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자세를 바꿔야 할 때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산이다.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 존재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 인간관계가 모든 형태의 고민에 해답을 제시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문화에서 좋은 마음으로 도우려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격려도 고맙긴 하지만, 고독 또한 치료에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구나 겪을수 밖에 없는 고통스런 변화 한가지는 사별이다. 배우자, 아이, 부모, 형제자매의 사별이 그렇다. 사별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느낌을 피하고 싶어 다양한 방어수단을 사용하면서 슬픔의 과정을 지연한다. 때로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행동을 혐오하는 전통적인 문화 때문에, 이런 방어수단들이 강화 되고 미화되기도 한다.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힘겹고 고통스럽고 대체로 고독한 과정이며,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고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면, 상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사별이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건임을 직시하게 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친척이나 친구들의 격려와 위로가 사별한 사람에게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들이 아주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 전부를 함께 할 수는 없다. 그 과정은 다른 사람들은 경험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단 두사람만의 친밀감과 관련되므로 본질적으로 사별한 사람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애도라는 행위는 본래 사별한 사람이 밤에 혼자 깨어있을 때 그의 마음 구석진 곳에서 일어나는 그 무엇이다. 애도는 오랜 시간 계속되어 결과적으로 사별한 사람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정신과정이다. 사별한 사람은 이제 자신의 삶이 죽은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것임을 깨닫고, 문제를 달리 보게 된다. 그는 새로운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맺지 않을 수도 있다. 이떻게 하든 그는 삶의 의미가 전적으로 인간관계에 달려있지는 않으며, 친밀한 관계가 없는 사람의 인생 또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태도를 바꾸려면, 혼자 있거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습관적인 태도와 행동은 외부환경 때문에 굳어지기 때문이다. 습관과 싸워본 사람이라면 점심 먹고나서 늘 앉는 사무실 책상에 앉을 때나 퇴근 후에 술 한잔하려고 할 때, 불쑥 나타나 갈망을 부추기는 자극들을 잘 알 것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휴가중에 담배끊기가 더 수월하다고 말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할 필요가 없는 낯선 환경에 있을 때, 단서들은 사라지거나, 아니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휴일은 틀에 박힌 일상에서의 탈출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휴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 현대사회에서는 고독이라는 평화를 얻기가 힘들다. 전화는 끊임없이 사생활을 위협한다. 도시에서 자동차와 비행기, 기차의 소음을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사실 어디를 가든 소음이 있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소음이 없으면, 오히려 불편해질 정도가 되었다. 운전하는 동안을 휴식시간으로 여기는 운전자들이 있는데, 그 시간 만큼은 찾는 사람없이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차에든 장착된 라디오와 CD, 카세트 플레이어는 사람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무슨 소리든 들으려 한다는 증거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무선전호가 개발되고, 이를 설치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운전하는 동안이라 해도 누군가 대화를 청해온다면 언제든 응하려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감각박탈에 대해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소음방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감각박탈의 반대, 즉 감각과부하라는 문제는 대체로 무시된다. 오늘날 초원 명상법 같은 기법 들이 유행하는 것은 도시환경에서 얻기 힘든 고독과 침묵의 시간을 가져보려는 노력일 수도 있다. 습관적으로 접하는 환경에서 의도적으로 물러나보면 스스로를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혼잡스러운 매일의 삶에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내면 깊숙한 곳의 느낌과 접촉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우리의 자의식은 물질세계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 좌우된다. 작가들은 책이 들어찬 서재가 관심사를 반영하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며, 내 가족, 동료, 친구들 그리고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 등과의 관계는 내가 어떤 시각을 지닌 사람이며 예측컨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규정한다. 마음속에서 뭔가 새롭게 조직되고 통합 되려면 먼저 어느 정도의 해체가 일어나야 한다. 이전의 형태를 붕괴시키고 나서, 더 좋은 것이 올지 안 올지는 경험해 보기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인 의미에서 은둔이 아니다. 나는 삶을 완성하는 철학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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