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푸르게 변한 것보다 더 중요한 사건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 뒤로 진화의 주요무대가 된 육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의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육상동물들은 녹색식물곁에서 자랐으며, 우리는 지금도 식물에 얽매여 있다. 초록빛은 지금도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사람들은 복잡한 도시에 살고 있어도 공원과 정원으로 가고픈 충동을 느끼다. 캄브리아기에 세계의 3분의 1은 생명이 없는 곳이었다. 매마른 토양을 뭉칠만한 것도, 심한 날씨의 변화를 완화시킬 만한 것도 전혀 없었을 것이므로 폭풍우가 오기만 하면 즉시 홍수가 일어나서 비탈을 따라 크고 작은 돌들이 굴러서 강바닥을 채웠을 것이다. 자연이 자신의 분노를 마음껏 쏟아내던 침식의 시대였다. 지각의 변동으로 산맥이 높이 솟아오르자마자 서리가 암석을 쩍쩍 갈라지게 하고, 빗물이 부서진 돌들을 아래로 운반했다. 그 밑의 평원에는 돌들이 여기저기 깔려 있다. 땅의 녹화는 생물의 활동 범위를 늘릴 기회를 제공했을뿐 아니라, 세계의 아름다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식물들은 육지에 자리를 잡기까지 몇가지 중요하고 까다로운 생리적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했다. 최초의 육상식물에 앞서 조류 조상들이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단지 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희박한 공기로 둘러싸인 환경으로 옮겨가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생물의 조직은 섬세하며, 탈수는 조직에 가장 심각한 파괴를 일으키는 원인이었다. 따라서 식물은 초록엽상체의 바깥에 얇게 왁스칠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 덕분에 수분 손실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최초의 식물들은 물가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햇빛에 너무 달구어지면 취약해졌을 것이다. 왁스막을 얻자 그 막을 뚫고 호흡을 해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한마디로 수분을 간직하면서 공기를 배출해야 만했다.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식물 표면에 세포들을 특수하게 배열하여 만든 기공이다. 기공은 팽창하면 공기를 지나다니게 하고, 건조해 지면 구멍을 닫는 세포들로 둘러싸인 아주 작은 구멍이다. 천연환기시스템이다.
왁스막과 기공을 갖추자 식물의 싹은 진흙 위를 기어가고 ,공중으로 고개를 처들 수 있게 되었다. 녹색표면이 광합성을 하고 성장하면서 공기와 빛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뻗어 나갔고, 짧은 뿌리도 양분을 흡수하면서 뻗어 나갔다. 축축하고 습한 개울가에 앉아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위로 드리운 양치류를 헤치고 수면 바로 옆의 맨땅을 살펴보면 땅에 달라붙은 있는 초록색 식물을 볼 수 있다. 그것은 흐릿한 빛을 즐기며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곳에서 몸을 축축하게 적신 채 기어다닌다. 바로 우산이끼다. 현존하는 식물들 중에서는 그것이 최초로 물을 떠난 고대식물과 가장 가까울지 모른다. 우산이끼는 기공도 없는 아주 원시적인 식물이다.
오존층은 대기 높은 곳에서 산소분자들이 변형되어 생긴다. 아마 오르도비스기의 대기에는 그런 보호과정이 시작될 만큼 산소가 충분했을 것이다. 30억년에 걸쳐 조류와 남조세균이 대기로 산소를 방출한 결과다. 식물들이 빛을 향해 위로 자라는 일에 매진하며 자라는 순간 즉시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줄기가 길게 뻗을수록 뿌리에서 줄기끝까지 물을 운반하는 전체 구조를 물이 팽만한 상태로 유지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반면에 광합성 산물은 잎에서 식물 몸전체로 분배 되어야 한다. 즉 식물은 모든 제조업체가 그렇듯이 분배와 공급이라는 문제로 씨름하는 광합성 공장이나 다름없다. 위로 자라는 식물을 만들기 위해 극복해야 할 기술적 상황들은 배관과 토목공학, 화학과 공기 역학적 문제들 이다. 우선 지탱을 해야 한다. 일부 식물의 기관들은 세포끼리 협력하여 상당한 수준의 강도를 얻었다. 즉 서로에게 기댐으로써 서로를 지탱한다.
관들은 유체 즉 식물의 피인 수액의 이동통로이다. 관의 세포벽은 뚜꺼워졌고, 독특한 나선무늬가 생기기도 했다. 질긴 유기건축재로인 '리그닌'은 그 구조를 보강했다. 이런 배관과 토목공학 덕분에 위로 성장이 가능했다. 실루리아기 최초식물들 중 일부는 작고 기면서 갈라진 촛대처럼 한두번 둘로 갈라지며, 위로 줄기 끝을 세웠다. 비록 가장 단순한 이끼류와 겉모습이 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있기는 해도, 현재 살고 있는 식물과 똑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식물들은 왜 안전한 물을 떠난 것일까? 대기가 준비되었고 기후도 준비 되었다. 그러나 주된 동기역할을 한 것은 우연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연못과 호수는 지극히 불안정한 서식지이다. 이따금 바짝 마르기도 하고 넘치기도 한다. 그런 예측 불가능성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중요한 공학적 변화가 일어났을수도 있다. 공기를 통해 퍼지는 포자를 이용하여 번식할 수 있는 식물들의 미세한 포자들이 물에서 떠난 것이 아닐까? 물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특수한 구조를 지녀야 했다. 그들은 단단한 막, 즉 외피를 지닌다. 이 막은 번식에 쓰일 내용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초기 식물들은 셰일표면의 검은 막에 보존되어 있다. 남웨일스의 토이강 어귀에 드러난 데본기 초기 암석들에 새겨진 검은 얼룩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데본기의 라이니 처트이다. 그 화석의 세포들은 죽자마자 이산화규소로 채워졌다. 그래서 암석을 아주 얇게 자르면, 식물의 미세한 구조들을 살펴볼 수 있다. 양치식물은 세대 교번을 하는데 이 단계에서 포자가 아니라, 개체별로 정자나 알세포를 만든다. 둘이 만나 수정이 이루어진 뒤에야 거기에서 성숙한 양치식물이 자란다. 수정은 식물이 얇은 막처럼 물로 뒤덮여 있는 동안 정자가 헤엄쳐감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양치류는 여전히 조류 조상과 이어져 있으며, 자신이 기어나온 물에 얽매여 있다. 실루리아기 말의 암석에서 찾아낸 단서들을 통해서 동식물들이 마른 땅을 정복한 이야기의 여러 중요한 대목들을 재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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