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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

권위의 법칙

징계효과를 연구하기 위하여 지원자들을 학습자와 선생역할을 맡게 하여, 선생역할을 맡은 지원자는 학습자가 어떤 단어들을 기억하게 하여 그 단어에 대한 기억력을 테스트하여 그가 실수할 때마다 전기충격의 징계를 내리게 하였다. 틀릴 때마다 15볼트씩 높여 가는 것이다. 충격이 강해지자 학습자는 당항하여 더욱 많은 실수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더 높은 전기충격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학습자는 더 이상 그 충격을 견지지 못해 '그만해'라고 소리친다. 그렇지만 선생은 계속 질문을 하게 하고, 학습자가 틀리게 되면 전기충격 레버를 계속해서 전압을 올려 당기게 된다. 물론 학습자는 연구원이었으며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선생역할을 맡는 지원자는 '그만해라'고 소리치는 학습자에게 계속 전기충격레버를 당긴 것일까? 심리학자 밀그램의 이 실험은 사실 징계가 학습에 비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이 아니라 '보통 평범한 사람에게 합법적인 명령을 내린다면, 얼마만큼의 고통을 무고한 다른 사람에게 부과할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합법적인 권위에 복종하려는 의무감이라는 것이다. 밀그램의 주장에 의하면 실험결과에 대한 진정한 책임은 실험에 참가한 지원자들이 연구자의 명령에 도전하지 않는다는데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권위자들의 명령에 복종하여 그들이 시키는 어떤 명령도 충실히 수행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인간의 사회조직을 잠깐 살펴보면 '권위에 대한 '법칙이 우리의 행동에 왜 그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단계층으로 형성되어 있고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있는 권위의 체계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즉 권위의 체계를 통해서 우리 사회는 자원의 생산, 교환 그리고 방어에 필요한 복잡하고도 정교한 구조들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위쳬계의 정반대 개념은 무정부 상태다. 무정부상태를 통해서는 우리는 아무런 문화적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사회철학자 홉스는 무정부상태는 우리를 고독하고도 빈궁하며, 야만적이고도 비참한 삶의 형태로 인도한다고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적절한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옳은 것이며, 불복종은 잘못된 것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라고 있다. 우리는 권위자 명령의 옳고 그름을 분석하는데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거의 무의식 차원에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인정된 권위자로 부터의 메시지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순간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소중한 지름길 역할을 담당하고, 이해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 권위의 구조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존재는 의사들이다. 어느 누구도 임상에서 의사판단에 도전하지 않는다. 일번적으로 동물의 세계에서 경쟁자간의 싸움은 덩치가 더 크고 강한 놈의 승리로 끝난다. 그러나 이러한 싸움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신체적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물들은 경우에 따라서 실제적 싸움보다는 형식적 싸움을 통하여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고 있다. 많은 경우 이러한 '과시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크기의 싸움에서 밀린 한쪽의 동물이 슬거머니 꼬리를 내려, 싸움의 승자는 겉으로 보이기에 덩치가 더 큰, 따라서 힘이 더 강할 것 같은 동물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통해서도 힘과 권위의 상징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들의 지시 앞에서 간호사들의 전문지식이 송두리째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그들이 자동적으로 의사의 지시에 아무 생각없이 반응만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애석한 일이다. 그들은 일상경험을 통해서 합법적인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고, 효율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왔기 때문에 비록 실수의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자동적 복종의 편에 서기를 더 원하고 있다. 우리의 기계적 복종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두 번째 종류의 권위의 의상이다. 그리고 고급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우리는 고급 승용차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특별히 경의를 품고 있다. 값싸고 낡은 자동차보다 고급 승용차일 경우 훨씬 조심을 하게 된다. 소형차에 대해서는 우습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설득상황에서의 권위나 권위의 상징물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에 대해 충분한 방어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권위의 힘에 대응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어전략은 권위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권위의 상징물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인식도 함께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위에 합당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의사, 판사, 경영자, 교수들은 남들보다 탁월한 식견과 경륜에 의하여 그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에 그들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훌륭한 행동지침이 된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권위의 힘에 복종하여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것도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권위자들을 향해 우리가 던져야 할 첫번째 질문은 '이 사람이 정말로 전문가인가?' 하는 것이다. 그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상징과 연상의 늪을 빠져 나와 현실적 권위의 증거를 찾게 만든다. 현대의 바쁜 삶을 살다보면 우리의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대방의 권위에도 생각없이 복종하게 된다. 그들에게 던져야 할 또하나의 질문이 있다. '이 전문가의 말을 믿을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지식을 그것도 우리의 현안 문제와 관련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라 할지라도, 그들이 그 지식을 공정하게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믿음성에 대한 검증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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