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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

복지국가의 부작용

국민들에게 규율과 법률의 준수를 요구하는 가운데 정치권력은 이미 존재하는 시민들의 취약성과 불확실성을 완화시켜주겠다는 약속, 즉 제약없이 행사되는 시장의 힘에 의해 초래된 손실과 피해를 제한하고, 약자들을 고통스러운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고, 불확실한 처지의 사람들을 자유경쟁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약속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정당화는 현대적 형태의 정부가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복지국가라는 사고는 개인적 위험을 사회화하고, 이러한 위험의 감소를 국가의 임무와 책임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천명한 것이다. 국가권력에 대한 복종은 국가가 개인의 불행과 재난에 대비한 보험보증서를 보증하는 것에 의해 정당회 되었다. 국가의 보호기능은 고용이 불가능한 소수의 사람들과 병약자들만 포함할 정도로 차츰 줄어들고 있으며, 이러한 소수 집단마저 사회적 보호가 아니라, 법과 질서문제로 재분류 되고, 시장의 게임에 참여할 수 없는 무능력이 갈수록 범죄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국가는 자유시장의 논리로부터 야기되는 취약성과 불확실성에서 손을 떼고 있으며,  이제는 그러한 문제들을 사적인 문제로 개인들이 사적으로 보유한 자원으로 다루고 대처해야 할 문제로 재정의 되고 있다. 즉 국민을 괴롭히고 있는 취약성과 불확실성에 맞서 싸우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자임해 왔던 정치권력이 현대에 들어 점점 더 자신에 의존해 왔던 토대들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의 증가, 정치적 관심과 참여의 소멸, 점점 더 법을 무사하는 경향의 증가, 시민적 불복종 징후의 급증, 제도정치에 대한 참여로 부터의 대대적인 후퇴 등은 모두가 기존의 국가 권력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오늘날의 국가는 또 다른 비경제적인 유형의 취약성과 불확실성을 찾아내 자신의 정당성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그러한 대안은 최근 개인의 안전이라는 쟁점으로 옮겨간 것 같다.  개인의 안전문제란 범죄행위, 하층민의 반사회적 행동, 그리고 국제테러리즘으로부터 야기되는 생명, 재산, 거주지에 대한 위협과 두려움을 가르킨다. 시장에서 발생한 생계와 복지의 위협요소와 달리 개인의 안전에 대한 위협의 정도는 집중적으로 홍보되고, 가장 암울하게 채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위협이 현실화 되지 않은 것은 정부기관들이 경계와 주의와 선의를 기울인 결과로 나타난 대단한 일로 칭송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저지를지 모르지만 미국인들의 안전에 대한 공격이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인들을 끊임없는 경계상태와 긴장강화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긴장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더 긴장할수록 바람직하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범죄에 대한 공포가 줄었다. 그러한 공포는 이주 정착자들이 밀집한 교외지역에 들끊고 있던 범죄에 초점을 맞추었다. 주목 할만한 점은 이주자들이 다른 어떤 범주의 악당들보다 더 그러한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주자들, 우리 자신의 뒷마당에 내던져진 인간쓰레기들과 우리가 겪은, 국내에서 발생한 공포중 가장 견디기 힘든 공포 사이에는 일종의 친화력이 있다. 모든 자리와 지위가 불안하게 느껴지고 더 이상 믿음직하지 않을 때, 이주자들을 보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 된다. 장차 일회용 쓰레기로 버려지리라는 예감을 한다. 오늘날 정부가 사소한 범죄, 무질서, 반사회적 행동에 몰두하는 것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그나마 특정한 불안에 대해 무언가 대처할 수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소비사회의 소비자들은 쓰레기 수거인들을 필요로 하지만, 소비자들 본인은 쓰레기 수거일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어찌됐던 그들은 고생하기보다는 즐기도록 길러진 것이다. 그들은 권태로운과 고됨과 지루한 오락에 분개하도록 교육 받았다. 그들은 본인이 하던 일을 대신해줄 도구를 찾도록 훈련 받았다. 그들은 바로 쓸 수 있는 상품의 세계로 즉석에서 만족감을 얻는 세계로 정신이 행하도록 조정되어 있었다. 즉석에서 만족감을 얻는 세계로 정신이 향하도록 조정되어 있다. 바로 이것이 소비생활의 기쁨이다. 그들의 기쁨이었던 물질들은 또다른 물질에 의해 결국 버려지게 되고, 버려진 쓰레기들은 태워져 오염된 잿더미를 만들거나 다른 산업 쓰레기들과 함께 강이나 용수로나 들판에 버려진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유독성 폐기물은 피부와 폐속으로 스며들어 땅과 물로 확산된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 쓰레기는 매년 백만톤쯤 되는데, 2010년에는 이것의 두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자제품은 가장 가치있고, 오래 쓰는 소장품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금방 버릴수 있는 물건, 본래 금방 버릴 것을 예상하고 만든 물건, 빨리 버릴 물건중에서도 으뜸이 되었다. 마케팅 회사들은 제품을 금세 구식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며, 끊임없이 상품들에 구형이란 딱지를 붙이고, 유행에 못 따라가면 당신 자신도 구형인간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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