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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재발견 (하르트무트 라데볼트

노년의 부부관계

60세가 넘은 많은 사람들은 전통적인 부부관계에 근거를 두고 살아왔다. 대략 남편은 직장에 다니면서 경제적 기초를 닦고, 아내는 집안살림을 하고 자녀교육을 맡는 형태였다. 늦어도 직업활동에서 은퇴한 후에 부부는 앞으로 그들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 결혼초기 둘만의 파트너쉽이 자녀들이 태어나면서 패밀리쉽으로 전환되었다. 오랫동안 그들의 일상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자녀들로 인해 둘만의 파트너쉽을 제한받는 부부는, 아이들이 모두 독립한 후에 둘만의 파트너쉽 경험이 전무하거나 일시적인 경험만을 가지고 있게 된다. 그러므로 만족스러운 파트너쉽은 부부가 서로 조율해가며 만들어 가야 한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온 경우 그들은 종종 깊은 파트너쉽에 들어가기보다는 오히려 평행선을 그으며 살아왔고, 직업을 통해 자기를 확인하고 만족을 구한다. 오늘날 나이든 사람들은 모델이 없다. 60-70대는 노년의 파트너쉽과 관련하여 미지의 대륙 앞에 서있다. 예전에는 장기적인 파트너쉽이 U자형태로 진행된다는 즉, 처음에는 아주 충만하고 만족스러웠다가 중년이 되면서 점점 어렵고 우울하고 실망스러운 것으로 악화되었다가, 연수가 더해지면 노년에는 다시 좋아진다는 고무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부부들이 과거를 미화한 것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장기간 결혼 끝에 서로 헤어지는 부부들은 부부 사이가 소원해졌다든지 단조롭고 지루하다든지 경제적인 원인을 이유로 든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혼자가 되고 나서야 관심사를 미루고 억누르고 부인하고 살았다는 것를 깨닫는다그때까지는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질문도 받지 않았고, 재능이나 활동을 펼칠 것을 권유받지도 않았으며, 스스로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바람직한 파트너쉽은 부부사이에 공유하는 부분이 많고 친밀감이 존재한다. 동시에 각자 뚜렷이 구분되는 삶의 분야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파괴적이지 않으면서도 기세등등 하게 대립하는 건설적인 부부싸움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자신들의 욕구와 관심사를 서로 독립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서로 조율한다60세이후 여성들은 갱년기를 보내게 되고, 갱년기는 자신감과 성에 영향을 끼친다. 여성들은 그 기간에 직업으로 복귀하여 독립성을 확득할 수 있으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내지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아니면 집안 살림을 하고 손주를 키우고, 부모를 간호하는 등 전통적인 과제를 수행할 수도 있다. 남자들은 직업활동을 지속하며 계속 경력을 쌓을 수도 있고, 퇴직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의 변화, 질병, 신체적 제약 등에 둘이 각자, 그리고 서로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해심을 보이고 지지해주었는가. 비난했는가, 아니면 뒤로 물러나버렸는가?

 

많은 부부가 50세에서 60세까지 10년동안 적잖이 평행한 삶을 살아왔다. 직업이나 자원봉사 사회활동 내지 가정적인 의무를 통해, 별개의 관심사와 취미로 인해 따로 따로 아주 바빴다. 중요한 목표는 공동의 활동, 관심사, 취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발견은 새로운 경험이며, 행복한 추억거리가 된다. 이와 더불어 각자 기존의 개인적인 관심사나 취미활동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뿐 아니라,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집이나 정원 같은 공간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을 감당하겠다는 동의 내지 협의이며, 서로에 대한 지지와 뒷받침을 의미한다. 배우자 한쪽이 상대방이 유년기나 소년기부터 꿈꾸어 오던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조롱하는 투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대방을 지지하지 않는 태도다.

 

힘들고 불안한 나이드는 세월 가운데 공동의 즐거움을 추가하는 것은, 나중에 삶을 돌아볼 때도 만족감을 준다.  친밀감과 안정감, 먹고 사는 것 내지 성생활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만족의 가능성을 줄 수 있다. 노화의 세월동안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함께 이용할 수 있는가?  둘이 함께 살면서 각자 따로 즐거운 일을 찾을 수도 있다. 상대방을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이 열망하고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노인들은 계속 자립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자립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선택한 환경에서 가능하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스스로 책임질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려면 능력이 중요하다. 늦어도 이제는 홀로서기를 위한 능력을 습득하고 일상에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부부 양쪽 모두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상대방이 자립적으로 살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둘 모두 자립적으로 살수 있어야 둘이 짧든 길든 질병에 걸리고, 질병에 걸리는 사고가 났을 때 도움이나 돌봄이 필요할 때, 서로를 돕고 뒷받침할 수 있다.

 

결국 사별하는 경우 살아남은 쪽은 가능하면 오래 자립적인 삶을 영위해야 하지 않겠는가? 몇 십년간 계속 되는 부부관계 가운데 종종 역할과 과제가 전통적으로 배분되는 경우가 많고, 서로 상대가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를 기대하며 산다. 오랜세월 몇살 연상의 남편이 이런 책임을 모두 맡아주어 편했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남편이나 아내 모두 상대가 하는 일에 대해 거의 모르고 그 일에 연습되어 있지 않다. 자립적인 삶을 위해 각 배우자는 자신만의 돈이 필요하다. 또한 남편들은 간단한 집안일 가령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간단 요리를 할수 있어야 한다. 급한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혼자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 두사람이 서로 간에 질병상태, 복용해야 하는 약, 그리고 다른 주의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가? 또한 독립적으로 각자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하고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활동은 만족감을 주는 한편. 그런 활동을 통해 부수적으로 지적, 사회적 능력을 연마할 수 있다.

 

부부이 삶이 지금까지처럼 자립적이고, 안전하고, 질서 있고, 방해받지 않고 굴러가라는 보장은 없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스스로 오랜 세월 아무 생각없이 해온 일을 배우자가 잘 터득하지 못할 때 인내심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부부가 나이드는 것으로 인해, 다가올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껄끄러워한다. 유언장에 마지막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을 하면, 죽음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한다. 그러다가 급한 수술을 받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급성질환에 걸리기라도 하면, 그 동안 얼마나 준비없이 살아왔다는 것이 드러난다. 노년의 자립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계속 어떤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사람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고자 하는지, 어떤 도움을 요구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바로 자립적인 태도다. 삶의 상황, 특히 주거상황이 노년기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엌, 욕실, 침실이 질병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에 이용하기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비상시에 아무도 집에 들어갈 수 없거나, 아무도 형편을 알지 못하고 서류 같은 것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러 측면에서 지금 또는 가까운 장래에 결정해야 할 일, 필요한 조처, 확정해야 할 것들을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이런 일이 자녀나 친척 또는 좋은 친구들이 조언해 주고, 실제적인 부분을 알려주고, 서류를 열람하면서 도우면 좋을 것이다.

 

최근 배우자와 사별하고 과부가 된 노년여성들의 삶은 그렇게 쉽지 않다. 이미 살펴본 애도과제가 앞에 놓인 동시에 난생 처음 삶을 자립적으로 꾸려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많은 조언과 지지와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힘들어 한다. 그들은 애도와 독립적인 삶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지각하지 못하거나 미루고자 한다. 그러므로 일찌감치 자립성 유지와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