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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코그니토(INCOGNITO): 데이비드 이

라이벌로 이루어진 팀, 뇌(2)

뇌속의 라이벌들은 이제껏 소개한 것들보다 훨씬 많을 뿐 아니라, 애매모호 하기까지 하다. 뇌는 서로 겹치는 영역에서 같은 일을 담당하는 작은 서브시스템으로 가득차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나 일상적인 기억은 '해마'라고 불리는 뇌영역에 의해 굳어진다. 하지만 교통사고나 강도 사건처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다른 영역인 편도체도 독립적이고 부차적인 기억트랙을 따라 기억을 저장한다. 편도체 기억의 특성은 쉽게 지워지지 않으며 카메라 플래시 터지듯 불현듯 다시 떠오른다는 것이다. 성격이 다른 2명의 기자가 하나의 사건에 대해 기사를 써내려 가는 것처럼, 뇌의 여러 분파들은 같은 임무에 관여하고 개입한다. 다들 정보를 받아 적으며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겠다고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우리 뇌는 좀처럼 한가지 해결책에 안주하지 않는다. 뇌는 쉬지 않고 해결책을 발명해낸다. 대다수 신경과학 서적에서는 뇌의 이런 영역을 연구하는 한가지 기능만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접근방법은 잘못된 것이다.

 

국가에서 한쪽 정당이 사라지면 당연히 남은 집단이 우세해진다.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이 나올수 밖에 없다. 한 정당이 끔찍한 사고로 소멸해도 국가는 여전히 돌아간다. 이는 뇌라는 생물학적 시스템의 굳건한 상징이다. 간혹 작은 장애가 있을 뿐이다. 뇌 손상은 행동이나 심리의 이상한 변화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어떠한 임상학적 증상도 나타나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뇌의 일부가 쇠퇴해도 다른 문제 해결책이 있다. 우리는 서브루틴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뿐 아니라 이를 정당화 한다. 자신의 행동이 늘 자기 아이디어인양 행동 하는 것이다. 누구나 '방금 내가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했거든' 하고 우쭐된 기억이 있지 않은가? 실은 우리의 뇌가 오랫동안 고만한 뒤에 최종의 결과물로 내놓은 것인데 말이다. 언어구사의 능력을 담당하는 인간의 좌뇌는 기분이 어떤지 말할 수 있다.  반면에 말이 없는 우뇌는 왼손에 무언가를 가리키거나, 잡거나, 쓰라는 명령을 내려 의사를 전달할 뿐이다. 뇌의 한 부분이 선택을 내리면 다른 한 부분은 재빨리 이유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지어낸다. 당신의 뇌는 스스로 행동을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병을 인식 못하는 증상을 '병식결손증'이라고 한다. 병식결손증의 핵심은 환자들이 장난이나 당혹감에서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뇌가 손상된 신체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에 맞게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다. 그리고 병식결손증 환자는 자기가 그렇게 한 것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당황해서가 아니라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보를 한데 모아 올바른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다. 뇌는 일상생활에 논리적인 패튼을 입히기 위해 24시간 내내 일한다. 일단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나면, 당신의 뇌는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된다. 의식이라는 CEO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과학저술가 마이클 셔머에 의하면 마음은 패턴을 추구한다. 의미없는 데이터에서 구조를 찾으려 든다.  진화도 패턴을 추구한다. 패턴이야말로 뇌 회로의 미스터리한 부분을 빠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변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비연속적인 데이터를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자동화된 서브루틴들의 네크워크에는 의사소통을 돕고, 자원을 분배하고, 통제권을 할당하는 고차원적인 기제가 필요하다. 의식은 회사의 CEO와 같다. 그는 더욱 고차원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업무를 배당한다. 그는 조직의 각 부서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언제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만 알면 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예측과 어긋나는 순간 의식은 표면 위로 떠오른다. 모든 것이 좀비시스템의 능력과 필요에 따라 진행될 때는, 당신은 눈앞에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 갑자기 그들이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순간 문제를 인식한다. 그 문제를 인식한 CEO는 문제를 가장 잘처리할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모든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댄다. 의식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났을때 온라인 상태로 돌아온다. 의식이라는 CEO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야할지 진상파악에 나선다.

 

인간이 아닌 동물도 의식적일까? 서브루틴을 많이 가진 동물일수록 조직을 이끌 의식, 즉 CEO를 더욱 더 필요로 한다. 서브루틴이 많을수록 적들의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만일 당신이 매일 한가지 서브루틴을 운영한다면 포식자는 당신을 잡아먹을 방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매년 같은시간, 같은방식으로 아프리카의 강을 건너는 누의 무리들을 바라보는 악어들이 그렇지 않은가? 외계 시스템들이 많아야 적의 예측을 피할 수 있다. 단순한 몇가지 서브루틴에 의존하는 동물들은 많이 낳아, 많이 살아남기를 바란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사할 능력이 없는 그들이 외우는 주문은 단 하나다. 적보다 뛰어난 생각을 할수 없다면 숫자로 밀어붙이자. 서브루틴들이 더 많이 통합되고, 욕구 충족을 미루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울수록 더 많이 의식을 가진 것이다. 신경생물학적으로 비밀이란 무엇인가?  비밀은 뇌에서 경쟁하는 정당들이 벌인 분쟁의 결과다.  뇌의 한 부분은 무엇인가를 드러내길 원하고, 다른 부분은 원치 않는다.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그로 인한 장기적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원치않기 때문이다. 비밀을 털어놓는 이유는 조언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다. 만약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면, 말하는 사람은 절망할지도 모른다. 그녀가 정말 원하는 건 그저 누군가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었으니까? 때로는 이처럼 비밀을 말하는 것 자체가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서브에이전트를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복되는 해결책을 갖는 에이전트들을 끊임없이 발명하고 서로 경쟁시켜야 한다. 라이벌로 구성된 팀을 꾸리는 최상의 진화 접근법은 작은 프로그램들을 무작위로 만들어 자꾸 작은 돌연변이들을 재생산하면 된다. 나는 갈등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과 생물학적인 기계가 앞으로 좀 더 풍요롭고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선택은 외계시스템들이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한결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때는 소심하고, 어느 날은 대담하게 행동한다. 어느 날은 현명하지만, 어느 때는 멍청하게 행동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수필가 몽테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와 우리 사이에는 우리와 타인 사이만큼이나 큰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인지적인 통제와 동떨어진 곳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 의식적인 당신은 과거보다 정신적인 기계를 덜 통제한다고 치자.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