위로 지나갈 수 있는 빈관을 만든다. 이 물이 없으면 나무 잎은 곧 시든다. 관의 벽은 줄기를 튼튼하게 만든다. 중력에 맞서 흙에서 하늘 높이 물을 퍼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식물은 동물의 심장과 달리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움직이는 부위가 없다. 여기서 잎의 구조에 따른 자연적인 결과이자 현대공학자들도 쉽게 생각하지 못했을 독창성이 발휘된다. 증발산으로부터 힘을 얻는 방법이다따뜻한 햇빛에 잎표면에서 물이 증발될 때 모세관 작용으로 물은 뿌리에서 위로 끌려 올라간다. 날이 더울수록 이 증발산 작용은 더 강해지며, 물은 더 빨리 올라간다. 잎이 시드는 현상은 오직 물공급이 부족해 지는 가뭄 때에만 일어난다. 따라서 줄기는 버팀대겸 도관역할을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석탄은 고대나무들의 탄소에서 형성 되었다. 그 나물들은 산소가 없는 늪지대에 묻히는 바람에 분해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석탄기라는 그 시대의 명칭 자체가 이 지질시대의 주요 산물이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채굴되는 두꺼운 석탄층은 나무들이 오랜 세대에 걸쳐 쌓여서 형성된 것이다. 씨는 발아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씨는 좋은 시기가 다시 올때까지 어려운 시기를 휴면상태로 견딜 수 있다. 즉 추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씨에 든 풍족한 양분은 새싹이 경쟁자들과 맞설수 있게 해준다물에 뜰 수 있는 씨들도 있다. 암수 생식기관이 한 식물에 함께 달리는 종들도 많지만, 따로 달리는 종들도 있다. 씨가 육상생활에 유리했던 것은 분명하다. 수많은 식물들에서 씨가 발달했으니 말이다. 석탄기에는 종자고사리 종류가 번성했다. 그들의 잎은 당시의 양치류와 별차이가 없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크다고 할 씨를 만들었다. 바로 씨 덕분에 침엽수, 은행나무, 훨씬 뒤의 개화식물도 모두 번성했다. 씨가 없다면 우리의 삶도 없을 것이다. 경작은 씨를 수확하는 것이며, 씨의 재배가 문명자체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씨와 알은 비슷한 점이 많다. 양서류는 물에 얽매여 있었다. 번식을 하려면 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작고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알에서는 올챙이가 나온다. 올챙이는 취약하고 단순한 동물이며 민물에서 살아가야 한다.

 

우산 이끼처럼 양서류도 가뭄에 잘 견디지 못한다. 포자였던 것이 팽창하여 씨가 출현했듯이 파충류의 알도 상대적으로 아주 크고, 영양분을 많이 담고 있다. 통통한 씨처럼 파충류의 알도 발생과정에서 액체 내용물이 마르지 않도록 보존하는 단단한 껍데기로 들러싸여 있다. 둘러싸인 막은 한편으로는 튼튼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아가 호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석탄기말에 하늘이 생물들로 가득했다. 석탄기에 거대해진 것은 잠자리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래표면에 발자국을  남겼는데, 지름이몇 센티미터에 달하는 발자국들이 두 줄로 죽 이어져 있다. 그들은 인간의 키만큼 길었을 수도 있다. 거대한 나무들, 거대한 곤충들, 거대한 노래기들 ... 석탄기에는 거대해지려는 충동이 팽배했던 것 같다. 풍부하고 비극적인 공기는 절지동물을 괴물로 만들었다. 높은 산소의 농도로 숲이 자주 산불에 휩싸였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에 사는 유칼립투스와 반크시아처럼 강렬한 열을 견디고, 불길이 지나간 뒤에도 금방 싹이 트는 특수한 적응양상을 진화시켰는지도 모른다.

