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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코그니토(INCOGNITO): 데이비드 이

왕좌에서 물러난 인간(1)

시각은 뇌의 구조물이며, 시각의 유일한 임무는 우리의 상호작용내에서 유용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학이 진보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왠지 편치 않은 의문들을 품게 되었다. 인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했다고 생각하던 왕좌에서 내려온후, 인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일부 사상가들은 우주의 광대함이 드러나면서 인간이 하찮은 존재라는 사실도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문명의 시간적 규모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세포 생명체들의 기나긴 역사에 비하면 순간일 뿐이다. 생명체의 역사는 행성 자체의 역사와 비교하면 찰나에 불과하다. 인간의 폐위는 우리보다 더 큰 무엇, 그러니까 우리가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진 개념을 알게 해주었다. 우리는 의식이라는 왕좌에서 내려온 후 인간의 행동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진입로를 알게 되었다.

 

왜 우리는 사물을 아름답다고 여길까? 왜 우리는 논리에 약할까?

왜 우리는 운전은 잘하면서도 말로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을까?

 

미래의 인간이 너무 쉽게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와 관련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 이러한 유형의 계약은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될 것이다. 가령 직원들에게 월급 일부를 떼어 개인의 은퇴계좌에 넣도록 하는 식이다. 미리 돈을 넣어둔다면 당장 돈을 쓰고 싶은 유혹을 피할수 있으니까?  덕이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충분히 음란한 동인에 빠질수 있다.  덕을 갖춘 사람은 전혀 유혹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라기보다 유혹에 저항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사람이라 하겠다.  실제 뇌가 어떻게 운영되고, 왜 어떤 사람들은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는지를 이해해야만 우리는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강화할 전략을 개발할수 있다. 몽테뉴는 서른 여덟살을 맞아 도서관을 세웠다. 그리고 복잡하고 순간적이며 변화무쌍한 주제, 바로 나에 대해 글을 쓰며 인생을 보탰다. 그가 내린 첫번째 결론은 자신에 대해 알려는 노력은 헛수고라는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변할뿐더러 정형화된 설명보다 늘 앞서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답을 찾았다. 그리고 그의 질문은 수세기에 걸쳐 반향을 일으켰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그것은 좋은 질문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내면의 우주를 탐구하는 일은 분명 자신을 안다는 최초의 단순한 개념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자신에 대해 알려면 내면의 성찰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당신의 신경계가 소화기관을 통제하기 위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1억개가 넘는 뉴런을 조종할 수 없다. 그 기계는 자동화 되어 있어 당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장을 따라 음식을 나르고 소화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신호를 보낸다. 대부분 의식은 당신의 의견이나 선택 너머에 존재한다. 만일 사회가 당신더러 그다지 끌리지 않는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고, 이를 유지하라고 요구한다면 어떨까? 아마 그럴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가장 근원적인 성향은 신경회로에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그리고 당신은 거기에 접근할수 없다. 자신을 알려면 '알기'라는 개념을 바꿔야 한다. 자신을 알려면 의식이 뇌라는 집에서 작은방 하나만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주어진 현실을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는 이 글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글자보다는 격언 자체 더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으므로 이해하려면 글자뿐 아니라, 그러한 격언이 생겨난 문화, 성찰에 대한 배경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유물론은 흔히 환원주의라고도 불린다. 환원주의는 복잡한 자연현상을 몇개의 요소로 분해해 전체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원자를 규명하면 물체를 이해할수 있고, 유전자를 규명하면 생명체를 이해할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환원주의다.  니코틴이라 불리는 작지만 강력한 분자는 어떤가? 이 분자들은 의식을 바꾸고 인지에 영향을 미치며 행동을 조종한다. 그 순간이나마 우리는 이러한 분자들의 노예가 된다. 어떤 일들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하여 담배, 술, 코카인에 의존한다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행동과 긍정적인 행동을 맺어줌으로써 널리퍼진 신경회로(변연계 도파민 시스템)는 세상에서 행동을 최적화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가 음식이나 마실 것, 배우자를 얻고 일상의 수많은 결정을 헤쳐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코카인은 대단히 정직한 분자다. 17개의 탄소원자들, 21개의 수소, 1개의 질소, 4개의 산소로 되어 있으며 신기하게도 보상회로라는 미세한 기계에 열쇠와 자물쇠처럼 잘들어 맞는다. 약물중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알코올, 니코틴, 암페타민같은 정신활성제, 아편도 마찬가지다. 주사를 통해 변연계 도파민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물질들에는 자신을 강화하는 효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러한 분자들을 얻기 위해 상점을 털기도 하고 노인을 습격하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하면, 침대모서리에서 울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샤워를 하고, 일에 몰입하고, 사람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다. 모든게 미세한 조정된 신경전달물질 시스템 덕이다.

 

생물학적 혼합물에서 벌어지는 접근불가능한 변동때문에 어떤 날은 짜증을 내고, 어떤 날은 유머감각을 발휘하고 어떤 날은 침착하고 어떤 날은 활기 넘치며, 논리적인 사고를 한다. 우리 내부의 삶과 외부의 행동은 스스로 접근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생물학적 혼합물에 의해 조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