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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

상호성의 법칙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베푼 호의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당신의 생일을 기억하여 생일선물을 보내면 당신도 그의 생일날 선물을 보내야 하며,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당신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면 언젠가 당신도 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명한 인류학자 리키는 '상호법칙'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서는 누구라도 안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음식이나 땔감을 제공하는 등의 호의를 베풀수 있다.왜냐하면 그러한 호의는 나중에 자신이 그러한 호의를 필요로 할 때 되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은 인류의 역사를 자기 혼자 모든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급자족의 원시사회로부터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역사회라는 새로운 자원으로 도약시켰다. 이렇듯 상호성의 법칙이 인류문화의 발전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생각해볼 때, 이 법칙이 사회화의 과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음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상호성의 법칙이 상대방의 승낙을 얻어내는 도구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이 법칙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준다'의 미래형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에 어느 학생의 답안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받는다' 미래시제에 대한 답으로는 틀렸지만, 사회적 규칙에 대한 입장에서는 맞는 답이다. 정치의 상호성의 예는 주요한 선거에서 승리한 후에 후보자들은 자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수고한 자신의 참모자들에게 논공행상을 하여 적절하게 보상한다. 식별력이 있고 비판적이고 빈틈없는 사람들이라도 끈질긴 상호법칙에 흔들릴 수 있는 거라면, 정치인들 또한 능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상호성의 규칙에 관한한 자신만은 다를거라는 자만에 빠지는 것은 우스운 일일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남의 호의를 원치 않는다고 해서 쉽게 거절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초질서를 위협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하거나, 호의를 받은 다음에 적절하게 보답하기를 거절하는 것은 인간문화의 기초질서인 상호성의 법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상호성의 법칙은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호의로 갚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이라는 말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불로소득자들이 이런 점을 노린다. 남에게 빚을 지면 마음이 불편하여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상호성의 법칙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베푼다면 우리도 되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금까지 반복하여 제시 되었듯이, 상대방의 호의는 우리의 또다른 호의로 되갚아져 왔다. 비슷한 논리로 상대방이 양보하면 나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떨까? 길거리에서 아이가 5달러짜리 입장권을 나에게 팔려했다가 나에게 거절당한 후에 1달러짜리 캔디를 파는 것으로 양보한다면, 이번에는 내가 양보해야 한다. 그래서 비록 나는 소년으로부터 아무 것도 사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커다란 요구에서 작은 요구로 양보하는데 따라 어쩔수 없이 캔디를 살 수 밖에 없다. 왜 그 상황에서 상대방의 양보에 따라 나도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대답은 그러한 사고경향이 인간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사회나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함께 상호협력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그러니 실제적인 우리의 사회적 만남을 살펴보면, 우리는 서로간에 쉽게 허용될 수 없는 무리한 요청과 요구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회는 서로 상치되는 수많은 개인적 욕구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어할 수단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상호 절충이라는 과정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절충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은 다름아닌 상호양보라는 절차다.

 

상호성의 법칙이 상호양보라는 현상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먼저 양보함으로써 매우 효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당신의 요청에 응할 확률을 높이는 한가지 방법은, 당신이 나에게 엄청나게 무리한 부탁을 먼저 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 부탁을 거절할 것이고, 그때 당신은 처음보다는 작은 그렇지만 원래 당신이 원했던 부탁을 한다. 만일 아주 그럴듯하게 크게 양보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상호성 법칙의 함정에 빠져서 두 번째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은 협상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쉽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상호성 법칙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상호성의 법칙은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또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일단 활성화되면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오히려 해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상대방이 먼저 우리에게 베푼 호의나 양보를 거절하여 상호성의 법칙이 활성화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면 될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런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무턱대고 남이 호의나 양보를 거절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사회적 행동이 아니다. 문제는 남의 호의나 양보가 상호성의 법칙을 이용 하려는 사람들의 계획인지 행동인지, 아니면 순수한 동기에서의 행동인지를 어떻게 분간하는가이다.

 

일단 남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남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면 우리는 그것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우리가 지금 빚진 만큼 앞으로 언젠가는 빚을 갚을 때가 있을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면 된다.그러나 남의 호의가 나의 더 큰 보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로 사용 되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판단된다면, 이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상호성의 법칙에 따른 의무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상호성의 법칙은 다른 사람의 술책에 보답하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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