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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위로( 앤서니 스토 지음, 이

지금 우리가 고독해야 하는 이유

플라톤의 신화는 강력하다. 몇세기가 지나도록 사람이 또다른 사람과 성적으로 합일되면서 비로소 전체가 되고 완전한 자아를 되찾는다는 개념은 낭만주의 문학에 영감을 주었고, 수많은 소설에서 그 절정을 보여 주었다. 프로이드는 성적인 충만감을 만족스러운 사람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했다. 신경증 문제가 성적 성숙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장애의 결과라고도 생각했다. 프로이드는 육체에서 찾을수 없거나 육체와 연결될 수 없는 심리경험은 실체가 없는 것이라며, 언제나 묵살하곤 했다. 정신분석의 주요한 목적은 언제나 아동기와 청년기를 이해하는 것이었고, 개인을 부모와의 정서적 연결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는 또한 인생에서 성적충동이 가장 집요한 문제가 되고, 성적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융과 그의 학파 지지자들은 중년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심리학과 심리치료에서 융이 주로 공헌한 분야는 성인발달 분야이다. 융은 자기분석 과정을 통해 청년의 임무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세상에서 자리잡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것인 반면, 중년의 임무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만의 특성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임을 확신했다. 융은 개인성을 살아있는 존재의 선천적인 특질이 궁극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정의했다. 중년의 사람들은 신경증을 앓는 것은 아니지만 삶이 무의미하고 공허하다는 느낌으로 고통받고 있다. 융은 또 환자들에게 하루에 얼마간의 시간을 할애 해 적극적 상상이라는 것을 해보라고 권한다. 이렇게 하여 스스로 시작한 심리적 여행을 표현할 뿐 아니라, 숨겨진 부분을 재발견할 수도 있다.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예전의 그들의 삶에 열정과 의미를 부여하던 취미나 관심사를 직업과 가족의 요구 때문에 외면하거나 포기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 환자에게는 젊은시절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을 기억하도록 격려해 주면, 그는 이제껏 외면해 왔던 면을 재발견하고, 삶과 일에 짓눌려 포기했던 음악이나 그림, 혹은 그 밖의 다양한 취미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기도 한다.

 

융은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고, 아무것도 억압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고, 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사물을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지식이 생겨난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은 만물을 받아들일 때만 그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오는 것은 어떤 것이든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뭐든 다 받아들이면서, 그리고 내 본성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받아들이면서 인생의 게임을 하려고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모든 생명력을 느끼니까?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모든 것을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맞추려고 얼마나 애를 썼든가?' 라고 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긴장과 책임감과 걱정에서 벗어나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지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내가 수없이 분석했던 내면의 평정이라는 변화, 에너지 중심의 변화중 가장 놀라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그 변화가 대부분 무언가를 할 때가 아니라, 그저 이완하고 짐을 내려놓을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신비로운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대부분 30분, 기껏해야 한 두시간이 한계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보통 빛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평화로운 상태에 한번 도달하면 언제까지나 방해받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할거라고 기대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삶이 계속되는 한 고요함의 상태에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다."

 

융은 '개인성을 완전하게 개발하는 것은 절대 완성될 수 없는 일생의 임무, 어떤 목적지를 향해 희망에 부풀어 길을 떠나지만, 절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살아가는 동안 계속 새롭게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적응하면 끝까지 아무 문제가 없는 그런 일은 결코 없다.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필요하다.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과도한 어려움이다.

 

새로운 개념이나 영감이 떠오를 때의 마음상태는 융은' 적극적 상상'이리고 했다. 적극적 상상을 하는 창조자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냥 두고만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창작성이 막 일어날 때는 작가의 뜻과는 상관없이 다른 힘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은 작가들이 한다. 또 창의성은 이질적인 것으로 보이던 실체들을 새로운 고리로 연결하는 것, 융의 표현을 따르자면 대립되는 요소들을 결합하는 것으로 대개 이루어진다.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면 이전에는 모순된다고 생각되던 개념들이 서로 조화 되거나 폐기된다. 어떤 창조자도 자신의 창작물에 영원히 만족하지 않는다.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생기고, 그 때문에 창조자는 끊이없이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다. 완성된 작품은 길위의 정거장일 뿐이다. 실제로 예술가의 작품은 힌 인간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성장이 겉으로 드러난 표시다. 그리고 창조과정과 개인화 과정은 둘다 주로 고독속에서 일어난다.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는 창의적 태도에 대해, 창조의 열정을 지닌 창의적인 사람은 영감을 얻는 단계에서는 과거와 미래를 잊고,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 온전히 그곳에 있으며 현재의 당면 문제, 지금의 상황, 지금 여기에 완전히 열중하고 매혹되고 몰두한다. 현재에 몰두하는 능력은 모든 종류의 창조활동의 필수요소이다. 매슬로는 창의적 태도와 절정경험을 하는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것, 구속과 의무와 두려움과 희망으로 부터도 자유로워지는 것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끼리 맺는 관계의 깊이는 다양하다. 모든 인간은 관계뿐만 아니라 관심사도 필요로 한다. 모든 인간의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린시절에 경험한 사건, 타고난 재능과 능력, 기질의 차이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각 개개인이 인생의 의미를 주로 다른 사람에게 찾는가 아니면, 고독에서 찾는가가 결정된다. 혼자 있는 능력은 학습과 사고와 혁신을 가능케 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고 상상이라는 내면의 세계와 늘 접촉하게 하는 중요한 자질이다. 친밀한 관계를 맺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해도 창의적 상상력의 개발로 치유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인간관계보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와 질서를 만드는 것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창의적인 사람들도 많다.

 

완벽한 행복, 다시 말해 내면의 세계와 외면의 세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룰때 일어나는 일체감은 일시적 으로만 가능하다. 인간의 끊임없이 행복을 찾지만 바로 그런 본성 때문에 인간관계에서든 창의적 노력에서든 행복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장 행복한 삶이란, 인간관계나 인간관계 이외의 것 어느 한쪽에 대한 관심을 유일한 구원의 수단으로 이상화 하지 않는 삶일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

좋은 본성과 너무도 오랫동안 떨어져 시들어가고

일에 지치고 쾌락에 진력이 났을 때.

고독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