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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

지구화가 만들어 낸 쓰레기

변덕스러운 지구화 과정이 초래하는 가장 극적이면서 잠재적으로 불길한 결과는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의 범죄화와 범죄의 지구화이다. 대부분의 정치권력은 범죄세력과 싸울 수도 없고, 싸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느 정부도 단독으로 아니면 공동으로 이러한 범죄세력이 보유한 자원에 맞설수 없다. 무한한 자원만 소모될 것이 분명하고 끝없이 질질 끌기쉬운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사소한 범죄에 대한 대중의 증오심을 유발하는 것을 정부가 더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소매치기와 노상강도로 돌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끊고 있는 이주자 구역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강력하게 벌이는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위대한 전쟁의 싸움터로 아주 효과적이면서도 비용을 덜 들이고, 이용될 수 있다. 현재 시행중인 법중 마피아 스타일의 범죄활동을 정상적인 사업활동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강자의 비위를 맞추는 수 밖에 없다. 불안은 상실감과 불운의 고통스런 경험에 의해 조성된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며,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누구도 내막을 모른다. 언제 어디서 다음번 재난이 닥칠지, 파장은 어디까지 미칠지, 그러한 격변이 얼마나 치명적일지, 알 도리가 없다. 불확실성과 그로 인해 생긴 괴로움은 지구화의 주요 산물이다. 국가권력은 불확실성을 박살 내기는 고사하고 진정시키기도 힘들다. 다른 보다 적당한 배출구를 헛되이 찾아 헤매던 공포와 불안은 가까이 있는 표적으로 옮겨가고, 곁에 있는 외국인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공포로 다시 출현한다. 외부인들- 현대의 전지국적 승리에서 생긴 쓰레기, 그러나 또한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전지구적인 무질서에서 생긴 쓰레기-의 유입에 직면했을 때, 기득권자들이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지구는 지금 만원이다. 이것은 다른 무엇보다 질서구축과 경제발전 같은 전형적인 현대화 과정이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그에 따라 모든 곳에서 인간쓰레기가 점점 더 많이 생산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쓰레기의 저장과 잠재적 재활용을 위해 필요한, 자연적 쓰레기 처리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쓰레기의 생산량이 현존 처리능력을 초과함에 따라 현재의 전지구적 현대성은 다시 흡수할 수도, 없앨 수도 없는 자신의 쓰레기에 파묻혀 질식할 가능성이 높다. 급속하게 쌓여가고 있는 쓰레기의 독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가 무수히 나타나고 있다. 산업쓰레기와 생활쓰레기가 지구의 생태학적 균형과 인간 부양능력에 미치는 섬뜩한 영향은 얼마전부터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점증하고 있는 폐기된 인간집단이 지구상의 인간공존에 필요한 정치적 균형과 사회적 평형상태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분명하고, 완전하게 파악하려면 아직 멀었다.

 

지구는 이미 만원이고 쓰레기 처리장으로 쓸 빈 땅은 전혀 없고, 현대인들로 이루어진 가족에 새로운 구성원들이 들어오는 것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경계선들의 비대칭성이 확고히 굳어졌다는 뜻이다. 그들 주변의 나라들은 그들의 잉여를 반기지 않을 것이며, 과거에 그들이 그러했던 것과는 달리 강제적으로 잉여를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경제 이주의 물결을 저지하려는 노력은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하며, 아마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기간동안 지속된 빈곤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절망적인 생태로 몰아넣고 있으며, 지구가 변경지역이 되고 범죄는 지구화 되는 시대에 그처럼 절망적인 상태를 이용해 많든 적든 돈을 벌어보려는 사업들은 번창할 수 밖에 없다.

 

세계는 힘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구미에 맞지 않으면 국제법을 무시하거나 우회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부와 권력이 지구상의 경제뿐 만이 아니라, 도덕과 정치, 나아가 생활조건과 관련된 다른 모든 것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부자와 가난한자가 모두 알고 있다. 지구화가 초래하는 가장 불길한 결과 중의 하나는 전쟁에 대한 규제의 완화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전쟁 행위들은 국가가 아니라 특정한 단체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으며, 그들은 어떤 국가의 법이나 국제협약도 따르고 있지 않다. 수용소에 수용되는 사람은 사전에 정체성의 요소들을 한가지만 제외하고 모두 박탈 당하는데, 나라없고 거처없고 쓸모 없는 난민이라는 요소가 그것이다. 그들은 수용소 울타리안에서 개성을 잃고 얼굴없는 군중이 되는데, 정체성 형성의 전제인 기초적인 편의시설이나 정체성을 형성하는 평범한 재료 하나 제공받지 못한다. 폐기된 인간을 포함해 모든 쓰레기는 동일한 쓰레기장에 마구잡이로 쌓이는 경향이 잇다. 쓰레기로 분류되는 순간 차이, 개성, 성향은 모두 사라진다. 쓰레기는 재활용 대상이 아닌 한 섬세하게 구별하거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난민들이 재활용 되어 공인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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