 

전갈과 투구게는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릴만하다. 물론 살아있는 동물들은 그들의 선조화석들과 사실 똑같지 않다. 그 표현은 그저 이 생물들이 이전 세계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의미이다. 장수하는 사람들에게 장수비결을 물어보면 누구는 절제하는 습관 덕분이라 하고, 독신생활 덕분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행복한 결혼생활 덕 분이라는 사람도 있고, 좋은 음식을 먹은 덕분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운이 좋아서 장수한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갈은 사막에서 잘 견디는 능력 때문이 장수했을 것이다. 설명이 흡족하지 않다면 그저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을 뿐 장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 검은 암석이 형성된 시기에는 바다가 석탄기의 석탄늪을 뒤덮었으며, 이런 수몰로 나무, 양서류, 전갈 등이 한꺼번에 사멸했을 것이 분명하다.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자 바닷물이 무성한 석탄늪으로 흘러들면서 모든 증거들을 묻었고, 경관을 온통 회색뻘로 바꿔놓았다. 그런 동물상 변화를 야기한 세계적인 해수면 상승을 해침이라고 한다. 바다가 다시 물러날 때 그것을 해퇴라고 말한다. 화석가루 들에는 바다가 밀려왔다 빠져나간 사건들이 적혀 있으며, 지질시대별 해수면 높이를 도표로 작성할 수 있다. 이떤 시기에 대륙이 흘러넘쳤고 어떤 시기에 빠져 나갔는지 말이다.

 

한때 석탄은 검은 다이아몬드였지만, 석탄에 들어있는 황 성분은 숲을 파괴하고, 호수를 황폐화 시켰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석탄이 산업사회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반구에서 석탄기 숲은 농촌을 산업사회로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다. 석탄의 불순물들을 상당수 제거하는 코크스 공법이 개발되자 강철을 쉽게 제련할 수 있게 되었고, 증기기관과 철도를 만들게 되었다. 또 석탄은 증기기관의 동력이 되었고, 증기기관은 직조기와 선반을 작동시켰다. 우리가 오르도비스기에 처음 만났던 해양동물중 일부는 데본기에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플랑크톤 필석류는 영원히 사라졌고, 삼엽충도 많이 사라졌다. 데본기에 몇차례에 결쳐 대규모 절멸사태가 있었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졌다. 식물들과 용감한 동물들이 땅에 완전히 자리잡는 동안 바다에서는 다른 종류의 숲이 자랐다. 해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바다나리의 숲이었다. 바다나리는 성게의 친척이며, 식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석탄기는 완족동물이 전성기였다. 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화석동물들은 현재의 바다라면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을 법한 얕은 바다에 우글거렸다. 그 껍데기들은 연안이나 옅은 곳으로 떠밀려 쌓이기도 했다. 완족류는 가장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모두 여과 습식자였다.

 

사라진 생명을 기록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짧고 쉽게 돈을 버는 일에 몰두하는 이 시대에 걸맞지 않게 심오해 보인다. 학자는 지식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영원히 학생으로 남는다. 설령 자신이 자기 분야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은 지식을 쌓았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또 어떤 학자는 어떤 사소한 것에 관한 상세한 지식을 갖춘 다음, 자신의 그 작은 영역으로 침범하려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그는 역사에 경외심을 품는 것이 아니라, 편협한 마음으로 그 일의 규모를 부정하고, 옹졸하고, 까다로운 태도로 과거의 한단편에만 집착하며, 일일이 토를 달고, 각주에라도 자기 이름을 올리고자 애쓴다. 안다는 것이 한계에 부딪일 때가 많은 고생물학 같은 분야에서는 하나의 작은 분야에통달하는 것이 비교적 쉽다. 

 

상어의 먼친척들이 대양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데본기와 석탄기였다. 그들은 그 뒤로 죽 해양먹이사슬의 정점을 떠나지 않았다.  상어는 식욕으로 자체 추진되는 즉 탐식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수억년에 걸쳐 다듬어진 사냥꾼이다. 육지를 지배한 포식자는 몇차례 바뀌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호랑이로 대체 되었고, 벨로시랩터는 늑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계속 상어가 먹이를 찾아다니며 물고기에게 죽음을 안겨준다. 육지와 바다에 사는 대부분의 종을 멸종시킨 사건들이 간혹 일어났지만, 상어는 체형을 개선하면서 은밀히 계속 헤엄쳐 다녔다. 현재 바다를 돌아다니는 상어는 1억7천만년전의 상어와 거의 다르지않다. 살아있는 상어들 중 가장 큰 고래상어는 플랑크톤 섭식자다. 바다를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크릴을 빨아먹는다. 대형상어들이 다른 동물들은 꿈도 꾸지 못할 먼거리까지 먹이를 찾아다닌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냉혹하다.  상어는 일종의 기계같이 감각기관에 자극이 오는 한, 계속 공격을 가한다. 우리는 상어가 호랑이처럼 새끼를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결코 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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