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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

필요없는 물건을 사는 이유

동물생태학자들은 규칙적이고,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행동양식은 생물의 다양한 종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정행동유형이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특이한 행동은 구애, 구혼의식이나 교미의식 같은 복잡하게 연결된 일련의 행동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고정행동들은 언제나 똑같은 순서로 그리고 변함없이 일정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자기 방어의 프로그램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은 침입자의 존재 전체가 아니라,  어떤 특정적인 유발기제 (the trigger feature)라는 점이다유발기제를 조작하면 하등동물의 행동을 좌지우지하여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우스광스러운 행동도 얼마든지 만들어 수 있다고 하기에 앞서, 다음 두가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첫째 동물의 자동화된 고정행동유형은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문제 없는 순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 우리가 이해해야 할 중요한 점은  ' 인간들도 그러한 종류의 미리 프로그램 된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러한 테이프를 활성화시키는 유발기제는 경우에 따라서 우리로 하여금 전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동물들의 고정행동유형에 버금가는 사람들의 자동화된 행동은 사회심리학자인 랭거와 그녀의연구팀에 의한 실험결과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잘 알려진 인간행동법칙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호의를 요청할 때는, 왜 지금 그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유를 반드시 제시하라'는 것이다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이유 있는 것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요청 상황에서 상대방의 승낙을 얻어내는 마술은 추가정보 자체가 아니라 '왜냐하면' 이라는 단어다. 사실 많은 연구결과가 사람들이 제품의 품질을 판단할때 이러한 고정관념을 사용한다.

 

보석가게에서 가격을 싸게 해서 팔리지 않던 것이, 비싸게 하니까 잘 팔린 것은 '비싼 것은 좋은 것'이라는 일반기준을 사용한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행동은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싼게 비지떡'이라는 법칙에 익숙해 있으며, 그 법칙이 거의 틀림이 없다는 것을 생활하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살아왔다. 우리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가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비싼 것이 품질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그 동안 분명 하게 지켜져 왔으며 확실히 '비싼 것은 그 값을 한다'는 신념은 반복되는 구매경험을 통해 더욱 굳어져 버렸다. 보석의 가치를 결정하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여  과연 어떤 보석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의사결정이 될 것인가를 고통스럽게 심사숙고 하는 대신,  우리에게 익숙한 법칙인 대체적으로 비싼 것이 품질이 좋다는 의사결정의 지름길을 사용하여 쉽게 판단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자동화 되고 고정화된 행동들은 우리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행동일뿐 아니라, 많은 경우에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쉴새 없이 변화하는 복잡한 환경속에서 살고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하여 빠르게 의사결정해야 한다.  단 하루라도 의사결정을 위해 우리에게 발생한 모든 일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관한 정보를 모두 수집하여  그것을 일일이 철저하게 분석하며 수 있겠는가?  물론 불가능하다그러한 삶을 살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에너지,  시간 그리고 능력이 절대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수 없이 고정관념을 사용하고, 어림짐작에 따라 행동할수 밖에 없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로 하여금 현재보다 더 많은 고정관념을 사용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미래가 현재보다 더욱 복잡하리라는 긴 설명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권위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어느 특정 주제에서 권위를 지닌 한 개인의 말과 지침을 생각없이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주장에 대해 자신이 여러모로 생각해 보고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라는 그 지위에 무작정 설득을 당하는 식이다개인적으로 관련이 없는 주제에 대해서는 설득효과가 메시지 전달자의 전문성에 좌우된다. '전문가가 그런 얘기를 했으면 틀림없겠지'라는 규칙을 이용하여 다른 메시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한 주제의 경우에는  메시지 전달자의 전문성보다는  그 주장의 진실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면 그 정보의 유발기제에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고자하는 마음과 능력이 있을때만 통제된 반응이  나타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너무 복잡한 주제이거나  시간이 촉박하거나,  정신을 분산시키는 일들이 많거나, 감정적인 동요가 너무 크거나, 정신적인 피로가 너무 깊어서 조리있게 생각할 겨를이 없을 때가 그런 경우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중요한 일이든 아니든 지름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동물생태학자에 의하면 다른 동물의 유발기제를 자의적으로 작동시킬수 있는 존재는 과학자뿐만이 아니라 한다. 의태동물이라 리우는 동물들은 다른 동물의 유발기제를 흉내내어 그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떤 특정행동을 하게하여 자신이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중에도  자동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유발기제를 이용하여 불로소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존재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자동화된 행동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인간 세계에서는 이들이 후천적으로 학습된 심리적인 법칙이나 고정관념에 의해 생성된다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그런 법칙들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심지어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 조차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로소득자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우리의 행동을 조작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그러한 인상을 우리에게 주지 않고 있다는 점 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부당한 영향력의 희생자들까지도 그들의 행동이 불로소득자들의 교묘한 술책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단지 그들이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상황에 적절하게 행동했을 뿐이라고 믿는 것이다.

 

'대조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이 원칙은 차례로 제시된 두 사물 차이점을 인식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우리는 대중매체를 통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모델들의 홍수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실제 연인의 신체적 매력에 대해 만족스러워한다. 이상스럽게도 양복을 사기 위해 양복점을 찾은 고객들 중에서 그 양복과 어울리는 셔츠, 벨트 같은 엑세사리를, 양복을 산 후에 구입한 고객들이 사기 전에 구입한 고객들보다  훨씬 비싼 것을 사곤 한다.  싼 물건을 먼저 내놓은 후에 비싼 것을내놓는다면 비싼 물건은 더 비싸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이는 물건의 판매를 위하여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부동산업자가 잠재고객에게 집을 보여줄 때  항상 가장 나쁜 집부터  보여준다. 다 쓰러져가는 몇몇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 집을 높은 가격을 붙여놓는다. 이들 집은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단지 보여주기 위함이다. 자동차 판매점도 대조효과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새차 가격 흥정이 다 끝나기 전에는 절대로 옵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흥정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이런 옵션의 장점을 소개한다. 이제 막 몇 만달러 짜리의 흥정을 마친 고객의 눈에 안전유리, 수입타이어, 고급 오디오시스템 등의 옵션가격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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