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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

잉여인간

수십만 명의 청년이 계속 높아져만 가고 있는 교육과 부의 수준으로부터 배제됨에 따라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수가 지난 10년 동안 2배가 되었다. 우울증은 가장 불쾌하고 비참하고, 사람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정신질환이다. 가장 흔하게 내려지는 원인 중의 하나는 실업으로, 이는 특히 신규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자산의 확충 대신 인건비 삭감과 인력감축을 통해 이윤을 창출 하려는 시장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이 직업을 가질 전망이 형편 없어진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이에 대한 치료법 중 하나는 청년고용이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국가보조금 지급이다. 이와 함께 젊은이들에게는 직업을 평생 계획의 기반이나 자존심과 자기 정체성 또는 장기적인 안정의 보증으로 여기기 보다는, 융통성을 갖고 특별히 까다롭게 굴지말며  직업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자리가 나면 너무 많은 것 묻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일하는 동안 만큼은 그것을 즐길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는 충고가 주어진다.

 

현대사는 '좋은 사회'라는 모델을 다량으로 생산해 내는 공장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와 생산적 역할이 주어지는지가 좋은 사회의 판별기준이 된다. 현재는 이러한 당위에 못미친다고 비판할 수 밖에 없는 현대사는 많은 질곡을 헤치고 전진했지만, 결정적인 투쟁은 일자리에 부족에 맞선 싸움이다. 잉여란 여분, 불필요함, 무용함을 의미한다. 사회는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당신 없이도 잘할 수 있고, 당신 없으면 더 잘 할 수 있다. 당신이 거기 있어야 할 어떤 자명한 이유도 없고, 당신이 거기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만한 어떤 뚜렷한 정당성도 없다. 잉여로 규정된다는 것은 버려져도 무방하기 때문에 버려졌다는 것을의미한다. 잉여는 불합격품, 불량품, 폐기물, 찌꺼기와 그리고 쓰레기와 의미론상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실업자, 노동 예비군의 목표는 다시 노동 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쓰레기의 목적지는 쓰레기장이다. 잉여라고 선언된 사람들은 흔히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취급되곤 한다. 부양해야 즉, 먹이고 신발을 사 신기고 거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혼자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생존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잉여에 대한 해답은 이 문제에 대한 규정과 마찬가지로 돈과 관련 되어 있다. 즉 국가가 제공하거나, 국가의 입법으로 뒷받침 되거나, 국가가 보증하거나, 장려하는 생계보조가 해답이다. 이 모든 조치가 납세자들에게 재정적인 부담이 된다. 잉여라고 선언된 사람들의 생존을 지원할 필요성은 실업자들이 본인들과 타인들에게 제기하는 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사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쓰레기를 위해 남겨둔 자리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잉여가 자존심과 인생의 목표의 상실을 수반하는 사회적 홈리스 상태를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느낌, 또는 아직은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그것이 운명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와 공유하고 있지 않은 삶의 경험의 일부다.

 

실제로 젊은세대가 우울증에 빠질만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환영받지 못하고 기껏해야 참아 줄만한 대상으로 취급되고, 사회적 선행과 관용의 수령자 위치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고, 잘해야 자비, 자선, 동정의 대상으로 취급될 뿐, 형제애적 원조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게으르다고 비난받고, 흉측한 의도와 범죄적 성향이 있다고 의심받고 있으니, 젊은 세대가 사회를 충성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안식처로 대할 이유는 별로 없는 셈이다. 자격을 잃은 피고용인들이 노동세계의 규칙에 노골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적 게임의 규칙을 존중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일한 게임에서 탈락하면 더 이상 선수로 뛸 수 없으며, 따라서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게된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또한 바로 직전 세대보다 훨씬 더 극심하게 양극화 되어간다. 당혹스러울 정도로 쉽게 변하는 사회적 위치, 어두운 전망, 지속적으로 또는 적어도 좀더 오래 자리잡을 만한 확실한 기회도 없이 근근히 꾸려가는 생활, 살아남기 위해서 배우고 익혀야 하는 모호한 규칙들- 이러한 것들이 모든 젊은 세대를 무차별로 괴롭히면서 불안감을 조장하고, 이 세대의 모든 또는 거의 모든 구성원의 자기확신과 자존심을 박탈 당하고 있다. 세상은 또한번 도약했고, 그러한 속도를 견디지 못한 승객들은 점점 속도를 높여가는 차량에서 점점 더 많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탑승 못한 사람들 중 재빨리 달려가서 따라잡아 올라타는실패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걱정, 잉여로 취급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젊은 세대 역시 이들 세대에 고유한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전례없는 일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는 차에 올라타는데 성공해 승차감을 만끽하는 동안, 이들보다 덜 영리하고, 덜 기민하고, 약삭 빠르지 못하고, 힘이 없거나, 덜 모험적인 다른 많은 사람들은 뒤처지거나, 만원이 된 차량에서 들어가지 못하게 저지당했으며, 그나마 차바퀴에 깔려 완전히 박살나지 않으면 다행이다.