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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

일관성의 법칙

'일관성의 법칙'이란 우리가 지금까지 행동해온 것과 일관되게 혹은 일관되게 보이도록 행동하려 하는, 거의 맹목적인 욕구를 말한다. 일단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거나 입장을 취하게되면, 그러한 선택이나 입장과 일치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그러한 부담감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이전에 취한 선택이나 입장을 정당화 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있다. 일단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되면, 그 결정은 일관성이라는 심리적 압력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들을 결정된 입장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맞춰 나가게 된다. 일관성의 동기나 일관성 있게 보이고자 하는 동기는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여 우리로 하여금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의 이익에 반하게 하는 행동을 하게도 만든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불일치는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성격적 요소로 간주된다. 끊임없이 자기의 마음을 바꾸는 여자는 변덕쟁이라고 한다. 남에에 영향을 받아 쉽게 자기의견을 바꾸는 사람을 우유부단한 사람, 이중인격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관성이야말로 논리, 안전성, 정직성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관성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때 우리는 이 세상을 합리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며 또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관성의 법칙이 갖고 있는 그 첫번째 매력은 다른 자동화된 반응유형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세상을 쉽게 살아가게 하는 지름길이다. 일단 우리가 현안에 대해 마음을 결정하면 그 결정을 고수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다. 우리는 더 이상 의사결정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하여 세상을 헤매고 다닐 필요도 없고, 대안의 장단점을 분석 하느라 정신적 에너지를 허비할 필요도 없다. 일관성 법칙은 상당한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하여 대처해야 할 복잡다단한 일상생활을 비교적 편리하고도 효율적으로 그리고 손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기계화된 일관성이 우리를 유혹하는 또 하나의 매력은 가끔 우리가 무엇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귀찮기 때문이 아니라, 심사숙고끝에 얻어진 결론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일관성의 법칙이 우리 행동을 결정짓는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 되는가.

 

사회심리학자들은 그 대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대답은 '개입'이다. 내가 만일 어떤 일에 대하여 개입하게 만들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일관성의 포로로 만들어서 그 이후의 행동을 자동적으로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당신이 어떤 입장을 취하기만 한다면, 그때부터 당신은 결정된 입장에 따라 일관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불로소득자들이 사용한다. 한결같이 우리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취하게 하거나, 발언을 하게 만들고서 일관성의 법칙에 따라 우리가 나중에 그들의 요구에 응하도록 환경을 조작하고 있다. 자선단체와의 인터뷰에 응하는 정도의 간단한 개입이라도 일단 승낙하게 되면, 나중에는 점차 그 개입의 정도가 강해져서 결국에는 자신의 전재산을 다 헌금하게 되는 엄청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일단 우리가 작은 요청에 동의하게 되면, 나중에 보다 큰 요청에도 동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뿐 아니라, 처음의 요청과는 성격이 다를 수도 있는 다양한 다른 요청에도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적극적인 약속들이 자기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이미지는 미래의 행동을 결정한 것이다. 이 행동이 또다시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중공군이 미군포로 개입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작문이라는 도구를 이용했다. 작문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포로의 개입을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된다. 일단 포로가 중공군이 원하는 내용의 작문을 하게 되면, 이제 그 사실을 잊어버릴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 이 포로는 자발적으로 반미국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변해버린 자신의 이미지에 충실하기 위하여 나중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적에게 협조하게 된다.

 

세일즈맨이 계약서를 소비자가 일단 직접 작성하게 만들면, 비록 그것이 아주 작은 행동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나중에 계약을 파기하지 않게 된다. 즉 자신이 쓴 대로 행하려는 일관성의 압력을 말이다.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되는 또다른 이유는, 그 글로 인하여 글쓴이의 생각이 공식화 되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이 알게 되면, 우리는 그러한 입장을 일관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압박을 받게 된다. 앞서 우리는 이미 일관성이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한 성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일관성 있는 사람은 이성적이고 확실히 믿을 수 있으며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되는 반면, 일관성 없는 사람은 변덕스러우며 분명하지 않고 안정성이 없으며, 정신이 산만하여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미지가 공식화 되면 될수록 ,그 이미지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예상치를 전혀 공식화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답이 옳지 않았다는 새로운 정보앞에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생각을 수정할 수 있지만, 자신의 예상치를 공식화한 사람은 그 입장을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한다. 배심원들도 일단 자기 의견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나면, 그 후에는 다시 그 결정을 번복하기 힘들다. 공식적인 것보다 은밀한 투표가 불일치 배심원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개입이 우리의 자기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또한 미래의 행동에도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의 행동이 자발적인 것이며 공식적인 것이며, 또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사회과학자들은 외부적 압력 없이 우리 스스로 선택하여 행동한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내부적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어떤 행동에 대한 커다란 보상을 강한 외부적 압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커다란 보상은 우리로 하여금 특정행동을 하도록 만들수는 있지만, 그러한 행동에 대해 우리 스스로 내부적 책임을 지게 만들지는 못한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의 진정한 개입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강한 위협도 마찬가지다. 강하게 위협하면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굴복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개입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아동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부적 압력을 사용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부모 뜻대로 행동하게 만들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이 그런 외부적 압력이 없을 때도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만들려면, 그들의 행동에 대해 내부적 책임을 지게하여 그들의 자발적인 결정대로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커다란 보상이나 체벌 같은 명백한 외부적 압력이 적을수록 효과적이다. 일단 사람들이 내부적으로 변하게 되면 변화의 효과가 오래간다. 내부적 변화를 동반한 개입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이 자기 스스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일단 사람이 내부적으로 변하게 되면, 힘들여서 그 변화를 지속시키거나 강화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 내부에서 생성되는 심리적인 일관성의 압력이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자기자신을 공공봉사활동에 열성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사람들은 이제 모든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다. 지역사회 봉사에 대한 뉴스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가질 것이며, 지역사회 봉사의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에도 열심히 참가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 수많은 불로소득자들에 의해 사용되는 다양한 미끼기법들은 모두 동일한 순서를 따르고 있다. 먼저 고객의 구매결정을 유도하는 미끼가 제공된다. 그러나 이 미끼는 고객이 구매에 대한 의사결정을 마치고, 실제로 구매행동에 들어서기 직전에 교묘하게 제거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미끼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여전히 구매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자동화된 일관성이 대부분의 경우에 매우 경제적이고 시기적절한 행동으로 우리를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생활에서 그것을 쉽사리 제거해 버릴수도 없는 일이다. 만일 자동화된 일관성을 생활에서 없애버린다면 우리는 커다란 혼락에 빠질 것이다. 과거에 내렸던 결정이나 행동에 의존하지 않고, 바로 앞에 닥친 모든 일에 대해서 매번 심사숙고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해야 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은 턱도 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위험하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러한 자동화된 일관성이 필요하다.

 

우리의 첫번째 경고사인을 알아차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일관성의 덫에 걸려서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위산과다로 배가 아프게 된다. 우리의 위장은 지각력이 뛰어나거나 정교한 기관은 아니다. 위장은 우리가 속임수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할 때만 우리에게 경고사인을 보낸다. 그러므로 우리가 속고 있는 건지 아닌지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다른 곳에서 사인을 찾아야한다. 우리가 절대 속일수 없는 핵심부를 찾아야 한다. 그곳은 우리의 합리화나 정당화가 통하지 않는 곳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지적으로 인지하기 직전에 그 대상에 대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내 생각으로는 핵심부에서부터 전해지는 메시지는 아마도 순수한 감정의 신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훈련만 한다면 인지작용이 시작되기 전에 핵심부가 보내오는 감정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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